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그 이후]10년째 AA- 롯데하이마트 신용등급, 활로는③아웃룩 '부정적' 요인은 부담...수익성 회복 관건
박규석 기자공개 2023-08-29 09:31:21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15: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은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꾸준히 AA-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업황 부진 등이 장기화되면서 활로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저하된 이익창출력...아웃룩 '안정적→부정적'
롯데하이마트는 그동안 신용등급 관리 측면에서 큰 부담이 없었다. 가전 유통시장의 공고한 지배력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내 롯데쇼핑과 코리아세븐, 우리홈쇼핑 등과 함께 소매유통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유사시 그룹 차원의 자금지원 가능성도 버팀목이 됐다.
신용등급의 변화가 가장 컸던 시기는 롯데쇼핑에 인수된 직후다. 롯데하이마트는 2012년 11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AA-(안정적)의 등급을 평가 받았다. 당시 회사채 발행(3년물)에서 눈에 띄는 점은 롯데그룹 편입과 동시에 신용등급이 3노치(notch)나 상승했다는 대목이다. 옛 하이마트 시절 확보한 가전 유통시장 점유율과 함께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후광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이후 롯데하이마트는 약 10년 동안 AA-(안정적)의 등급을 유지했다. 롯데쇼핑 내 유통채널 등을 활용해 사업의 핵심인 점포 수를 늘리며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매출의 경우 2017년에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2012년 말 기준 매출 3조2000억원 대비 27% 증가한 수치였다.
하지만 공고했던 롯데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은 2022년 말부터 불안한 기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이 등급자체는 AA-를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변화였다.
신평사들이 주목한 부분은 롯데하이마트의 저하된 이익창출력이었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고객의 온라인 이전과 오프라인 경쟁 심화에 따른 영업여건 악화, 집객력 저하, 낮은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 등이 이유였다.
평가 당시 롯데하이마트는 2019년부터 시작된 매출 감소세와 저마진 IT 가전 비중의 증가, 기존 고객의 온라인 이전 등으로 이익창출력이 저하된 상태였다. 2021년 4분기와 2022년 1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였음에도 누적 기준으로 영업적자(-72억원)를 내기도 했다. 가전제품의 구매패턴 변화와 온라인 부문에서의 심화된 경쟁 등의 여파로 향후 실적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황 부진 지속...실적 개선은 안갯속
롯데하이마트의 수익성 제고 여부 등에 관한 신평사들의 전망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이사·혼수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수익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22년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13.8% 줄어든 3조3000억원 규모에 머물렀다. 동시에 520억원의 영업적자와 5279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관련 기조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25.6% 하락한 가운데 258억원 규모의 영업손실과 18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가 지속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180억원과 159억원이다.
롯데하이마트 입장에서는 수익성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등급전망 조정에 영향을 미쳤던 요인들이 잔존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진점포 폐점과 판관비 구조개선, PB상품 확대 등을 수익 개선 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이 여전히 실적 제고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포 리뉴얼 등을 통한 오프라인 집객력 회복도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 가전부터 에어컨과 냉장고, TV 등의 대형가전까지 비대면 구매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도 제품 성능의 차이(옵션 등 제외)는 없어 점포 리뉴얼이 과거처럼 모객 증가와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줄어든 현금창출력 '차입부담' 증가
롯데하이마트는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력이 축소되면서 경상 자금 소요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CAPEX 투자 부담과 기존 점포에 대한 리스료, 이자비용 등을 자체 현금으로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롯데하이마트의 차입부담은 2021년 이후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대규모 영업권(4331억원) 손상과 자산 손상(370억원) 등의 영향으로 부채비율이 악화됐다. 2022년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부채비율은 90.2%였다. 올해 역시 상황은 비슷하며 6월 말 기준으로 93.2%를 기록했다.
순차입금도 2021년 이후 증가세다. 2020년 말 기준으로 5633억원 규모였던 순차입금은 이듬해 6641억원까지 늘었다. 2022년 말 기준으로는 7582억원 규모다. 차입금 자체는 2020년 9797억원에서 2022년 8602억원으로 줄기는 했지만 현금성자산이 4165억원에서 102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차입금은 줄고 현금은 늘면서 6376억원의 순차입금을 기록했다.
다만 만기도래 차입금의 차환과 상환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영업을 통해 연간 18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창출한다는 점과 더불어 보유자산의 담보여력, 여신한도 등이 재무 융통성을 보강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황 부진 등으로 중장기 유동성은 확신하기 어렵지만 단기자금 소요에 대한 대응은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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