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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펀드 '욕심을 덜어낼' 용기 [thebell note]

조영진 기자공개 2023-07-12 08:07:08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주펀드 매니저들이 IPO 수요예측에 따른 배정 결과를 알음알음 공유하고 있다. 투자자별 주금납입능력에 맞춰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주관사가 이행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다.

당국의 지시를 주관사가 외면할리는 없지만 계도기간인 현재 상황은 조금 복잡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주금납입능력 판단기준으로 하우스 자기자본, 펀드 AUM(순자산총액) 등을 제시했지만 주관사 내부규정에 따라 확인하는 방안도 허용했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공모주 배정기준이 일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여러 기관투자자들의 데이터를 축적해온 '빅3' IPO 주관사들은 금융투자협회의 권고안을 이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PO 주관 경험이 많지 않은 증권사들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방대한 정보를 연내 취합하기가 쉽지 않다. 사모 운용사만 300곳을 넘어선 마당에 투자자문사와 기타법인까지 더하면 1000단위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대다수 증권사들은 기존 체계를 고수하며 금융투자협회의 권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눈치 빠른 공모주펀드 매니저들은 주금납입능력 판단기준을 주관사마다 확인하며 수요예측 참여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주관사의 IPO 종목이라면 펀드 AUM을 웃도는 수요예측을 써내 더 많은 물량을 따내겠단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운용역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어급 IPO 일정이 예고된 올해 하반기에 벌써 접어들었음에도 몇몇 공모주펀드 매니저들은 "내년이 아닌 당장 이번 달부터 펀드 AUM 이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업계 모든 매니저들이 이 같은 맹점을 인지하면 당국의 인수업무 개정취지가 퇴색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허수청약이 가능한 종목인데 혼자만 안 하면 손해 본다'는 식의 의견이 형성되면 일부 주관사의 IPO 종목은 수요예측 경쟁이 거세져 공모가 뻥튀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하이일드펀드의 분리과세 혜택이 도입되면서 공모주펀드는 재도약의 시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허수청약, 공모가 고평가 이슈 등이 제기되면 공모주펀드를 향한 자금 유입세는 다시금 시들해질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욕심을 덜어내고 롱런에 집중해야 한다. 허수청약 방지로 적정 밸류에이션에 투자할 수 있다던 공모주펀드의 장점을 스스로 해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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