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벤처생태계에 유입되는 유동성은 풍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제2 벤처붐 시대를 열기 위한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이 적절하게 공급되면서 벤처생태계에 활기가 넘쳤다.유동성 파티의 시대였다. 2010년대 후반부터 벤처캐피탈 유동성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는 투자와 펀드레이징 부문에서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유동성이 절정에 달했다.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벤처기업은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벤처캐피탈 투자 재원이 불어나는 사이 벤처기업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오히려 2021년과 2022년초까지 벤처캐피탈 사이에선 밸류에이션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투자를 못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의 결과물이었다. 두둑해진 자금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더라도 서로 베팅하겠다는 운용사가 많았다. 그만큼 투자 경쟁이 치열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벤처캐피탈 시장이 얼어붙었다. 벤처펀드에 출자하려던 민간자금 경색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유동성이 말라가자 벤처캐피탈은 당연히 투자에 신중해졌다.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못먹어도 고’를 외치던 벤처기업도 몸값 올리기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벤처기업 밸류에이션이 조정기로 접어든 배경이다.
다만 밸류에이션 조정기를 바라보는 투자자와 벤처기업의 시선은 상이하다. 벤처캐피탈에선 밸류에이션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있다. 반면 벤처기업에선 지금이 ‘비정상’ 시기인 만큼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의 몸값이 정상이었다고 보고있다.
최근 심사역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밸류에이션 조정기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밸류에이션 조정기라고 하지만 예상했던 것 만큼 몸값이 낮아졌는지 체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당장 돈이 급한 기업이라도 몸값을 크게 내리지 않는 기업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모험자본은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에 치솟았던 밸류에이션에 대해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밸류에이션을 둘러싸고 벤처기업에 무조건적인 양보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가 ‘정상’이었다고 보는 창업자, 그 시기 높은 몸값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탈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어서다.
벤처캐피탈은 쉽게 곳간을 풀지 않을 태세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상' 범주의 밸류에이션은 아직이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가 다시 활성화 되기까진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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