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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수수료 점검]'조 단위' 유상증자 SK이노, 수수료 너무 아꼈나회사채 대비 1.5배 그쳐, 2~3배 수준 요율 일반적…별도 실권주 인수수수료도 없어

최윤신 기자공개 2023-07-10 07:45:44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인 SK이노베이션이 주관사단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0.45%(45bp)로 책정했다. 예정한 가격으로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4곳의 증권사는 총 53억원 가량의 보수를 나눠갖게 된다.

딜 규모가 커 수수료 규모가 작지 않지만 요율은 SK이노베이션이 회사채 발행에 지급하는 30bp의 1.5배 수준에 그친다. 통상 유상증자에 회사채 대비 두 배 이상의 요율이 책정되는 걸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적다. 시장은 인수단이 실권주 위험에 대비한 별도의 수수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 회사채 수수료 30bp인데, 유증은 45bp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3일 주주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다. 오는 9월 819만주의 주식을 주당 14만3100원에 발행해 약 1조1777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최종 발행 규모는 9월 중순 결정되는 단가와 청약 수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아 주식 발행 업무를 총괄한다. 이들 주관사는 지난달 초부터 실사를 실시해 적정 조달 규모와 공모가 할인율을 산출했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주관사단에 지급할 인수수수료율을 모집총액의 45bp로 책정했다. 목표 발행액 1조1777억원에 수수료율 40bp를 적용한 주관사 지급 보수는 총 43억원 가량이다. 주관사별 인수물량은 NH증권이 45%, 한국증권이 35%다. 인수회사는 각각 10%의 물량을 담당한다. 목표한 금액대로 공모가 이뤄지면 NH증권은 약 24억원, 한국증권은 약 19억원, 인수회사 두 곳은 각각 약 5억원을 수령할 수 있다.

45bp의 인수수수료는 최근의 대규모 유상증자 사례와 비교할 때 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시기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CJ CGV는 대표주관사에 두 배인 90bp의 요율을 책정했다. 물론 CJ CGV의 모집금액은 SK이노베이션의 절반 수준에 그쳐 단순 비교는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자본시장 조달과 비교해도 수수료율이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수년간 회사채 발행 주관사에 30bp의 수수료율을 책정해왔다. 이번 유증의 수수료율인 45bp는 1.5배 수준이다.

통상 유증엔 회사채 대비 2배 이상의 요율을 지급한다. 앞서 올해 1월 조단위 유증을 치른 롯데케미칼은 SK이노베이션보다 적은 40bp의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다만 이 회사가 회사채 발행에 책정하는 13bp에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CJ CGV의 수수료도 2020년 말 회사채 발행 당시 책정한 30bp의 3배 수준이다.

◇ 주관사, 실권주 안전장치 안만들어

수수료율은 딜의 난이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책정된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발행사와 주관사가 이번 딜의 난이도가 회사채 발행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더 주목할 점은 주관사들에게 별도의 잔액인수 수수료가 책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구주주대상 주문을 받고 일반공모를 거쳤음에도 청약되지 않는 잔여주식이 발생할 경우 주관사와 인수회사가 자기계산으로 잔액을 인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권주 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 주관사는 통상 잔액인수에 대한 안전장치로 별도의 실권주 인수 수수료를 요구한다. 실권이 발생해 미매각 물량을 인수할 경우 최종가격에 해당 수수료율만큼 할인을 적용해 사들이게 된다. CJ CGV의 경우 대표주관사단에 900bp의 잔액인수수수료를 책정해준 바 있다.

물론 대기업의 대규모 잔액인수수수료가 책정되지 않는 게 이례적인 건 아니다. 통상 투자금 확보를 위한 대기업의 유증은 실권주가 발생할 확률이 희박하다고 본다. 실제 2021년 이후 최근 3년간 조단위 규모의 주주배정 후 공모 방식 유증 중 미매각으로 인한 실권주가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유증 역시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게 어려운 조달환경과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만큼 변수가 있다”며 “유증 규모가 큰 만큼 주관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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