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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호 미래는]1기와 달랐던 2기 CEO 역할②1기는 위기관리, 2기는 신사업 올인…지주사 출범으로 만들어진 판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26 07:35:57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임기 막바지 '레임덕'에 빠질 법도 하지만 되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새정부 출범 이후 내내 따라붙었던 중도 하차 가능성 역시 이같은 기세에 어느 정도는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도 좋았다. 마침 불어닥친 2차전지 열풍으로 그룹 시가총액이 1년새 2배 가까이 뛰며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벨이 2기 막바지를 지나고 있는 최정우호를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한다."

2018년 6월 포스코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최정우 당시 포스코켐텍 사장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내정하며 위와 같은 이유를 밝혔다.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으로 회장까지 오른 배경에는 비철강 강화라는 포스코의 숙원이 있었다.

◇순조로운 출발…위기관리 능력 보여준 1기 막바지

최정우호는 2018년 7월 21일 출범했다. 딱 5년을 채웠다. 임기 초반은 순조로웠다. 전임자였던 권오준 전 회장이 사업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쓴 결과 포스코를 비롯한 전 계열사 경영 상태가 한층 건실해진 상황에서 회장에 올랐기 때문이다.

전임자와 코드도 비슷했다. 최 회장은 권 전 회장 시절 3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실장과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그룹 내실화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순항하는듯 했던 최정우호는 2020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철강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포스코 역시 업황 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실적 하락을 감내해야 했다. 2020년 포스코는 연결기준 매출 57조원대를 내는 데 그쳤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60조원대가 무너졌다. 영업이익 역시 4년 만에 2조원대에 머물렀다.

위기는 자연스럽게 기회가 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포스코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하반기 이미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에 따른 경기 침체를 전망하며 비상경영 체제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최 회장이 주력한 건 유동성 확보였다.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재무구조가 건실해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포스코는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2020년 2분기 창립 이후 처음으로 별도기준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선제적 유동성 확보 전략 덕분에 현금성자산은 증가했다.

당시 아르셀로미탈, 일본제철 등 다수 글로벌 경쟁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포스코는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무디스는 그 배경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위기대응력 △부채가 적은 견고한 재무구조 △높은 현금성자산 보유에 따른 재무유연성 등을 제시했다.


◇2차전지 소재에 올인한 2기…올인 판 깔아준 지주사 전환

2기는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 회장은 연임 의사를 이사회에 처음 밝힐 때부터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랬던 만큼 2기는 2차전지 소재 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중심에는 포스코퓨처엠이 있다. 최 회장은 첫 임기를 지내던 2019년 3월 포스코켐텍의 음극재, 포스코ESM의 양극재 사업을 일원화했다. 당시 만들어진 통합법인이 현재의 포스코퓨처엠이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포스코켐텍을 통해 음극재 사업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2011년에는 포스코ESM을 설립해 양극재 사업에도 진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규모나 실적에서는 포스코가 여전히 월등하게 앞서지만 성장세만큼은 포스코퓨처엠과 비교가 되지 못한다. 2022년 포스코 매출이 5% 증가할 동안 포스코퓨처엠 매출은 65% 늘었다. 포스코가 적자를 낼 때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은 1년새 440억원 증가했다.

주가는 시장의 기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1년 사이 292% 급등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최근 제시한 2030년 추정 매출은 41조원이다. 불과 4년 전 내다봤던 2030년 추정 매출은 17조원에 그친다.

오랜 기간 그룹의 숙원이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비철강 강화가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워진 것도 2기에 들어서면서다. 비철강 사업은 실제 철강 사업의 부진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수준으로 성장했다.

포스코그룹의 지난해 실적은 비철강 계열사들이 견인했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4조8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비철강 사업의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35%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27.2%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분위기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철강 사업과 달리 2차전지 사업은 한동안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최 회장의 행보는 2차전지 소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철강 사업을 하는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이 대표이사로서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전통 철강맨이다. SNNC 대표를 지낸 2년여 정도를 제외하면 포스코에서만 몸담았다.

최 회장은 김 부회장에게 사업회사 포스코의 전권을 넘기면서 사실상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포스코나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 굵직굵직한 자회사 외에 지분투자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여러 2차전지 소재 관련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회사 대부분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단계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대표이사 역시 직급이 부장~전무급으로 최 회장과 비교하면 훨씬 낮다. 최 회장이 철강이라는 무겁고 쉽지 않은 사업에서 벗어나 지주사 회장으로서 2차전지 사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판이 포스코홀딩스 출범을 통해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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