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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호 미래는]홀딩스 출범이 바꾼 포스코그룹 회장의 조건③철강 외 신성장 사업비중 확대, '비철 전문가'에 쏠리는 시선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27 07:40:14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임기 막바지 '레임덕'에 빠질 법도 하지만 되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새정부 출범 이후 내내 따라붙었던 중도 하차 가능성 역시 이같은 기세에 어느 정도는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도 좋았다. 마침 불어닥친 2차전지 열풍으로 그룹 시가총액이 1년새 2배 가까이 뛰며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벨이 2기 막바지를 지나고 있는 최정우호를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4일 1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0년 민영화 이후 무려 22년 만의 지배구조 대수술이었다. 포스코홀딩스 출범은 많은 걸 바꿔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치로 알 수 있는 재계 순위와 주가다.

재계 순위는 한 계단 올라섰고 그룹 상장사 시가총액 합계는 급증했다. 24일 기준 6개 상장사의 시총 합계는 115조원에 이른다. 100조원을 넘긴 건 그룹 출범 이후 처음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처음 임기를 시작한 2018년 7월과 비교해도 무려 3배 넘게 증가했다.

바뀐 건 하드웨어만이 아니다. 앞으로 포스코그룹을 이끌 리더십을 세우는 기준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순위 5위 탈환…시총 합계 115조원

지주사 전환의 효과는 가장 먼저 숫자에서 드러난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위에서 5위를 되찾았다. 2010년 무서운 기세로 사세를 확장하던 롯데그룹에게 5위를 내준 지 13년 만이다.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단번에 자산이 30조원 이상 급증했다. 다만 실질 자산이 늘어나진 않았다. 물적분할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가치 약 30조원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된 영향을 받았다. 재계 순위가 한 계단 올랐다고 경영 환경 등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한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물론 지주사 체제 전환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포스코그룹이 철강 외에 에너지, 인프라, 2차전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실질 자산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2020년 말 자산 2조원에서 지난해 말 4조6000억원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당분간 지금 순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주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홀딩스는 24일 시가총액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랐다.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주가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철강 대장주에서 2차전지 대표주로 새롭게 거듭나면서다.

포스코홀딩스(옛 포스코 포함)의 역대 최고 시총 순위는 2위다. 2004년 처음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한동안 SK텔레콤, 현대차 등과 엎치락뒤치락하며 2위 다툼을 벌였으나 2015년 이후엔 10위 안팎을 오갔다. 철강업의 구조적 한계 등이 당시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후 올해 초까지만 해도 12위에 머물렀으나 2차전지 광풍을 제대로 타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주가가 오른 건 포스코홀딩스뿐만이 아니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급등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시총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5년 전과 비교하면 포스코퓨처엠이 14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5배, 포스코홀딩스는 1.9배 시총이 늘었다.


◇최정우 회장이 바꾼 '회장의 조건'

지주사 체제 전환은 포스코그룹의 하드웨어만 바꾼 건 아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통념을 깨고 그룹 회장의 인재상을 바꿔놨다. 특히 최정우 회장의 임기가 8개월가량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포스코 최정우' 역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 회장 이전까지는 현장 중심의 카리스마형 리더가 인정을 받았다면 최 회장 이후로는 최 회장처럼 업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간 철강을 가장 잘 아는 철강 전문가, 엔지니어 출신이 그룹 회장에 올랐다면 앞으로는 철강 전문가는 포스코 대표이사를 맡고,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이자 그룹 회장은 재무나 전략에서 경력을 쌓고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인물이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00년대 이후 포스코그룹 회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울대'와 '엔지니어'였다. 유상부 전 회장은 서울대 토목학과를 졸업했다. 이구택·정준양 전 회장은 각각 서울대 금속, 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권오준 전 회장도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최정우 회장은 비서울대, 비금속, 재무통으로 어느 것 하나 들어맞지 않는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그룹 차원에서 일종의 승부수였는데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만큼 차기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최 회장과 비슷한 과정을 밟은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이 기존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2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23 포스코 기업시민데이'에서 포항과 광양 지역에서 영상으로 참석한 그룹사 임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염재호 태재대 총장,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교수,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포스코그룹>
현재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조명을 받는 인물은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부회장 등 2명의 부회장이다. 둘은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김 부회장은 내부에서도 주류로 통하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엔지니어, 제철소장의 수순을 그대로 밟았다. 기존 회장들과 거의 같다. 2013년 포스코 계열사인 SNNC 대표이사로 2년가량 자리를 비웠던 걸 제외하면 경력의 전부를 포스코에서만 쌓았다.

반면 정탁 부회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대우그룹 출신으로 외부 출신 중 처음으로 사장에 오른 데 이어 부회장까지 올랐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했고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철강무역 업무를 담당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고 2018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철강사업본부장도 맡았다. 당시에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왔다.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와 사업회사 포스코 대표이사의 역할은 다르다. 포스코 대표이사는 현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서울과 포항, 광양을 오가야 한다.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다.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이자 그룹 회장은 철강업 자체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대신 그룹 전반의 사업을 조율하고 말 그대로 '그룹'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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