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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외평채, 주관사 선정 놓고 '뒷말 무성'산은, 언더라이팅 한계에도 꾸준히 기회…사무라이본드 '미즈호·SMBC'만 참여

이상원 기자공개 2023-07-19 07:59:2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위한 주관사단 선정을 마무리했다. 직후 킥오프 미팅을 마치고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2년 만인데다 최초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만큼 모든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관사단에는 미국계와 유럽계, 일본계가 골고루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하지만 입찰제안서(RFP)를 받은 토종IB를 배제한 채 정부 딜에 정책은행이 참여하면서 아쉬움이 나온다. 여기에 사무라이본드는 최대한 많은 창구가 필요함에도 두 곳만 선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딜에 국책은행 참여 '아쉬움'…토종IB 2년전 이어 완전 배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외평채 발행 주관사단으로 미국계 3곳과 유럽계 4곳, 일본계 2곳 등 하우스를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BoA메릴린치 △BNP파리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CIB △HSBC △미즈호 △JP모간△ SMBC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이다.

국내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유일하게 참여한다.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RFP를 받고 주관사 선정을 위한 PT에 참여했지만 토종IB들은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 연속으로 국내에서 단독으로 참여하게 됐다.

토종IB가 외평채를 주관한 것은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처음이다. 이듬해부터 2017년까지 내리 삼성증권이 선정됐다. 모두 KDB산업은행에 토종IB를 함께 참여시키는 방식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가능했다. 이후 외화채 딜에 꾸준히 토종 IB를 참여시켰고 2020년에는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이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발행에서 토종IB는 완전히 배제됐다.

시장 관계자는 "토종IB 육성 정책에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이 KDB산업은행"이라며 "정부 딜에 민간이 아닌 국책은행이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꾸준히 아쉬움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역외 인수 라이선스가 없는데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외화채는 모든 절차가 역외에서 이뤄지고 물량을 해외에 배정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여기에 캐피탈룰에 의해 주요 시장에서는 자본 규모의 20% 이상은 인수가 제한된다. 뉴욕과 런던에 지점만 보유하고 있어 해외 배정이 힘든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이 국내 물량을 담당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나 이 경우 해외에서 조달하겠다는 외화채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KDB아시아가 그나마 규모를 갖추고 있어 홍콩에서는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다. 언더라이팅 비즈니스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럴 바에는 민간에 나눠줘도 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사무라이본드 현지서도 주목, 주관사 두 곳으로 '부족'

KDB산업은행과 함께 일본계 주관사 선정 결과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말 일본을 직접 방문해 일본 투자자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 결과다. 당시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공식화하고 현지 금융기관들과 면담을 가지며 현지에서도 대서특필됐다.

국내에 다이와, 미즈호, 노무라, MUFG, SMBC 등 일본계 하우스가 진출해 있다. 최초 발행이라는 상징성과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 다수의 주관사단을 선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미즈호와 SMBC 두 곳만 선정되며 업계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SMBC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글로벌본드 한 건 참여가 전부다. 대한항공의 사무라이본드에는 주관사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단독으로 주관했다. 하지만 다른 일본계 하우스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짐에도 외평채 주관을 맡겼다는 점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는 평가다.

그나마 미즈호는 상반기 총 네 건을 주관했다. 한국석유공사와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글로벌본드, 한국수출입은행 캥거루본드, 대한항공 사무라이본드 등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불법 공매도를 이유로 미즈호와 JP모간에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로써 이들을 선정한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사무라이본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주관사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라이본드는 일반투자자가 창구에서 참여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만 참여하는 다른 외화채와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사무라이본드는 수 일에 걸쳐 북빌딩을 진행한다.

시장 관계자는 "사무라이본드는 창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세 곳 많게는 네 곳을 선정하는 이유"라며 "최초라는 상징성으로 흥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관사 규모는 다소 작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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