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기업]코로나19 직격탄 '블리스팩', 무리한 확장 시도 '회생신청'모험자본 100억 유치,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
이명관 기자공개 2023-07-26 09:02:12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블리스팩'이 끝내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회생신청에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낸 게 원이이 됐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추진했던 M&A도 무위에 그쳤다. 블리스팩은 화장품 용기 제조사다.ㅁ
21일 VC업계에 따르면 블리스팩이 지난 10일 수원회생법원에 회생개시절차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난달 중순 재판부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회생채무액에 대한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절차를 임의로 진행할 수 없게 한 절차다.
향후 재판부는 신청서와 각종 자료들을 검토한 뒤 블리스팩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블리스팩은 법무법인 여명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었다. 법무법인 여명에서는 임종엽 변호사가 이번 소송대리를 하고 있다.
블리스팩은 2002년 설립된 화장품 용기 제조사다. 2004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유망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특히 블리스팩은 일본과 중국, 홍콩 등지에서도 판로를 빠르게 확보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본업 외에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 상표 생산(OEM) 사업도 벌이며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모험자본 투자유치도 이끌어냈다. 이곳에 투자한 VC로는 아주IB투자를 비롯해 대성창업투자,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누적 투자액은 100억원을 상회한다.
블리스팩의 법원행은 어느정도 예견된 분위기다. 코로나19가 엄습한 2020년 직격탄을 맞고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을 거두면서다.
블리스팩은 2017년까지 적자와 흑자를 오가며 불안정안 경영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2018년 200억원의 매출과 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성장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해당 실적은 설립이래 최고치였다. 이듬해인 2019년엔 매출 281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최고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블리스팩은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블리스팩의 청사진은 산산조각 났다. 2020년 전세계를 패닉으로 몰고간 코로나19가 창궐했다. 강력한 전염성으로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는 곳들까지 생겨났다. 국경이 봉쇄되고, 생활에 제약이 생겼다. 국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수의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출길이 막힌 블리스팩은 국내위주로 사업을 꾸려나가야 했다. 수출이 불가해지면서 총 매출은 감소했다. 문제는 쌓여가는 재고였다. 매출원가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됐다. 결국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2020년 매출 222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이었다. 특히 재고자산 폐기손실로만 46억원이 잡히면서 순손실액은 100억원이 넘었다. 대규모 적자 속에 블리스팩은 2020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이듬해인 2021년 블리스팩의 실적은 한층 악화했다. 매출은 136억원까지 줄었고,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손실규모가 늘었다. 자본잠식은 한층 심화됐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코로나19가 사그라드는 분위기로 접어든 2022년 블리스팩은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M&A를 택했다. 무리수였을까.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진했던 M&A는 결국 독이됐다.
지난해 블리스팩은 에프앤리퍼블릭이란 회사 인수를 추진했다. 블리스팩은 윈파트너스와 함께 에프앤리퍼블릭 대주주지분을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지난해 9월 맺었다. 1주당 가액은 5000원으로 총 양수도대금은 70억원이었다. 블리스팩은 절반인 35억원을 책임져야 했다. 그런데 블리스팩엔 그정도의 유동성은 없었다.
예상대로 블리스팩의 M&A는 무위로 돌아갔다. 주식양수도 계약이 취소된 표면적 이유는 양수인인 블리스팩에 있었다. 블리스팩은 매도인과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계약에 의한 권리와 의무를 제 3자에게 이전하려고 했는데, 이를 매도자 측이 인지했다. 이는 중대한 계약 위반사유이기도 하다. 블리스팩입장에서도 무리수였던 점을 인정한 셈이다.
블리스팩은 2022년 매출 286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다. 문제는 적자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에도 4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경영난은 가중됐다. 결국 더이상 버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블리스팩은 법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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