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조광피혁 불편한 동거]애증의 '20년 동행' 마침표 찍을까②2007년부터 매집 지분 15% 육박, 블록딜 통한 엑시트 타이밍 가늠…조광피혁 "타협 불가"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29 07:40:47
[편집자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주식농부)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화와 같은 존재다. 슈퍼개미로서 연 수익률 50%를 넘어서며 한때 자산가치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다. 반론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투자 패턴을 거듭하고, 법의 경계에 서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조광피혁 투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출구(엑시트)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더벨은 주식농부와 조광피혁의 불편한 동거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3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혁 및 자동차 시트커버 제조사 '조광피혁'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필명 주식농부)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박 대표의 투자원칙인 '농심(농부의 마음)'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매집하며 한때 개인 1대주주(현 개인 2대주주)의 지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유통량 문제로 대량 매물의 엑시트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박 대표는 조광피혁의 주주친화, 투명 경영을 강조하면서 주주제안, 내부거래 관련 소송전 등 다양하게 공성전을 펼치고 있지만, 현 경영진에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자의 골만 깊어졌다. 여기에 시세조종 문제로 유죄판결을 받은 투자자 강 모 씨와의 관계 등이 거론되면서 명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박 대표의 조광피혁 지분율은 개인지분 12.37%를 비롯해 박 대표의 투자회사인 스마트인컴 2.41% 등 총 14.78% 수준이다. 박 대표 지분은 조광피혁 최대주주 일가(이연석 대표+지길순 전 대표+이홍석)의 30.29%에 이어 두 번째(자사주 제외)로 많다. 개인으로도 이 대표(14.98%)에 이어 2대주주다. 꾸준히 지분을 매집하면서 최대주주 이 대표의 지분율에 거의 육박한 상황이다.
박 대표의 지분매집은 2007년부터 진행됐다. 그간 간헐적인 장내매도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의 투자철학대로 꾸준히 지분을 매집하면서 '가치투자'를 한 모양새다. 처음으로 조광피혁을 낙점한 이후 2011년 8월 지분 5%를 넘긴 박 대표는 매집을 확대해 2013년 10%를 상회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꾸준히 매집해 현재의 지분율을 완성했다.

조광피혁은 1933년 고(故) 이영근 창업주가 설립한 조광피혁공업사가 모태다. 해방 이전부터 가죽 피혁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2대 이길용 전 대표에 이어 2019년부터 이연석 현 대표가 가업을 이어 받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1977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신발, 핸드백, 카시트 등을 만드는 피혁원단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밴더사로, 지난해 매출액 1220억원, 영업이익 5억원 등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조광피혁이 지닌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조광피혁에 꾸준히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표가 첫 투자를 개시한 2007년 조광피혁의 주가는 1만원대에 불과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조광피혁의 주가는 5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화폐가치 및 물가상승률 미반영한 상승률은 500%를 상회한다.
박 대표가 시기를 달리하며 장기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에 정확한 평균매입단가를 산출하기는 힘들지만, 투자업계에서는 박 대표의 평단가를 약 2만원 초반(2만1000원대 추산) 선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 주가를 감안하면 많게는 2배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박 대표가 쥐고 있는 약 98만주의 현재가치(4만9800원 기준)는 약 490억원 가량이다. 한때 연 수익률 50%를 상회하며, 레전드로 불린 주식농부 입장에서는 엑시트를 감행해도 손해 볼 것이 없는 투자지만, 조광피혁의 유통량이 걸림돌이다.
조광피혁의 총 발행주식수는 약 665만주 수준이다. 이 중 자사주가 310만주로 절반에 육박하고,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보유주식이 201만주 가량(30.29%)이다. 대주주 지분을 상수로 놓고, 박 대표의 주식 98만주(14.79%)를 뺀다면 사실상 유통 가능한 주식은 50만주 남짓이다. 대량매도를 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소화하기도 벅찬 물량인데다 주가 폭락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 측과 블록딜 형태의 거래를 원하고 있지만, 가격과 수량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시쳇말로 조광피혁에 '물려 있는' 상황이다.
그간 주요 주주로서 주주제안, 소송 등 적극적 행동주의에 나선 것도 경영진과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는 전언이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관계사 ㈜조광과 부당거래(임가공 용역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취지로 장부열람, 검사인 선임 등 다양한 루트로 대주주를 압박했다. 국세청 역시 세무조사에 착수, 다년 간의 장부를 검토했지만, 회계 처리 등과 관련된 일부 법인세 처분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조광피혁 관계자는 "박 대표의 주장 대로라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 검찰 등으로 이첩돼야 하지만 국세청의 소액 법인세 처분으로 (부당이득 관련 논란은) 사실상 일단락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광피혁은 ㈜조광과 거래를 종결했다.

조광피혁과 대주주 측은 2014~2015년 조광피혁의 주가를 15만원 선까지 뛰게 하고, 차익을 챙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투자자 강 모 씨와 박 대표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블록딜 제안 등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배경이다. 강 모 씨는 2015년 2월 총 51개 계좌를 활용, 총 4146회에 걸쳐 시세조종성 주문을 해 조광피혁의 주가를 15만원으로 띄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박 대표는 강 모 씨 세력과 함께 엑시트하지 않아 기소를 피했지만, 강 모씨가 자신의 인터넷 카페(2020.11)를 통해 "주식농부가 10% 이상 보유하고 있던 종목(조광피혁)을 제가 주식농부와 어떠한 약속도 없이 어떻게 시세조종 종목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라면서 상호간의 협의를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강 모 씨는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 관련 시세조종 행위로 구속 기소됐다.
투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그럼에도 박 대표는 올해 초부터 조광피혁에 대한 엑시트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다. 지난 3월 경에는 조광피혁 관계자들과 미팅을 통해 본인 보유 주식과 스마트인컴 주식 총 98만주 가량을 주당 12만원 가량에 매입해 달라는 '블록딜'을 제안한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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