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임상 중심 에이비엘바이오, 이번엔 '국내'부터 공략한다 자체 개발 플랫폼서 발굴 물질 국내 임상 예정…"효율화 통한 조기 L/O 타진"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05 13:14:17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4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7-H4는 빅파마가 관심 있게 보는 신규(novel) 타깃이다. B7-H4 타깃 항체가 없는 빅파마 또는 자사의 B7-H4 타깃 항체와 병용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물질을 보유한 빅파마를 기술수출 파트너로 생각한다"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4일 더벨과 전화 통화에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ABL103'의 기술수출 잠재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 임상 1상을 신청한 ABL103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에서 발굴한 후보물질이다. 효율적인 국내 임상을 통해 조기 기술수출 타진은 물론, 미국 임상 2상 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ABL103이 국내 임상에 돌입하면 새롭게 설정한 목표인 '임상 개발' 중심 바이오텍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대규모 기술수출로 흑자 바이오텍 반열에 오른 에이비엘바이오가 또 한 번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빅파마도 주목 타깃 ABL103, 국내 1상 IND 신청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ABL103의 국내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ABL103을 단독 투여하는 임상이다.
약 36명 환자군에서 약물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고 최대 내성 용량과 2상 권장 용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후 60여명 환자군을 대상으로 종양 확장 시험을 진행한다. 2020년 ABL103 한국 권리를 도입한 한독이 공동으로 임상을 담당한다.
ABL103은 B7-H4와 4-1BB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기본적으로 몸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면역 반응을 막는 면역관문(B7-H4)을 억제하는 동시에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인자(4-1BB)를 발현하도록 만들었다.
B7-H4와 4-1BB 모두 글로벌 업계가 주목하는 타깃이다.
우선 B7-H4는 지난해 단일 품목 전 세계 매출 2위(약 26조원)를 기록한 머크(MSD) '키트루다'의 한계를 극복할 타깃으로 각광받는다. B7-H4는 키트루다 타깃인 PD-(L)1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 PD-(L)1이 발현하지 않는 곳에서 주로 발현한다. 이에 따라 키트루다에 대한 반응률이 낮은 암종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란 게 에이비엘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4-1BB의 경우 T세포 등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강한 항암 효능을 나타낸다. T세포 고유 기능인 암세포 기억 능력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종양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도 낸다.
다만 독성 해결이 난제로 꼽힌다. 단독 항체로 사용할 때 심각한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면역항암제 '옵디보'를 개발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조차 4-1BB 타깃 후보물질의 임상 2상을 독성 문제로 중단했을 정도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체 개발 플랫폼 '그랩바디-T'로 부작용 문제를 해결했다. B7-H4가 발현하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4-1BB가 발현하도록 했다. 암세포 부위에서만 T세포가 활성화하는 표적 특이성을 가져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높였다.
당초 해외 위주로 임상 전략을 펼쳐왔지만, ABL103 임상은 국내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임상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조기 기술수출과 후기 임상에 속도를 낸다는 판단이다. 국내로 노선을 틀면서 1상 진입 시기도 한층 앞당겼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면 환자 모집은 두 배 수월하고 비용은 50% 이상 저렴하다"면서 "국내 임상 수준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빠르게 임상을 추진해 기술수출이나 미국 임상 2상 등에 속도를 내는 게 좋겠다고 봤다"고 했다.
◇경쟁 물질 8000억에 L/O…"임상으로 가치 제고 기대"
ABL103이 임상 1상에 진입하게 되면 이중항체 플랫폼에서 임상 개발 중심 바이오텍으로 한 발짝 다가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업설명(IR) 자료를 전면 개편하고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특히 최근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 지식재산권 확보에도 나서며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3일 한국과 일본에서 항-ROR1 항체와 그 용도에 대한 특허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ROR1은 고형암부터 혈액암까지 다양한 암종에서 과발현해 이상적인 ADC 표적으로 알려졌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레고켐바이오가 공동 연구해 씨스톤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ABL202'도 ROR1 표적 ADC 파이프라인이다.
ABL103 임상과 함께 또 한 번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 씨젠(Seagen), 머사나 등이 B7-H4 타깃 항체약물결합체(ADC)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 외 B7-H4 타깃 항체 파이프라인을 보유하지 않은 빅파마가 우선적으로 ABL103 기술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기에 ABL103과 동일한 기전인 하버바이오메드의 'HBM7008'이 지난 2월 컬리넌 온콜로지에 총 6억달러(약 8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됐다. HBM7008은 임상 1상 단계로, ABL103보다 9개월가량 앞선 상황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국내 임상으로 경쟁 기업과 개발 속도를 맞추고 파이프라인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ABL103은 그랩바디-T를 적용해 4-1BB 활성화에 최적화한 구조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타사 물질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번 임상에서 이를 증명하면 똑같은 기전인 하버바이오메드 물질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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