[CFO & Credit]운전자본 관리 돋보인 현대코퍼레이션매출채권 결제기일 조정해 회전기간 단축, 담보 대출로도 활용
김형락 기자공개 2023-07-05 07:24:22
[편집자주]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좌우할 CFO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16: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신용등급 상향에 한발 가까워졌다. 신용평가사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했다.향후 실적 성장과 더불어 운전자본 부담을 완화하며 재무안정성을 개선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김정식 현대코퍼레이션 재경실장(상무)의 재무 관리 성과가 신용평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8일 현대코퍼레이션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로 변경했다.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8년 5월부터 신용등급이 A-(안정적)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등급 전망 조정에는 실적 개선 흐름과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이 두루 반영됐다. 재무 요인에서는 △운전자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결제기일을 조정한 점 △선수금을 확충해 운전자금 관련 자금 수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등이 언급됐다. 김 실장이 현금흐름 변동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행한 조치들이다.
◇ 2021년부터 매출 반등, 운전자본 변동 폭이 현금흐름 좌우
현대코퍼레이션은 종합무역상사다. 지난해 연결 기준(이하 동일)으로 상사업 매출 비중이 97%(5조9628억원)다. 범현대 계열사, 포스코 등 대형 거래처의 고정 거래 물량을 기반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사업 부문은 △석유화학(석유화학 제품·벙커링 등) △철강(강판·강관·철강 제품) △승용부품(자동차·부품 등) 등으로 나눴다.
김 실장은 2018년 1월 재경실장을 맡았다. 그전에도 재경실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 말 정기 인사에서 상무보 승진해 금융·자금 담당 중역으로 일했다. 2017년에는 법인지사관리·재정 담당 중역을 지냈다.
김 실장 부임 초기에 현대코퍼레이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2조8809억원)까지 2년 연속 매출이 역성장했다. 그러다 2021년부터 철강과 석유화학, 물류 분야 매출이 커지며 실적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3조7825억원) 대비 62% 증가한 6조1270억원이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도 매출에 비례해서 커졌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1조7706억원)과 영업이익(25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김 실장은 실적 온기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했다. 무역업 특성상 운전자본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부담이 증가하고, 자금 수지도 악화되기 때문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매출이 반등한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했다. 매출 성장에 비례해 운전자본 부담도 커졌다. 그해 당기순이익(380억원)을 거두고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34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채권 증가분(3554억원)과 재고자산 증가분(1339억원) 등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차감한 주범이었다.
김 실장은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출채권을 이용했다. 수출 매출채권을 담보로 우리은행 등에서 외화 단기차입금(D/A NEGO 등)을 3321억원가량 늘렸다. 덕분에 그해 재무활동현금흐름으로 3056억원이 들어왔다. 기존 유동성도 530억원 투입해 그해 투자활동현금흐름 지출 200억원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 매출채권 회전기간 2020년 45.5일→지난 1분기 33.3일로 줄여
운전자본 회전율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했다. 현금흐름을 보다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2020년 45.5일, 2021년 45.1일이던 매출채권 회전기간을 손봤다. 결제기일을 조정해 매출채권 회전기간을 지난해 35일, 지난 1분기 33.3일로 줄였다. 재고자산, 매입채무를 포함한 운전자본 회전기간은 2021년 38.9일에서 지난 1분기 21.7일로 감소했다.
지난해 운전자본에 잠겼던 돈이 풀리며 현대코퍼레이션의 현금 창출력이 증가했다. 그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787억원이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3865억원이 유입됐다. 2021년 -3584억원이었던 잉여현금흐름(FCF)도 지난해 371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FCF는 대부분 총차입금 상환(2569억원)에 쓰였다.
지난 1분기 다시 운전자본에 현금이 잠겼다. 분기순이익으로 271억원이 발생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는 727억원이 빠져나갔다. 매출채권 증가분(2340억원)이 재고자산 감소분(1098억원)과 매입채무 증가분(332억원)보다 커 순운전자본이 -1053억원을 기록했다.
김 실장은 이번에도 매출채권 담보 대출로 유동성을 유입시켰다. 지난 1분기 수출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한 외화 단기차입금(D/A NEGO 등)은 전년 말 대비 1096억원 증가한 3878억원을 기록했다. 수출환어음 할인(D/A NEGO)은 매출채권을 회수해 상환하는 매입채무 성격의 무역금융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현대코퍼레이션의 실질적인 차입 부담을 지표 대비 낮은 수준으로 판단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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