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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터미널에 들어서는 CO₂ 포집설비…SK E&S의 수소시계도 돈다 CO₂ 바유운단 가스전 지하에 저장…바로사 가스전 LNG는 청정수소 원료로 활용

다윈(호주)=이호준 기자 공개 2023-08-20 14:51:37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0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주 북쪽 끝에 자리 잡은 도시, 다윈(Darwin). 고속도로를 타고 항구 방향으로 30여 분을 달리다보면 거대한 돔 모양의 탱크가 파이프라인 숲 뒤로 우뚝 솟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근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이를 액화시켜 각 수요처로 LNG를 수출하는 '다윈 LNG터미널' 현장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에서는 액화공정설비인 흡수탑과 재생탑을 중심으로 주황색 작업복 차림의 인부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곳곳엔 이름 모를 파이프라인들이 빼곡히 얽혀있었고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들의 행렬도 종종 이어졌다.

하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텅 빈 흙밭'. 터미널 정문을 지나 바로 오른쪽을 바라보면 이제 막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듯한 넓은 부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산화탄소 포집설비가 들어서게 될 곳으로, 올해 말이면 수명을 다하게 되는 바유운단 가스전을 대형 이산화탄소 저장고로 전환하기 위한 '일차 관문'이 될 장소다.

LNG 탱크 등 다윈 LNG 터미널 전경. SK E&S 제공.

◇기본설계(FEED) 작업은 완료…연간 약 1000만t의 이산화탄소 처리

"지금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그냥 방출되고 있는데요. 앞으론 이산화탄소를 터미널 내부에 포집, 바유운단 가스전으로 보내 영구히 처리할 계획입니다"

소음으로 귀가 먹먹한 와중에 '리차드 힝클리' 산토스 호주 북부 및 동티모르 부사장이 말했다. 연간 약 370만톤(t)의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다윈 LNG터미널 한쪽에선 부지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부지 정비 작업은 이산화탄소 포집설비 구축을 위한 것으로, 기반 공사에 들어갈 채비를 마치고 공사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윈 LNG터미널에 이산화탄소 포집 기능이 추가되는 셈이다. 현재 이곳은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다. 액화공정설비인 흡수탑과 재생탑이 흡수제를 뿌리고 열을 가하는 식으로 이산화탄소를 골라잡고 있지만, 마땅한 저장처가 없어 그저 대기에 살포해 왔던 상황이다.

다윈 LNG터미널 내에 이산화탄소 분리 공정을 위한 탄소 포집(Carbon Capture) 설비(흡수탑)가 설치돼 있다. SK E&S 제공.

앞으로는 포집설비를 지어 이산화탄소를 모아둘 예정이다. 착공 시점은 바유운단 가스전이 수명을 다하는 올 연말 이후다. 힝클리 부사장은 "호주·동티모르 정부와 공사 인허가 절차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한 CAPEX(자본적지출) 규모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것은 더 높게 책정돼 있는 중장기 목표다. 다윈시 북서부 300㎞ 해상에서 바로사-칼디타(이하 바로사) 가스전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향후 이곳의 천연가스가 다윈 LNG터미널에 공급되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폐가스전이 된 바유운단 가스전 지하 3km 사암층에 영구히 저장한다는 구상이다. 연간 1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비 등을 따져보는 기본설계(FEED) 작업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완료됐다. 바유운단 가스전과 다윈 LNG터미널 사이에 연결돼 있던 기존 운송 파이프라인을 이산화탄소 수송 경로로 재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다윈LNG 및 바로사가스전 PJT 개요 이미지. SK E&S 제공.

◇앞서가는 SK E&S…보령 이산화탄소도 바유운단 가스전 지하로

이 대대적인 계획은 이른바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라 불린다. 그리고 한국 기업으로는 SK E&S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SK E&S는 지난 2020년 산토스로부터 다윈 LNG 프로젝트 지분 25%를 인수하면서 바유운단 가스전과 다윈 LNG터미널 사이에 연결된 파이프라인, 다윈 LNG 액화플랜트 지분을 25%씩 들고 있다. 지난 2012년 코노코필립스와 산토스로부터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도 사들인 바 있다. 총 사업비 37억달러(약 4조7000억원) 중 현재까지 약 1조5000억원을 SK E&S가 맡아 집행해 왔다.

조승현 SK E&S CCS사업개발팀 팀장은 "포집설비는 바로사 가스전의 이산화탄소 함량(18%)만큼 설계된다"라며 "지분을 나눠 투자한 곳인 만큼 합작법인(JV)을 만들어 진행할지 프로젝트 지분(25%)을 더 늘리는 식으로 진행할지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윈 LNG터미널 프로젝트는 SK E&S 청정수소 사업에도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계획대로면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는 매년 약 130만t씩 국내 보령 LNG터미널로 하역돼 인근 청정 블루수소 생산기지에서 블루수소를 개질하는 데 쓰인다. 오는 2026년부터 연간 25만t의 블루수소 생산이 목표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블루수소의 원료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보령 LNG터미널 전경. SK E&S 제공.

여기에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바유운단 가스전에 저장된다. 전용 수송선으로 바유운단 가스전 지하에 이산화탄소를 보내 영구히 저장한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자체 수송선이라 장거리 해상 운임 비용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선 가장 주목할만한 '청정수소' 행보로 볼 수 있다. 수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기업 중 효성과 GS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청정수소 공급 시점을 2030년 전후라고 밝힌 상태다. SK E&S가 타임라인 측면에서는 가장 앞서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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