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출신 신현복 시인 '은근슬쩍 얼렁뚱땅' 출간 해학과 경지의 비기를 담은 지혜서, '문학 선' 신인상 당선 이후 다섯번째 시집
신민규 기자공개 2023-07-05 15:28:47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5일 12: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V 다큐를 함께 보는 중에 아내가/“늙어 남자 혼자 오래 살면 저리 추해. 내가 당신보다 조금은 더 오래 살아줄 거긴 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조금만 더 살다 미련 없이 가”/라고 하기에//“고맙기는 한데, 뭐여 와가 아니라 가라고? 어디로”/서운한 투로 말꼬리를 잡으니//“말이 샌 거네요 샜어. 근데, 정말 서운하긴 한가보네”/은근슬쩍 몸 기대며 웃는다//‘농담 아니고 정말로 서운합니다. 다음 생은 나랑 살기 싫다 이거지?’/대놓고 따지려다가//‘하기사, 적지 않은 세월 모난 나와 부딪치며 살았는데 어딘가 금이 가 있는 게 당연하지, 깨져 조각나지 않은 게 참 다행이지!’/얼렁뚱땅 나도 얼른 따라 웃어넘겼습니다 -표제시 ‘은근슬쩍 얼렁뚱땅’ 전문건설사 홍보맨 출신의 시인 신현복씨가 다섯번째 시집 '은근슬쩍 얼렁뚱땅'을 출간했다. 현직 시절 시심을 만나 ‘문학 선’ 하반기호 신인상에 당선된 이후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집은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자세, 그리고 자신의 주변과의 관계가 해학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신현복의 해학은 자신의 삶과 시가 어우러진 현장에서 스스로 터득한 시적 해학으로 시인 고유의 것이다.
'은근슬쩍 얼렁뚱땅'에는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어올려야 하는지가 잘 담겨져 있다. 힘을 언제 어떻게 빼야 하는지, 어떻게 줘야 하는지 그 비결과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을 봐야 하는데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사람을 볼 수 있는지, 사람을 보며 살아야 하는데 아예 사람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사람이 보이지도 않을 때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고 그 대책은 어떤 것인지에 관한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은근슬쩍' 때로는 '얼렁뚱땅'으로 나타나는 신현복의 어법과 그에 따른 시법은 유연하면서도 넉넉한 마음과 자세에 기인한다. 그것은 일종의 해학과 같은 것이어서 신현복 시세계의 한 축을 이룬다. 해학으로서는 과거의 해학과 연결되어 있으나 그 성질에 있어서는 현대적 해학과 평범한 일상적 해학을 다룬다.
신현복의 시선과 대응이 주류를 이루는 일련의 시들은 그 보편적이면서 서민적인 해학을 통해, 또는 익명성의 기시감을 바탕으로 한 능청스러운 해학을 통해 성취한 신현복 자신만의 경지를 보여준다. 삶의 경지는 어렵지만 그것을 성취한 경지는 참 아름답다. 특별해서 비경이 아니라 평범한데 비경인 것처럼 특별한 사람이 이룬 경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이룬 경지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신현복이 보여주는 ‘사람의 비경’과 ‘관계의 비경’은 화려하지 않은 소박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한 향기로 돌아보게 한다.
신현복 시인의 힘 빼는 기술과 받쳐주는 기술은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무림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자들이 있다면, 신현복의 비법을 익혀보기를 권한다.
신현복 시인은 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빈 항아리'는 '간장독'으로 제목을 바꿔 1집에 실었다. 시집으로는 '동미집', '호수의 중심', '환한 말', '그쯤에서 눕길 잘했다'가 있다. HL디앤아이한라 홍보 이사로 근무했다. 퇴직 후 시그마스포츠클럽 SFC점(광화문점)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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