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오른 HMM 매각]해운 지각변동 예고, 잠재 후보들의 '인수 이유'는④2M 해체 계기로 3대 동맹체제 재편 가능성…10위 밖 해운사와 물류기업에는 기회
강용규 기자공개 2023-07-28 14:21:17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업계는 해운동맹 2M의 해체라는 큰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시작되는 가운데 개별 해운사들의 전략적 협업이 나타나거나 아예 다른 해운동맹들도 해체 뒤 새로운 동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이런 상황에서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HMM은 국내 중견선사 SM상선을 보유한 SM그룹뿐만 아니라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의 시선을 끌고 있다.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HMM의 인수를 원하는 기업들의 복안은 무엇일까. HMM은 어떤 매력이 있는 매물일까.
◇ 컨테이너 해운업계에 다가오는 '규모의 경제' 전쟁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선복량 기준 1~9위 선사들은 모두 2M,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등 3대 해운동맹에 소속돼 있다. 각 동맹 소속사들은 서로 노선과 선복량을 유연하게 공유하면서 선대 확장 투자를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하는 이점을 누려 왔다.
올해 초 선복량 1위 해운사 MSC와 2위 머스크의 동맹이자 최대 해운동맹인 2M이 2025년 1월자로 동맹 해체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거대한 경쟁의 파도를 몰고 올 이슈라고 본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황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26일 기준 선복량이 517만9821만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에 이른다. 4개 해운사의 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의 전체 선복량인 502만4843TEU를 혼자서 웃도는 규모다. 머스크 역시 415만2658TEU로 규모가 작지 않다. 2M의 해체는 새로운 해운동맹이 2개 생겨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해운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할 때 개별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날 기준으로 MSC의 오더북(주문을 확정했으나 아직 인도받지 않은 선박)은 147만2580TEU로 집계됐다. 현재 선복량의 28.4% 규모이며 8위 해운사인 HMM의 선복량을 2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3위 CMA-CGM가 122만5555TEU, 4위 COSCO가 92만7390TEU, 6위 에버그린이 84만650TEU의 오더북을 기록하며 몸집 불리기를 준비하고 있다. 에버그린의 경우는 오더북이 현재 선복량의 50.2%에 이를 정도로 공격적이다.
HMM은 오더북이 26만5027TEU로 현재 선복량 79만2074TEU의 33.5% 수준이다. 다만 2026년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120만TEU까지 늘리겠다는 투자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상위 해운사들 못지 않게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컨테이너 해운업 판도의 불확실한 미래
눈길이 가는 것은 선복량 2위 머스크의 행보다. 40만6581TEU의 오더북은 현재 선복량의 9.8%에 그친다. 이는 머스크가 해운에만 집중하지 않고 육상과 항공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019년 물류 포워딩 자회사 담코(DAMCO)에 머스크 육상물류부문을 넘겨 통합한 뒤 글로벌 육상물류기업들을 잇따라 인수 중이다. 2005년 손을 뗐던 항공화물사업도 지난해 자회사 머스크 에어카고를 통해 재진출했다.
업계에서는 MSC의 경우 단독으로도 해운동맹과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머스크의 경우는 여전히 동맹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복량 확대 투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머스크만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현재 기준의 오더북이 모두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2위 머스크와 3위 CMA-CGM은 순위가 바뀐다.
상위 10위권 해운사로 범위를 넓혀 보면 머스크와 CMA-CGM뿐만 아니라 다른 4~10위 해운사들 역시 오더북 실현 시 순위가 바뀌는 곳들이 많다. 즉 2M을 제외한 상위권 해운사들은 동맹 내에서의 입지가 달라지는 가운데 새로운 미래 전략을 구상할 당위성이 있는 셈이다. 즉 머스크가 새로운 동맹을 찾고자 움직인다면 이들은 구애의 대상이 된다.
해운정책저널(Maritime Policy and Management Journal)의 연구에 따르면 해운동맹은 불안정한 연합체로 필요에 따라 재편되거나 해체될 수 있다. 오션 얼라이언스의 계약 만료연도는 2027년, 디 얼라이언스의 만료연도는 2030년이며 머스크의 움직임에 따라 이 계약은 만료연도에 끝나거나 혹은 그 이전에 전격적으로 파기될 수도 있다.
2M의 해체는 3대 동맹에 의해 상위 해운사들 위주로 꾸려진 지금의 시장 판도가 변화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온 HMM은 10위 아래에 위치한 국내 해운사들에게 시장 입지 강화의 커다란 기회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속속 나타나는 인수 후보군들, HMM 통해 어떤 그림 그리나
HMM 인수전은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던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빠르게 인수 의사가 없음을 공언하면서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러나 SM그룹이 가장 먼저 참전 의사를 밝혔고 히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이 투자설명서를 수령하는 등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열기가 오르는 분위기다.
SM그룹은 우오현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컨테이너 해운계열사 SM상선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미래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SM상선은 2016년 한진해운 파산 당시 SM그룹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과 아주노선을 사들여 설립한 기업이다. 선복량 6만8620TEU의 글로벌 27위 컨테이너선사다.
업계에서는 SM그룹이 HMM 인수에 도전하는 것을 놓고 단순히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주노선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주노선은 구주노선과 함께 물동량이 많고 수익성이 좋은 노선으로 꼽히며 HMM의 경우는 매출의 40~50%가 이 노선에서 나온다. 반면 SM상선의 주력은 아주노선이다.
하림그룹의 경우는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해운업을 영위하고 있다. 팬오션은 벌크선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가운데 비벌크 분야의 사업 중 하나로 컨테이너선 사업을 육성 중이다. 다만 팬오션의 컨테이너선사업은 근거리인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선복량 순위도 1만2534TEU의 70위에 그친다. HMM은 하림그룹이 팬오션의 비벌크사업 육성 과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매물이다.
동원그룹과 LX그룹의 경우는 기존 물류사업과 HMM의 컨테이너선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눈앞의 해운시장이 격랑을 마주하고 있기는 하나 HMM은 이미 2026년을 목표로 선대 확장투자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동원그룹과 LX그룹은 이 투자계획을 유지하면서 해운업 노하우를 체득해 시너지를 본격화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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