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좀 난감합니다. 진출 예정인 건 맞는데 아직 개발 단계이다보니 공개할 수 있는 제품이나 계약은 하나도 없어서요."얼마 전 만난 한 중견 화학사 홍보 담당자가 건넨 말이다. 그는 "주가가 올라서 좋긴 한데 그만큼 무섭다"란 말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이 회사 주가는 불과 몇 달 전 차세대 음극재를 개발하는 실증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다.
사실 음극재뿐이랴. 주가 급등 현상은 익숙하다. 사업목적에 '이차전지'만 들어가 있어도 시장에서 상한가다. 배터리 원가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양극재뿐 아니라 필수 소재인 분리막·전해액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대부분 하루 사이에 위상이 바뀌곤 한다.
다들 '뜨는 종목'으로 묶이지만 음극재와 다른 소재들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양극재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업체들이 많지만 음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전부다. 분리막과 전해액도 세계 시장에 선 국내 업체들이 있다.
아직은 전망으로 가득 찬 곳이라 그렇다. 음극재는 수명과 충전 속도를 정하기 때문에 배터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그러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탈 중국'의 흐름 속에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일단 개발부터 하고 보는 회사들이 많아졌다.
특히나 '차세대 음극재'에 대한 세간의 전망은 정말이지 최고다. 예컨대 SKC는 최근 실리콘 음극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의 단점을 보완한 소재로 에너지 밀도가 높아 충전 효율이 좋다. 중국 업체라는 벽도 높지 않다.
여지가 있고 유망해 보이지만 만만하다는 건 아니다. 사실 소재 업계는 차세대 음극재를 찾느라 수십 년 전부터 바삐 움직여 왔지만 이상하게 아직도 이를 대표할 만한 회사가 많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달려드는 일만 지금껏 계속돼 온 셈이다.
한 음극재 전문가는 "연구 역사가 20년 넘었다는 점에서 실리콘 음극재처럼 개발에 더딘 소재도 없다"라며 "흑연계 음극재로는 갈 수가 없으니까 마음 급한 대기업들은 차세대 분야에서 '우리가 해 본다'며 손들고 있는 꼴인데 결과는 장담 못 한다"고 했다.
차세대든 흑연계든 일단 음극재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려면 앞으로 3년은 더 걸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결국 시장은 차분하게 '진짜'와 '반짝'을 검증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옥석은 또다시 가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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