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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벤처캐피탈리스트 인기가 여전한 이유

구혜린 기자공개 2023-08-18 08:13:15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턴 한 명 뽑는데 200명이 지원했더라고요."

얼마 전 모 벤처캐피탈(VC) 대표와 밥을 먹다가 들은 말이다. 인턴 모집 공고를 냈는데 대규모 지원자가 이력서를 냈단 얘기였다. 정직원 위치는 아니지만 'VC 업무를 배워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긴 이들이 문을 두드린 듯했다. 공고를 내건 대표 자신도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시장에 유동성이 줄면서 VC 붐은 예전만 못하지만 투자심사역의 인기는 여전하다. 취업준비생은 물론이거니와 이미 기업, 금융권에서 자리를 잡은 사회초년생도 여기 포함된다. 대학 상경계열 학과에서는 심사역 졸업생이 강연 섭외 1순위라고 한다. 허리급 심사역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맡은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던 애널리스트의 심사역 전직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혹자는 오해가 팽배한 결과라고 말한다. 젊은 나이에 한 번의 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오해다. 현직자들은 '큰돈을 다뤄볼 순 있지만 거기까지'라고 손사래를 친다. 모 심사역은 심사역이 수백억도 벌 수 있냐는 질문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건 (회사에) 조 단위로 벌어다 줘야만 100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 스타 심사역이라고 해도 가져갈 수 있는 보수는 그리 많지 않다. VC는 기준 수익률의 허들을 넘어야 성과보수를 받는다. 펀드마다 상이하지만 보통 내부수익률(IRR) 8%가 기준이다. 기준 수익률 초과수익의 80%는 출자사(LP)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0%가 위탁운용사(GP)에게 돌아간다. GP가 받은 이 20%의 수입 중 절반은 회사, 절반은 심사역에게 떨어지는데 이것도 잘 쳐주는 하우스의 얘기다. 심사역 몫의 수입도 핵심운용역 외에 발굴, 심사, 사후관리에 투입된 인력이 쪼개 갖는 구조다.

무엇보다 심사역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망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 도산까진 아니지만 투자금 회수가 좀처럼 어렵다고 판단될 때 그리고 이런 포트폴리오가 두 번 세 번 반복될 때는 내부에서 심각한 경고를 받는다. 하우스마다 다르지만 심사역 계약 형태가 대체로 1년 계약직으로 이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VC 심사역의 인기가 여전한 이유는 책임만큼 강한 자율성에서 나온다. 모험자본의 특성상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사역을 뽑을 때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알아서 잘 찾아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주어진 일만 기계처럼 반복하기 싫어하는 MZ세대에 심사역은 '유니콘'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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