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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바이오텍의 생존전략]은퇴시기 온 창업자의 퇴장, 알테오젠 매각 예정된 수순오리온, 경영권 인수 시도…은퇴 시기 넘은 박순재 대표, 엑시트 고민 깊어

홍숙 기자공개 2023-07-28 11:28:28

[편집자주]

바이오벤처는 2000년대 들어 출현했다. 1990년대 벤처 붐 이후 10년여가 흐른 시점이다. 업계는 이들을 1세대 바이오텍이라고 부른다. 벤처 선봉에 섰던 IT 붐은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옥석가리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는 20여년째 아직도 벤처 이름표를 달고 '생존' 중이다. 이제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한다. 매각, 아이템 변경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전환점에 선 1세대 바이오텍의 전략과 방향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바이오텍 업계를 일군 LG화학 출신 창업자들이 속속 엑시트 전략을 고민 중이다. 이들 대부분 은퇴 연령에 가까운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들 창업자들은 회사의 R&D 정체성을 확립한 인물이 대다수다.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전문경영인이 R&D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알테오젠 역시 오리온그룹과의 M&A가 무산됐다는 소식으로 매각 추진 사실이 오픈됐다. 다른 1세대 창업주와 마찬가지로 은퇴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배경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전히 매각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알테오젠 비롯해 은퇴연령 가까워 지는 LG생과 출신 창업자들

오리온이 알테오젠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했다는 소식 이전에도 알테오젠은 매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알테오젠을 창업한 박순재 대표는 1954년생으로 이미 은퇴 연령을 넘었다. 여기에 회사 내 박순재 대표의 R&D를 이어 받을 후임자가 없다는 점도 M&A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요소로 꼽힌다.

박순재 대표는 아내 정혜신 박사(CSO)와 함께 회사 경영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퍼듀대에서 생화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LG화학에서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등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려왔다. 이들의 자녀 박수민 씨(34)는 현재 회사 지분(약 0.55%)만 보유할 뿐 회사 경영이나 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LG생명과학(현, LG화학) 출신 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은 이전부터 (매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대표가 이미 은퇴 시기를 맡았고 그를 비롯한 1세대 창업자들이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바이오텍을 일군 LG생명과학 출신 1세대 창업자들은 이미 은퇴시기를 앞두고 있다. 알테오젠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 모두 전문경영체제 혹은 자신의 R&D를 이어받은 후계구도에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박순대 대표를 비롯해 국내 바이오텍을 일군 1세대 창업자로 꼽히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조중명 전 대표(1948년생),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1956년생) 역시 은퇴 시기에 가깝다. 조 전 대표는 지난 4월 대표직을 내려 놓으며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 다만 아직까지 5.87%의 지분율을 보유하며 2대주주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LG생명과학 출신 대표들은 R&D 근간을 세운 인물이여서 이들의 뒤를 이을 후계구도 확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순재 대표는 LG생명과학에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허가를 주도하며 알테오젠의 제형 플랫폼과 바이오시밀러 생산 역량을 확립한 인물이다. 조중명 전 대표와 김용주 대표 역시 LG생명과학의 R&D를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케밀컬의약품과 신규 모달리티 신약 개발 역량을 쌓아올린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창업자들이 기술을 직접 발굴하고 개발했기 때문에 후계 구도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알테오젠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역시 비슷한 상황이며 연이은 자금조달과 지분율 축소 등으로 회사 경영을 지속하는 것에 부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러한 엑시트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선 자연스럽고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형 플랫폼 가진 알테오젠,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

알테오젠의 매각은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있다. 알테오젠은 제형 변화 플랫폼 기술력과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을 갖췄다. 때문에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대기업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분석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약물 전달 방식을 바꾸는 원천기술 '하이브로자임'을 보유했다. 자체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신물질 'ALT-B4'를 활용해 피부 아래에 작은 통로를 만들고 약물이 혈관까지 전달되도록 하는 원리다. 환자가 병원에서 4~5시간 맞아야 하는 IV 제형과 달리 SC 제형을 이용하면 환자가 집에서 5분 내로 스스로 주사할 수 있다.

알테오젠은 올해 하반기 원천기술의 주원료를 제품화한 '테르가제'의 국내 출시를 앞뒀다. 적응증은 외과 수술 후 통증 및 부종 완화로, 관련 국내 시장은 5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하이브로자임은 특허 만료를 앞둔 바이오의약품에 적용이 가능해 키트루다, 아일리아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CDMO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기술력이 전무한 대기업 입장에선 밸류만 맞는다면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해 CDMO 사업 보다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테오젠이 지속적으로 기술수출을 통해 매출원을 확보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테르가제의 출시와 기술수출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으로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기술수출 파트너사의 임상 진척으로 알테오젠은 올 상반기에만 1900만달러(약 244억원)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의 84%에 해당한다. 알테오젠이 현재까지 확보한 선급금(업프론트) 및 마일스톤은 6550만달러(약 84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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