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디엘팜 회생절차 개시, 코로나 특수 사라진 여파 '공격적 콜드체인 투자' 예고했지만 정책·환경 바뀌며 고사 위기

최은수 기자공개 2023-08-28 13:45:14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콜드체인 업체 디엘팜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몇 안 되는 콜드체인 유통망을 갖춘 곳이었는데 시장에서 필요성이 줄자 영업악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디엘팜이 회생절차에 들어선 점은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수혜로 삼아 떠오른 여러 업체들의 경영상황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선 제약바이오, 그리고 헬스케어 섹터의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3월 이어 다시금 회생절차 개시… 유동성 말라 현재로선 재기 기대 어려워

22일 업계에 따르면 디엘팜은 인천지방법원에 경영정상화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위한 회생신청을 진행했다. 디엘팜의 회생신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올해 3월 이사회에서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았는데, 당시 법원에선 회생절차 개시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해당 신청을 취하했다.


약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디엘팜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디엘팜은 증권별 소유자수가 500인을 넘는다. 외부감사대상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사업보고서를 포함해 분·반기 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데 분기보고서를 포함해 이달 14일까지로 예정돼 있는 반기보고서 제출 시한도 지키지 못했다.

디엘팜은 2005년 설립됐다. 2006년 식약처에서 인증한 의약품유통 품질관리 기준(KGSP) 적격업체로 지정된 후 전문의약품 및 백신 전국 유통망을 확보해 나갔다. 전체매출의 85% 이상이 중소 병·의원과 2차 도매를 통해 나왔다.

서울, 인천, 경기권 및 전문의약품 및 백신과 산부인과 유통 전문업체로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꾸렸으며 국내 제약유통 단계에서 1차 벤더에 위치한 업체다. 2020년 국내 백신 조달물량의 15%를 유통하며 백신유통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설립 후 최대 매출액인 49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줄곧 내림세를 기록했다. 2021년 매출액은 255억원, 작년 매출액은 223억원이었다. 작년 수수료와 감가상각비, 퇴직급여 등이 급증하면서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보유 유동성이 수억원에 그치고 있어 운전자본 자체가 부족한 모습이다.

더벨은 이번 회생절차 진행과 관련해 디엘팜 측에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코로나19 콜드체인' 의존한 과도한 투자… '특수' 기대던 관련업체도 예의주시

디엘팜은 당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부각된 콜드체인을 앞세워 사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었다. 콜드체인은 생산부터 출하,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정온 관리를 위한 물류 시스템을 뜻한다. 코로나19 유통 국면에서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독감 백신 등 다양한 의료 사업 부문에서 의무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1억명 분에 육박하는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었고, 콜드체인 시스템도 함께 부각됐다. 디엘팜은 이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수요 증대에 맞춘 선제 투자를 진행한 상태였다.

디엘팜의 매출 최고치를 기록할 때도 콜드체인이 전면에 있었다. 영상 2~8도의 콜드체인을 활용해 독감 백신의 정부 조달 물량 중 15%를 납품한 결과였다. 2020년 최대 매출 (498억원) 중 50% 가량이 콜드체인 시스템 부문에서 발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백신 소비보다 폐기가 늘어나면서 콜드체인의 효용도 함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디엘팜의 경우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사세 확장의 승부수를 던졌고, 이 반작용으로 결국 쇠락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디엘팜을 비롯해 코로나19 특수에 기댄 여러 업체들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K-바이오의 주축으로 주목받던 백신·진단키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진단키트 대장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반기까지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씨젠 또한 올해 반기 기준 163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결과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며 "시장에서 수혜주들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히기 시작한 만큼 이 파급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두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