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중간 지주사 발돋움 '코미코', 확장의 시간 빨라진다②지배구조 개편 '미코세라믹스' 인수, 부품 사업 시너지…글로벌 추가 투자 고민
안성(경기)=신상윤 기자공개 2023-08-01 07:27:54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코세라믹스 인수로 사업 아이템은 늘어났고, 글로벌 칩메이커와의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어 상호 시너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지난 25일 경기도 안성시 코미코 본사에서 만난 이상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반도체 부문에서 코미코를 중간 지주사로 올려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이 핵심"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코미코, 기관·외국인 투자자 IR 문의 쇄도
미코그룹은 올해 5월 말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달 초 매듭지은 지배구조 개편은 반도체 장비 세정 및 코팅 기업 '코미코'가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부품을 만드는 '미코세라믹스'를 인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매도자는 미코그룹 지주사인 코스닥 상장사 '미코'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중간 지주사로 발돋움한 코미코는 미코세라믹스 지분 47.84%를 1325억원에 인수했다. 코미코 첨단소재사업부와 관계사 미코바이오메드 주식을 포함해 현금 1009억원 등이 미코로 넘어갔다. 코미코로선 자금 유출 부담이 없진 않았지만 원활한 현금흐름이 강력한 무기가 됐다.
삼성전자가 미코세라믹스 2대주주로 있는 만큼 사업 확장에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미코세라믹스가 연간 120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거두고 있는 점도 외형 확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향후 미코세라믹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으로 구주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
시장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미코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결정한 올해 5월 이후 코미코 주가는 1만원 이상 오늘 6만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주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코미코의 선전은 눈에 띈다.
코미코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공시 후 최근까지 IR과 컨퍼런스콜 등이 이어진 가운데 주주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자금 활용 방식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지만 미코세라믹스 성장성과 함께 코미코와의 사업적 접점 등을 설명하면서 주주들의 이해도를 높인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라믹 기반 반도체 장비 세정·코팅 기술 강화, 美·中 비롯해 해외 비중 확대
미코세라믹스 인수로 코미코 사업군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주력 사업은 반도체 장비 세정과 코팅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 중 식각이나 증착 공정 중에는 미세한 파티클 등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오염물질이 누적되면 고가의 장비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고장이 날 가능성도 있다.
코미코는 이런 장비들을 들여와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코팅해 다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안성공장을 찾은 차에 코미코의 코팅 작업 일부를 엿볼 기회가 있었다. 그동안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던 공간이다. 코미코 안성공장 3층에 위치한 코팅 작업장은 외부 먼지 등을 털어내는 에어샤워 시설을 지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만난 공간은 반입된 장비을 전산에 등록하는 곳이다. 장비마다 부여된 일련번호를 기반으로 과거 코팅 처리를 받은 횟수나 특이사항 등을 확인해 고객과 이력을 함께 관리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마친 장비가 세정 작업을 마치면 작업자들이 연한 노란색 테이프로 코팅이 필요 없는 곳을 마킹하는 일이 이어졌다.
이날 테이프 마킹 작업은 반도체 챔버장비에서 분리된 원형의 부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테이프 마킹 작업을 마친 부품은 자동화 코팅 기계가 있는 공간에서 코미코의 세라믹 소재 배합기술로 제조한 물질로 코팅된다. 세라믹 파우더를 녹여서 만든 코팅 재료는 붉은색 빛을 내며 반도체 장비에 플라즈마 코팅이 이뤄지고 있었다.
코미코 관계자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공정에 맞는 코팅을 제공함으로써 장비 교체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세라믹 파우더를 배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코미코가 지속적으로 R&D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세정은 1박2일 이내, 코팅은 2주 이내에 작업을 마쳐 고객사에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코미코 사업장은 칩메이커의 생산기지와 인접한 곳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인텔이나 TSMC, Micron 등을 고객사로 둔 코미코 사업장이 한국을 포함해 5개 국가에 8곳에 흩어진 이유다. 미국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법인들은 모두 코미코 100% 자회사다.
미국 힐스보로(Hillsboro)와 피닉스(Phoenix) 등은 가장 최근에 투자가 이뤄진 곳이다. 다만 투자가 이뤄진 후 전방 시장 침체로 칩메이커들이 가동률을 낮춰 투자금 회수까지 이어지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코미코는 반도체 공정이 첨단화 및 나노화되면서 정밀 세정, 코팅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미코가 추가 투자의 기회를 고민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코미코는 부지 매입부터 진행했던 기존의 투자 방식과 더불어 현지 법인이나 사업장을 인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형 성장에 세라믹 부품 사업 시너지, ESG·자동화 추진
코미코는 미코세라믹스를 품으면서 기존 반도체 장비 세정 및 코팅 사업 외에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부품 사업을 더하게 됐다. 이는 올해 약간의 부침이 전망되는 코미코 연결 실적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코미코는 미코세라믹스 인수 전인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31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9.4%, 영업이익은 59.1% 줄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반도체 칩메이커들이 재고 감산을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코미코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말을 전후해 전방 산업의 업사이클이 기대되는 가운데 코미코는 미코세라믹스 실적 편입으로 전체적인 외형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코세라믹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333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으론 지난해 기록한 매출액 1218억원과 영업이익 246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코미코로선 기존 주력 사업만으론 부침이 예상됐으나 미코세라믹스 인수로 외형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미코세라믹스의 반도체 장비 부품 사업과 연계해 기존 고객사에 공급 등도 가능한 상황이다.
코미코가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중간 지주사로서 효율적인 의사결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코미코는 글로벌 사업 환경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코미코 관계자는 "화학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인 만큼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드라이 세정 방식 개발 등에 나선 상황"이라며 "여기에 세정 및 코팅 기술의 자동화 등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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