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빅바이오텍 노린 일동제약, '결자해지' 결단만 남았다②R&D 비용 제거하면 '흑자', 그룹 전체적으로 지배구조 개편…다수 임상 전략 고심
최은진 기자공개 2023-08-09 09:00:25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08:4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자해지' 일동제약의 재무악화는 결국 연구개발(R&D)에서 풀어야 한다. '신약'이라는 지향점과 '제약'이라는 기존사업이 한데 어우러져 이도저도 안되는 적자상황까지 치달은 데 따른 결단이 필요하다. 쉽게는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성과일 수도 있고 지배구조 측면에선 '독립'이 필요하기도 하다.일단 일동제약은 파이프라인에 대한 '성과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당장 나오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고민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그룹 전체적으로 '합병' 등을 통해 지배구조 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점이다.
◇1000억대 R&D 제외하면 400억 안팎 흑자, '연구지속' 방점 지배구조 고민
일동제약이 매년 집행하는 1000억원대 R&D 비용을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첫 적자가 시작된 2021년 실적을 기반으로 추산해보면 40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돌아선다. 2022년도 352억원 흑자, 2023년 1분기도 95억원 흑자가 된다.
R&D 강화를 위해 뽑은 인력과 이를 독려하기 위한 급여인상 등 간접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흑자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R&D를 떼어내면 일동제약은 탄탄한 흑자구조과 재무기반을 갖추게 된다.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쏟을 영업직원의 인센티브나 그외 접대비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계산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R&D를 뺀 일동제약, 즉 기존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환경까지 주어지면 업계 7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중상위권 제약사 입지가 굳건한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제약과 바이오텍이 한데 뒤엉킨 현 구조의 일동제약은 당장 대규모 기술이전이 없는 한 흑자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 기술이전 성과가 있다고 해도 일회적이기 때문에 적자로 다시 전환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R&D를 포기하거나 적정선으로 축소하는 방안, 혹은 지배구조 개편을 고민해야 하는 결단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R&D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효율과 스피드를 높이고 기술이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정도의 전략을 공개했을 뿐이다. 이제는 '성과중심'으로 R&D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동제약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가지가 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파트너십 혹은 기술이전,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이다. 최근 일동홀딩스를 중심으로 자회사 합병 등 안되는 사업을 통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건 의미있는 지점이다.
지난 5월 일동홀딩스는 완전 자회사 일동히알테크를 또 다른 자회사 루텍에 흡수합병 시켰다. 일동히알테크가 해마다 1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건 물론 300억원의 부채부담, 그리고 자본잠식까지 이어지면서 독자적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루텍은 120억원의 매출로 1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며 꽤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일동홀딩스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오너 3세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재 경영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동제약그룹 전체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일동제약그룹은 일동제약 자체적으로 말고도 자회사 아이디언스 등을 통해서도 신약연구를 하고 있다.
◇당뇨·파킨슨 등 다수 임상 돌입, 이뮤노-사이토카인 플랫폼 공개임박
지배구조 개편 외 기술이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의 경쟁력 유무도 들여다볼 지점이다. 현재 화학합성 신약 8건, 바이오 신약 1건 등 총 9건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2021년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로부터 도입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가 품목허가를 진행중인 건을 제외하면 8건의 파이프라인이 개발 중이다.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상 1상 진입한 건이 3건 나머지는 비임상 단계다. 이 가운데 일동제약이 눈여겨 보는 파이프라인으로는 위산 관련 치료제 과제와 당뇨병 치료제 과제 2건, 파킨슨 치료제로 좁혀진다.
위산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ID120040002'는 P-CAB 기전으로 HK이노엔이 내놓은 케이캡정과 유사한 약물이다. 이미 시장에 출시 돼 있는데다 제일약품, 대웅제약 등 경쟁사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만큼 속도감이 필요하다. 작년 12월 임상 1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으로 일동제약은 빠르게 임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 해외 선진시장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하기 위해 해외사와 접촉하고 있다.
파킨슨 치료제 'ID120040002'의 경우엔 미국에서 임상을 하기 위해 막바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이전 혹은 파트너십을 통한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당뇨병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ID110521156'는 국내 임상 1상을 위해 IND를 신청했다. 비임상 단계인 안구건조증 파이프라인인 'ID110410395'는 임상에 돌입할 방침이지만 한국보다는 미국을 겨냥하고 고민 중이다.
이외 공개되지 않은 파이프라인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이뮤노(immuno)-사이토카인(cytokine)' 플랫폼 프로젝트다. 사이토카인을 조절해 면역항암제 효능을 증강하는 플랫폼으로 파악된다. 이 안에는 약 10여개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시중의 블록버스터급 항암 신약들이 타깃으로 하는 적응증들을 아우르면서 기존 약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상표도 이미 만들어놨을 정도로 구체적인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R&D 파이프라인을 보면 내년부터 임상에 진입하는 건들이 다수가 발생한다. 기술이전 성과 역시 어느정도 임상 데이터가 도출된 이후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출혈이 예상된다. 일동제약은 빅파마 외에도 국내 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소형 제약사들이 대상이다.
일동제약 내부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위기라고 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R&D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또 실제 진행되고 있는 건들이 상당하다"며 "효율적으로 개발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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