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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오른 HMM 매각]SM그룹은 왜 4.5조를 내걸었나②'비현실' 인수금액·조건 못박은 SM그룹, 그럼에도 조명받는 이유는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26 10:30:54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4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또 한번의 인수합병 신화일까, M&A 귀재의 숨은 전략일까.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HMM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자 업계에서는 그의 복심을 추론하고 있다. 사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는데 오히려 시장에서 '정말 살까'를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시선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우 회장이 내건 가격 때문이다. 우 회장은 4조5000억원 위로는 매수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시장의 최저 전망치보다도 한참 낮은 값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매수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걸었는데 이대로라면 이미 불발된 꿈이다.

가격과 조건 모두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을 하면서도 SM그룹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합병 후 HMM과의 시너지가 가장 기대되는 기업이라서다. 일단 SM그룹은 4조5000억원과 영구채의 화두를 던지며 군불만 떼던 HMM 매각전에 장작을 던지는 데는 성공했다.

◇'진담의 증거' M&A 성장기…노선확대·해운동맹 기회

우 회장(사진)이 정말 HMM 인수를 목표했다고 보더라도 타당성이 있다. 우 회장이 M&A의 베테랑으로 불릴 만큼 SM그룹의 역사가 곧 인수합병과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다. 삼라건설에서 출발한 SM그룹은 불황기와 활황기를 적절히 이용한 우 회장의 전술 덕분에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었다.

SM그룹은 2004년 진덕산업을 인수해 현재의 삼라로 바꾼다. 2008년 사들인 벡셀은 SM벡셀이 됐고 경남모직과 남선알미늄도 바구니에 담았다.

해운업과의 인연도 인수합병 덕이다. 2013년 대한해운 인수가 시작이다. 대한해운을 사들일 때 이미 내실은 좋았으나 유동성이 부실했던 기업들을 잘 뽑아 사들이면서 자산 2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2016년 한진해운 미주노선과 아주노선을 품에 안으며 현재의 SM상선을 구축한다.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창명해운, 대한해운LNG 등이 해운 계열사다.

그런 SM그룹이 HMM 인수 참전을 선언했다. SM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다방면에서 시너지가 전망된다. SM상선과의 합병으로 노선확대가 먼저고 벌크선 사업 중인 대한상선과 창명해운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가 그 다음이다.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기회도 거론된다.

SM상선은 현재 중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거치는 아주노선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HMM은 아시아와 미주노선을 포함해 유럽 해상까지 달린다. 게다가 미주와 유럽 노선이 주력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SM그룹이 HMM을 인수하면 단번에 장거리 노선 톱티어 해운사가 된다.

글로벌 해운동맹체(얼라이언스)와의 협업도 SM그룹이 노리고 있는 시너지다.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은 국내 해운사들의 숙원사업이다. 해외 대형 해운사나 해운동맹과 협업하지 못하면 점유율이며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도 2M, 디얼라이언스 등을 노크하다 2019년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디얼라이언스에는 HMM과 독일 하파그로이드, 일본 원(ONE), 대만 양밍 등이 속해있다.

SM상선 자체도 이미 경험이 있다. 2020년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머스크라인, MSC)과 아시아-북미서안 노선을 공동운항하기로 하고 2년간 협업했다. 이렇듯 SM그룹의 HMM 인수는 시너지도 예상되고 역사도 있다. 여태까지의 족적으로 봐선 또 한 번의 M&A 신화를 노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4.5조 아니면 안 산다"는 SM그룹, 현실성은

다만 SM그룹의 인수 희망가에 대한 시장 반응은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4조5000억원이라는 가격은 시장의 최저 전망치보다도 5000억원이 낮은 가격이다. 주식과 영구채가 섞여있고 유동성도 풍부하다보니 HMM의 매각가는 5조~10조원까지 예상된다. 여기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참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덧붙였다.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지분 전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구주만 보통주 1억9900만주에 해당한다. 또 산은과 해진공은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어 영구채도 처리해야 한다. 두 기관은 아예 HMM을 매각하며 10월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돌아오는 1조원 어치를 전환 후 구주에 얹어 함께 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포함하면 남은 1조7000억원 수준의 영구채를 고려하지 않아도 총합 3억9900만주가 된다. 이것만 4조원 규모다.

물론 우 회장이 HMM 인수 의사를 밝힌 때는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 전환권을 행사하고 그로 인해 보유하게될 신주 2억주까지 같이 매각한다는 전략을 공개하기 전이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의 영구채 보유는 숨겨진 이슈도 아니었고 HMM 매각전의 가장 중요한 복병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SM그룹이 4조5000억원의 희망가를 제시하며 배제할 수 없었던 부문이라는 의미다.

알고도 제시한 가격으로는 꽤 파격적인 희망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매각 딜에 사용할 카드 중 하나인 인수 희망가를 공개하고 나선 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4조5000억원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것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이라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찰에서는 1원이라도 높으면 낙찰 가능성이 높은데 비싼 금액을 제시해 가격적 우위를 점한 것도 아니면서 입찰금액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실제 인수에 뜻이 없다는 의미이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대한해운의 벌크선 WHITE WHALE 2호. 사진=SM그룹

◇인수시 차입 필수인 SM그룹, 그래도 참전한 이유는

SM그룹은 M&A로 성장한 기업답게 계열사가 많다. 이 계열사들의 자금력을 총동원하면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SM상선을 필두로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의 해운사와 철강기업 SM스틸, TK케미칼, 삼라, 삼라마이다스, 동아건설사업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 SM상선이 가장 수익성이 높고 규모가 큰 계열사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SM상선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54억원 수준이다. 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과 기타 유동금융자산, 기타 비유동금융자산 등 금융자산을 합하면 6000억원을 넘긴다.

다른 계열사들의 자금력은 SM상선에 미치지 못한다. TK케미칼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90억원이다. 삼라와 삼라마이다스, 대한해운 등의 현금성 자산도 수백억원대에 그친다. 대한해운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에스엠하이플러스가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산 금액이 약 1810억원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이 계열사로 충당 가능한 금액은 1조원가량으로 전망된다.

SM그룹이 선제시한 희망가를 채우기 위해서 약 3조5000억원의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4조5000억원으로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차입금은 더 늘어난다.

때문에 업계와 시장에서는 SM그룹의 매각 선언에 숨은 복심을 해석하고 있다. 참전 선언으로 SM그룹이 얻으면 얻었지 잃을 것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단 만에 하나 4조5000억원에 딜이 성사가 된다면 SM그룹에게는 좋은 기업을 저가에 사들인 또 한번의 트랙레코드로 남게 된다. 거론된 시너지를 모두 챙길 수 있다.

또 언급되는 것은 주가 방어다. SM그룹은 HMM의 지분 6.56%를 확보하기 위해 9500억원을 들였다. HMM이 너무 안 팔려도, 산은과 해진공이 너무 빨리 영구채를 전환해 물량을 키워도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실제로 SM그룹이 참전 의사를 밝히며 HMM 인수전이 한층 달아오른 모양새다. 여기에 영구채 전환 후 매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스피커로 전달하는 효과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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