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운용업계에서 4명 이상이 모이면 종종 나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직장생활이 힘들면 나와서 같이 운용사나 차리자는 얘기다. 뭘 먹고 사냐는 질문엔 공모주 펀드를 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는 대답이 으레 뒤따른다고 한다. 사모운용사 설립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4명인 탓에 나오는 농담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전문인력,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을 생각하면 불가능하지만 공모주 펀드와 관련해서는 나름 ‘뼈 있는’ 농담이다.공모주 펀드는 국내 운용업계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펀드로 인식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공개(IPO)시 공모가는 증권사 IB가 산정한 적정기업가치에서 10~30% 할인된 가격으로 정해진다. 때문에 일단 물량만 확보한다면 구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차익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공모주 펀드가 주로 이용하는 코스닥벤처펀드의 30% 우선배정 혜택을 고려하면 수익창출 기회가 크게 열려있는 셈이다.
때문에 공모주 펀드 운용엔 큰 전문성이 필요치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름없는 신생 운용사들의 처녀작이 대부분 공모주 펀드인 점도 이 때문이다. 우선배정 혜택을 이용해서 빠른 수익을 내려는 목적이다. 규모가 큰 운용사에서도 공모주는 주로 경험이 적은 주니어 운용역이 주식형 펀드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거쳐가듯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공모주 시장은 2021년 호황 이후 작년 증시 침체에 따른 한파를 제대로 맞았다. 최소 올해까지는 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모주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한창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고객들에겐 낮은 수익률로 고개를 숙이고 회사 내에선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공모주 투자에도 분명 기업 분석과 같은 전문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간 70~80개가 넘는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는 만큼 투자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에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자하고 그에 따른 락업 기간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등이 수익률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같은 코벤펀드라도 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20% 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땐 매니저의 역량이 부각된다. 올해와 같이 대어없이 작은 기업들 위주의 IPO가 이어지는 시장에서는 기업 분석이 더 중요하다. 타 기관들이 들어가지 않아 할인발행할 때에도 펀더멘탈을 믿고 투자를 감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투자 기업에 직접 탐방을 가는 등 시간을 들이는 매니저들도 많다.
과거 증시 호황기 공모주 펀드가 누구나 할 수 있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투자였다면 지금은 매니저의 역량과 통찰력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으로 뒤바뀌었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모주 펀드의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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