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KB증권, HD현대오일뱅크 회사채 '결자해지'올 6월 KB증권 실수로 7년물 공모채 취소, 사모채 발행으로 신뢰 '확인'
김슬기 기자공개 2023-08-17 07:32:42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올해 HD현대오일뱅크 공모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를 만회했다. 최근 HD현대오일뱅크가 KB증권을 통해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다.이번 사모채 발행을 통해 발행사와 주관사 간의 신뢰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간 HD현대오일뱅크는 KB증권에 단독 대표 주관사 지위도 부여하기도 했을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
다만 지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취소됐던 트랜치는 7년물이었으나 이번에 발행한 사모채 만기는 5년이다. 최근 시장상황과 투자자 수요 등을 감안해 5년물을 발행했다.
◇ 7년물 취소됐던 HD현대오일뱅크, 사모채 발행으로 보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HD현대오일뱅크는 5년 만기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발행규모는 300억원이며 표면이율은 4.34%였다. 자금용도는 차환자금으로 명시됐다. 해당 발행을 주도한 발행대리인은 KB증권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로 공모채를 선호해왔다.
이번 사모채 발행은 지난 6월 공모채 발행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는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곳을 대표주관사로 선정, 공모채 발행을 진행했다. 당시 만기 구조는 3·5·7년물이었다. 당시 총 1000억원 모집에 8750억원의 유효 수요가 들어오면서 인기를 끌었다.
7년물에 대한 수요도 풍부했다. 200억 모집에 1250억원이 모였고 당시 개별민평금리 대비 -22bp에서 물량이 찼다. 하지만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작성을 주도한 KB증권의 실수로 7년물 발행이 취소됐다. 당일 민평 금리 확인과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탓이지만 뼈아픈 일이었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는 1000억원의 공모채를 모집했으나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2000억원까지 증액을 하려고 했다. 지난 7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1900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7년물 발행이 취소되면서 HD현대오일뱅크는 3년물 700억원, 5년물 800억원 등 1500억원을 조달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으로 HD현대오일뱅크의 현금성자산은 5133억원이었다. 보유 현금성자산과 지난 6월의 조달자금 등을 감안했을 때 HD현대오일뱅크의 회사채 상환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HD현대오일뱅크가 당초 생각했던 재무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 KB증권, 커버리지 신뢰 확보가 '최우선'
KB증권의 이번 행보는 향후 HD현대오일뱅크와의 관계에 있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HD현대오일뱅크는 꾸준히 공모채 시장을 찾는 빅 이슈어(Big issuer)인데다가 KB증권에 단독 대표 주관사 지위를 부여하는 등 든든한 우군이라고 할 수 있다.
양사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투자증권 시절 2012년 1월 공모채 발행 당시 인수단으로 포함됐다. 대표주관사로 들어간 것은 2018년 1월 117회차 발행 때였다. 2019년 1월에는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HD현대오일뱅크의 공모채 발행 때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또한 그룹사 역시 공모채 시장조달 규모를 늘리고 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HD현대 그룹은 올해 1조4060억원을 조달, 채권 발행그룹 중 1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481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조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92.31% 늘었다. HD현대,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중공업,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이 공모채를 발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KB증권과 HD현대오일뱅크는 그간 관계를 두터웠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긴 것"이라며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발행된 사모채는 취소된 7년물 대신 5년물로 투자자를 모았다. 그는 "사모사채의 경우 투자자 수요가 가장 중요한데 5년물 수요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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