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만든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명예로운 퇴진 KB 사태 수습하고 조직 정비…보험·증권 M&A로 최고 금융포트폴리오 완성
김서영 기자공개 2023-08-07 11:04:24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7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사진)이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하며 9년간의 임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윤 회장은 2014년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조직을 안정화한 것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KB금융을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더해 경영승계 시스템은 완비하고 마지막으로 연임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KB금융에 안정감을 더했다.윤 회장은 회장추천위원들에게 용퇴의 뜻을 밝히며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KB금융 회추위는 윤 회장을 뺀 롱리스트를 대상으로 숏리스트를 정리하고 후속 절차를 이어가게 된다.
◇'KB 사태' 조직 안정과 치유…지배구조 선진화 장본인
윤 회장은 지난 6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이며 이미 회추위가 가동돼 후임 회장 선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윤 회장이 연임의사를 이어갔다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 9년간 이룬 성과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던 2014년 10월, 당시 KB금융은 내부 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사이의 내분이 격화된 것이다. 주 전산기 교체가 촉발한 내분은 금융감독원(금감원) 경징계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동반 사퇴로 치달았다.
일명 'KB 사태' 직후 회장 승계 프로그램에 임했던 윤 회장은 혼란을 수습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윤 회장은 "KB지주와 국민은행의 갈등처럼 여러 문제를 치유하고 봉합하는 데 누구보다 적합하다는 것을 회추위 면접에서 강조했다"며 "회추위원들이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차기 회장 취임에 성공한 윤 회장은 '그룹경영관리위원회'를 신설, 지주 회장에게 쏠린 의사결정 권한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이는 경영구조 개편과 안정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윤 회장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이 조직원을 포용하고 치유하는 데 특효약이었다.
이렇듯 조직 안정과 지배구조 업그레이드에 힘 써온 윤 회장은 경영승계절차를 근본적으로 개선시켰다.
KB금융 회추위는 선정 절차의 합리적인 운영과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회장 자격 요건'과 '회장 후보 추천 절차 세부 준칙'을 개편했다. 구체적으로 최소 자격 요건을 구체화했으며 △충분한 검증 기간 확보 △평가 방식 개선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기회 제공을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앞서 6월 29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KB금융 회장 인선 절차가 업계 모범을 쌓는 절차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평가 기준, 후보 선정, 그리고 후보에 대한 공평한 기회 제공이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부탁과 기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당국의 메시지를 감안해 경영승계절차를 손보도록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 M&A로 비은행 강화…순이익 3배 이상 성장, '리딩금융' 증명
윤 회장 재임 기간동안 KB금융그룹의 성장속도도 무척 빨랐다. KB금융의 성장 배경에는 윤 회장의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이 있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1973년 옛 한국외한은행에 입행해 1980년까지 은행원으로 생활했다. 이후 회계사로 전환해 1980년부터 2002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상무이사, 전무이사, 부대표 등으로 활약했다. 2002년 KB국민은행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 및 부행장(CFO, CSO)을 지냈다.
윤 회장은 회계사로 일하면서 재무 및 전략기획통의 면모를 쌓아갔다. 삼일회계법인에 재직할 당시 동아건설 워크아웃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아갔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의 성장 전략을 짜는 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KB금융의 과감한 인수합병(M&A)에도 윤 회장의 역량이 발휘됐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의 M&A를 주도했다. 이를 통해 비은행 사업을 강화, 국내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를 갖춘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7년에는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4년 뒤인 2021년에는 4조409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처음으로 4조원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에도 4조121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2년 연속 4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해인 2014년의 당기순이익 1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8년 사이 '3배 이상' 확대됐다. 임기 마지막인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면서 국내 대표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윤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이자 존경받는 리더 중 한 명"이라며 "그가 이사회에 보여준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존중하는 모습은 KB 지배구조의 틀을 만드는 기회가 됐고, 미래의 CEO에게도 좋은 전통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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