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생각하는 엑스포는 엑스포 통해 지구촌 난제 해결 강조...엑스포 '온라인판' 출시해 각국 설득
정명섭 기자공개 2023-07-28 09:37:44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14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30년에 열리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고 있는 기업인을 꼽으라면 단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다.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그에게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졌다. 이는 정부 주도의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다. 다른 공동위원장은 한덕수 총리다. 최 회장의 자리는 경제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중압감이 컸다.
이같은 시기에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위원장직을 수락한 건 큰 결단이었다. 비자발적으로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열의는 그 누구보다 앞선다. 해외 곳곳을 누비며 진행한 엑스포 관련 미팅만 680회에 달한다. 그의 행보를 보면 25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기업가 정신이 깔려 있다. 실제로 그의 엑스포 유치 철학이 그룹 경영 철학과 동일시될 정도다.
◇"부산엑스포는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엑스포 '온라인판'도 선봬
"왜 한국이 엑스포 개최국이 돼야 하나요?" 최 회장이 26일 외신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보다 앞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최대 1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도 밝혔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이에 한국이 엑스포 개최국에 선정될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한 최 회장의 답은 "(부산엑스포는) 이전에 열린 엑스포들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엑스포는 인류가 쌓아온 산업·기술 발전 성과를 소개하는 행사다. 쉽게 말해 미래 발전 전망을 보여주는 장이다. 경제·문화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의 형태나 성격을 기존과 다르게 정의했다. 그는 엑스포가 개최국의 기술 역량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최 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인 '신기업가 정신'과 일치한다. 기업가 정신이 사업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봬 가치를 창출하는 의지라면 신기업가 정신은 한발 나아가 기업의 역할을 지구촌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주체로 확장한 것이다.
최 회장이 'WAVE(웨이브)'라는 온라인 솔루션 플랫폼을 선보인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웨이브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전 세계인의 아이디어를 모아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다. 쉽게 말해 엑스포의 온라인판이다. 이곳에는 61개 국가가 가진 사회문제들이 제시돼있다. 참여자 누구나 당면과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아이디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엑스포는 성격상 하드웨어 혹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쇼케이스나 전시장이어서 6개월 이후에는 대부분 (시설 등을) 다 부순다"며 "이에 더 의미있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부산엑스포에서는 각 나라가 갖고 있는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솔루션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웨이브를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핵심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사이트(웨이브)를 외국에 가서 보여주면 다들 상당히 신기해한다"며 "우리가 진심으로 이 문제와 그 나라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확인할 수 있으니 롱텀 릴레이션십(관계)을 구축하고 엑스포를 유치하는 데에도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 보호무역주의 속 신규시장 진출 기회될 것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를 사업적 관점에서도 한국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대한상의가 개최한 제주포럼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속에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어 "결국 우리가 상대하지 않았던 곳을 상대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과 관계가 없던 신규 시장까지 개척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하는 엑스포 준비 활동이 국내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 시장이 과거에는 WTO 체제에서 하나의 원마켓처럼 행동되고 했었지만 지금은 전부 파편화되다 보니 한국 같이 수출을 위주로 하는 국가들이 힘들어졌다"며 "이에 과거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작은 시장도 찾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해졌다. 엑스포 활동은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하반기는 더 분주하다. 그는 11월 엑스포 개최국 발표를 앞두고 막판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오는 10월에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엑스포 세미나와 갈라 디너 행사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K팝 같은 문화 콘텐츠를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하반기에) 서울보다 파리에 가 있는 시간이 많아질 공산이 크다"며 "승부는 파리에서 나게 돼 있어 앞으로 할일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반대편에 섰다고 알려진 중국도 직접 설득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에 부산에서 엑스포가 열리면 2035년 유치 계획이 틀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몇 달 전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중국에 같이 가서 새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부탁했다"며 "그외 여러 경로와 얘기를 통해 노력하고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더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깊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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