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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지 않은 지출' 호주 CCS 기술, 넷제로 전환 가교 기대 호주 오트웨이 CCS 실증센터, CO₂ 9.5만톤 저장…SK E&S 등도 기술 확보 박차

오트웨이(호주)=이호준 기자 공개 2023-08-16 10:03:15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오트웨이 국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 이곳의 최고책임자(COO)인 폴 바라클로그가 광활한 잔디밭을 가리키며 "2004년부터 대략 15억달러(한화 약 2조원)가 투자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엄청난 돈과 시간이 들어간 곳도 또 없다"라며 "그만큼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완벽한 이산화탄소(CO₂) 저장고를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이산화탄소 약 9만5000톤(t) 위에 서 있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이산화탄소가 파이프라인으로 수송돼 1.5~2km 센터 지하에 저장돼 있어서다. 두껍고 단단한 덮개암으로도 둘러 쌓여있어 수직 유출될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안전이 보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CCS 실증센터가 멜버른에서 버스로 약 세시간 가량 걸리는 이곳 오트웨이에 조성돼 있는 셈이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된 곳이 국제 CCS 실증센터가 위치한 호주 오트웨이. 파란색 원은 멜버른

◇들판 아래에 이산화탄소…"5단계 사업도 곧 가시화"

지난 2004년부터 운영 중인 호주 국책 연구기관 오트웨이 국제 CCS 실증센터는 면적만 4.5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들판 위에 세워져 있다. 3개의 이산화탄소 주입공과 4개의 관측공만 약 1km 간격으로 바깥에 드러나 있고 그 사이를 잇는 파이프라인은 모두 지하로 배치해 정돈된 환경을 형성했다.

오트웨이 국제 CCS 실증센터 전경 . CO2CRC

녹음이 우거진 들판 아래에서 이산화탄소(Carbon)를 포집(Capture)하고 저장(Storage)하는 CCS 기술이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CCS 실증센터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이나 액화탄산 등으로 활용(Utilization)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었다.

삭막한 회색빛 구조물들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연구 수준별 시설 차이는 있었다. CCS 실증센터는 호주 정부뿐 아니라 글로벌 정유사인 엑슨모빌과 셰브론,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등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갈된 가스전에 탄소를 주입하는 연구를 시작으로 현재 대염수층에 탄소를 주입·관리하는 수준(4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육안으로 보면 연구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산화탄소 주입공과 관측공 주변에 설비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이 역시 CCS 기술에 대한 고도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산화탄소가 주입 가능한 토양을 늘리고, 주입성 등을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기 위한 센서나 기기를 추가 부착해 규모가 그만큼 커졌다.

바라클로그 COO는 "호주 정부의 요청으로 시작한 1단계 연구(이산화탄소 6.5만t 저장)에만 5억달러(한화 약 6600억원)를 투자했다"라며 "내년에 본격화할 4단계(2만t 이상 저장 예상) 연구에도 스폰서들과 비슷한 거액을 투입할 예정인데 이는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라고 전했다.

폴 바라클로그 CO2CRC 최고운영책임자(COO). 배경은 이산화탄소(CO2) 주입정 설비.

◇빨라지는 저장고 개발…국내에선 SK E&S 등 참전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드는 실증 단계이지만 CCS 기술의 '조기 상용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한 기업들의 러브콜은 끊이질 않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지만 전 세계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화석연료 사용을 일거에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CCS가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50년 탄소감축 목표는 맞춰야 상황에서 당장 업계가 연구개발(R&D)에 눈을 돌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 데다, 상용화만 된다면 포집한 탄소를 다양한 원료로도 생산·판매할 수 있어 효율성도 높기 때문이다.

일단 반응은 좋다. 지난해 기준 상업 운영 중인 전 세계 CCS 프로젝트만 30개다. 연간 425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했다. 신규 개발 중인 CCS 프로젝트도 160여개를 돌파했고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CCUS에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적 뒷받침도 많아졌다.

'비싼 기술'이란 오명도 벗고 있다. GS칼텍스에 따르면 해외에서 청정수소를 수입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해외에 저장하는 비용이 더 경제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재생 에너지 사업 중에서도 매력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 E&S-호주 산토스가 참여하는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SK E&S

이러한 이점 때문에 국내에서도 추가 이산화탄소 저장고 개발이 빨라지고 있다. 대표주자는 SK E&S다. SK E&S는 현재 호주 산토스 등과 함께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인근의 고갈 가스전인 바유운단(Bayu Undan)으로 운송해 영구히 저장해 처분하는 게 골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 2008년부터 국제 CCS 실증센터와 탄소 지중저장기술 연구를 같이해왔다. 이날 일정에 동행한 박용찬(사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여전히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아직 기대 수준에 올라와 있지 못하다"라며 "CCS 기술은 화석연료 사회와 미래 재생에너지 사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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