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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변동성 고조 속 위상 부각…외평채 신중론 빛났다 [Deal Story]5억달러·7억유로, 그린본드로 투심 배가…금리절감 상당, 벤치마크 효과 기대

피혜림 기자공개 2021-10-08 08:12:08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7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달러·유로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슈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고조됐지만 안전자산으로서 입지를 굳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우량 투자자를 대거 포섭한 것은 물론, 풍부한 투심에 힘입어 금리를 절감하는 효과 또한 누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번 조달에서는 채권시장 내 한국의 달라진 입지가 한층 부각됐다는 평가다. 통상 한국물의 경우 아시아 기관이 70% 가량의 물량을 가져가지만 이번엔 유럽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중앙은행 등 우량 투자자가 대거 몰려 있는 유럽 기관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AA급 국가 크레딧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투자자를 사로잡는 모습이다.

◇외평채 발행 흥행, 변동성 고조 속 조달 분위기 반전

정부는 이달 15일(납입일 기준) 5억달러와 7억유로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한다. 6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자자 모집을 진행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달러와 유로화 각각 10년물, 5년물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에서는 정부의 시장 선도 의지가 돋보였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9월초 북빌딩(수요예측)을 준비했으나 그달 22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것을 고려해 시기를 미뤘다. 조달 호조기를 겨냥하기 보단, 변동성이 고조되는 시점을 낙점해 한국물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단 각오였다.

실제로 지난달 FOMC 이후 시장 분위기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테이퍼링과 내년 금리 인상 등이 예고되자 미국 국채금리가 반등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과 판타지아(화양년홀딩스)의 달러채 이자 미지급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 내 우려 역시 커졌다.

녹록지 않은 조달 환경이었지만 대한민국 정부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굳건했다. 북빌딩에서 달러채에 집계된 주문은 21억달러를 웃돌았다. 발행액의 4배 이상이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유로화채권 역시 발행액(7억유로)의 6배 수준의 자금이 몰렸다.

흥행에 힘입어 기획재정부는 달러채 가산금리(스프레드)를 10년물 미국 국채금리(10T)에 25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한국물 10년물로는 사상 최저 스프레드다. 쿠폰(coupon)과 일드(yield)는 각각 1.75%, 1.769%다. 금리 상승 기류 탓에 이같은 저금리 조달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달의 성과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유로화채권의 경우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달성했다. 당초 이니셜 가이던스(IPG, 최초제시금리)로 미드스왑(EUR midswap)에 35bp를 더한 수준을 제시한 후 스프레드를 13bp까지 끌어내린 결과다. 실질 발행금리는 -0.053%로, 쿠폰금리를 제로(0)로 설정해 이자를 내지 않는 대신 할증 발행하는 형태다.

◇안전자산 입지 부각, 우량 기관 관심…한국물 위상 제고

이번 흥행은 한국 정부 채권에 대한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시장 변동성이 고조됐던 탓에 기관들의 안정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풀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크레딧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뢰가 상당하다. 무디스와 S&P, 피치는 대한민국 정부에 각각 Aa2, AA,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물은 나날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우량 국가 신용등급은 물론, 국내 이슈어들의 꾸준한 발행 등으로 각국 기관과 신뢰를 쌓아온 결과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두드러졌던 유럽 등에서 점차 한국물 투자 비중을 늘려간 배경이다.

외평채 조달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달러화채권의 경우 유럽·중동(EMEA)이 60%를 배정받아 가장 많은 물량을 가져갔다. 통상 한국물은 아시아 배정 비율이 압도적이었지만 이번에는 32%를 할당받는 데 그쳤다. 8%는 미국 몫이었다.

중앙은행과 은행 등 우량 투자기관의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유럽의 경우 다양한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비교적 많다. 더욱이 아시아 기관들이 담기에는 한국 정부채의 가격 부담이 높아진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유로화채권의 경우 그린본드(green bond)로 유럽 투자 흐름에 발을 맞춘 점 역시 주효했다. 아시아 국가의 정부가 유로화 그린본드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장의 본고장을 겨냥해 투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시아 이슈어의 유로화채권 발행량이 미미했던 탓에 이번 채권의 희소성 등이 부각됐다는 후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번 발행을 시작으로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AA급 국책은행의 외화채 발행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외평채 발행을 통해 형성한 벤치마크 금리가 이후 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딜은 BoA메릴린치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간, KDB산업은행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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