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밸류 분석]'전장'에 힘 받는 LG디스플레이, 기업가치에는 어떤 영향차량용 OLED 시장 선점 성과 있으나…매출·캐파 확대 관건
김혜란 기자공개 2023-08-16 10:35:41
[편집자주]
테크(Tech) 기업은 원재료 가격과 판매단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큰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테크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만큼 밸류에이션도 글로벌 추이에 따라 움직인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동력은 실적이지만, 글로벌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기업의 기존 사업과 신사업 전략 등이 방향성을 잘 맞춰가고 있는지를 투자자들은 평가한다. 더벨은 각 테크기업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밸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요인과 변수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영향을 가장 크게 주고 있는 건 매출 비중이 큰 TV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용 중대형 패널사업부문의 실적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다 전방산업이 침체돼 기존 주력 사업 부문이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자 주가도 발목을 잡혔다.LG디스플레이가 성장 정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키우고 있는 신사업은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압도하고 1위를 선점했고, 올해 글로벌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Bosch)로부터 '최우수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도 가시화되며 사업에 활력을 돌고 있다. 다만 실제로 당장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 경쟁력 부각되는 LGD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조원의 차량용 패널 수주를 따내는 등 안정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TV와 모바일 등 패널은 시장환경 변화에 민감한 '수급형' 사업인 반면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완성차에 들어갈 패널 부품을 미리 주문받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수주형'이다. 사업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주형 사업 비중을 높여가는 게 LG디스플레이의 전략적 과제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도 기존 주력 사업이던 스마트폰과 TV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하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힘을 싣고 있다. 제품별 판매 비중(매출액 기준)을 보면 TV용 패널 24%, IT용 패널(모니터, 노트북PC, 태블릿 등) 42%, 모바일용 패널 기타 제품 23%, 차량용 패널 11%로, 아직은 매출 비중이 10%대인 만큼 성장 여력이 크기도 하다.
TV나 모바일 패널 쪽에 비해 성장성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 전망치를 당초 89만대에서 148만대로 수정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45% 성장해 2027년에는 출하량 9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상태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옴디아 조사 결과 지난해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LG디스플레이가 65.9%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잇고 있다. 최근 보쉬가 글로벌 3만5000여곳 협력사 중에서 최상위 0.1%만 선정하는 최우수 공급업체로 LG디스플레이를 선정한 것만 봐도 그만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밸류에이션 영향은 왜 미미할까
다만 신사업 성과가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매출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하고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분기 이전까지만 해도 2만원대에 근접했던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9일 종가 14120원으로 마감하는 등 올해 내내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차량용 OLED는 이제 성장하는 시장이라 캐파 자체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구미 E5라인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으나 정확한 캐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OLED 패널 공급처는 메르세데스 벤츠 프리미엄 라인과 제너럴모터스(GM) 캐딜락 등 일부 프리미엄 모델에 한정돼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지금 캐파로 원가를 낮추기는 제한적"이라며 "미래 성장성 측면에선 부각되지만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하는데 그게 아쉬운 국면"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업부문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성장성이 부각되더라도 주가 자체를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란 얘기다. 아직 차량용 OLED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는 있어도 필수재는 아니어서 양산 캐파를 늘리기 제한적이다 보니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고 이렇다 보니 수익률을 당장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도 어렵다.
앞선 관계자는 "LG전자도 전장 부문만 연간 매출이 10조원 규모고, 삼성전기가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매출 20%가 달해도 주가를 버텨줄 힘이 될 뿐 주가를 밀어 올리기엔 버거운 것"이라며 "시장에서 신사업 규모 자체가 기존 IT부문만큼 치고 올라와야 하고 가격 수용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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