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주공 거래정지 그 이후]재무개선 마지막 희망 본사 건물 '파이어 세일'③80억 선수금 수취 후 잔금 납인은 '아직'…PF대출 '난항' 늦어지는 공장 매각
오찬미 기자공개 2023-08-17 08:28:48
[편집자주]
코스피 상장사인 부산주공이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1년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가 내년 6월까지 사실상 마지막 개선기간을 부여하면서 나름의 자구책을 찾는 중이다. 그러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핵심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 부채를 줄일 계획이나, 본업에서의 손실은 지속되고 있다. 현금 곳간이 말라가고 있는 부산주공의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주공이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달 계획대로 토지 매각이 진행돼야만 내년까지 경영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매수 예정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부산주공은 기계장치 등도 매각 예정자산에 추가했지만 공공 담보가 잡혀 있어 실제 매각이 실행되기 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부동산 매각만이 유일한 재무개선 '카드'
11일 코스닥 업계에 따르면 부산주공이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 산업단지 매각이 이달 내 성사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부산주공은 지난해부터 재무개선을 위해 2010~2017년 조성해왔던 부산 신소재 일반산업단지 매각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7일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875번지에 있는 7만923.1㎡ 규모의 토지 및 건물을 엠제이와이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전체 거래 금액인 800억원 가운데 계약금 10%는 지난해 선납입됐다.
계약 당시 거래 조건으로 매수자인 엠제이와이파트너스는 물류업종과 복합용지 지정 등의 용도 변경을 부산주공에 요구했다. 조건을 충족하면 올해 8월까지 잔금 납입이 진행되는 수순이다. 당시 계약서상에는 "관계기관의 건축허가 및 용도변경이 승인 되지 않을 경우 본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행히 부산주공은 올해 6월 말 관련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식산업센터 건축허가와 업종 특례지구지정(H52) 용도변경을 허가받아 물류창고 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냉랭해진 부동산 경기가 또다른 리스크로 떠올랐다.
부산주공 관계자는 "엠제이와이파트너스가 다른 기업의 데이터 센터를 이곳에 유치하기 위해 매각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달 잔금납입일을 앞두고 PF대출이 잘 안되고 있다"며 "잔금 기일이 연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8월말을 잔금 납입일로 공시했기 때문에 그 전에 변경 사항이 있으면 별도 공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주공은 올해 매각 예정자산에 기계장치도 추가했는데 이 역시 매각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계 장치에도 공공 담보가 잡혀있어서 담보가 해제돼야 기계 이전이 가능하다"며 "잔금의 일부가 들어오면 공공 담보를 해제시키고 기계를 반출하려고 했는데 PF대출 상황이 안좋아서 매수인이 잔금 일정을 맞추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 이전이 돼야만 공장을 비워주고 잔금을 모두 청구할 수 있어서 아직 이전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발 늦은 매각 타이밍, 본사 건물 '파이어세일'
부산주공의 부동산 매각은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고려했을 때 '파이어 세일'에 해당한다. 부산주공 본사가 있는 이 산업단지는 2013년 1월부터 조성을 시작해 2017년 3월 준공했는데 그동안 산업단지 조성에만 1141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금융권 차입으로 매해 이자 부담도 컸다. 앞서 산업단지 일부 매각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투자 차익을 실현하지 못한 아쉬운 거래라는 평가다.
부산주공은 부채비율이 1000%를 돌파하면서 상장 폐지 목전에 다다르자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부산주공의 부채비율은 부동산이 호황기이던 2021년말에도 934.45%에 달했는데 보다 일찍 재무건전성 강화에 돌입했다면 투자 차익 실현이 가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속 성장해온 점을 고려하면 한발 늦은 매각 협상 타이밍으로 적정 가격을 평가받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주공의 본사가 있는 산업단지는 지난해 나라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575억원 상당의 평가를 받았다. 토지와 건물 평가이 각각 374억원, 202억원으로 여기에 약 225억원의 웃돈이 얹어져 800억원의 거래가격이 결정됐다. 통상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를 제외하고는 감정평가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용도변경 등의 조건이 더해지면서 39% 할증된 금액에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주공은 매각 대금이 납입되더라도 신사업 등 추진보다는 차입금 상환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 차입금만 627억원 상당에 달한다. 2217억원의 부채총계 가운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는 1833억원 규모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금리 부담도 연간 최대 9.24%로 높아졌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주요 채권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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