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모든 종합상사들이 그렇듯 LX인터내셔널도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무역 중개라는 상사업 특성상 낮은 수익성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몸값이 5조~7조원으로 추산되는 HMM 인수 예비입찰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LX인터내셔널은 유망한 사업으로 판단되면 분야를 막론하고 진출한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교육, 의료 진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07년 석탄 광산 투자로 처음 연을 맺은 국가다. LX인터내셔널은 신사업의 가능성을 검증한 후 후속 투자와 인력 확충 등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니서 의료·헬스케어 등 의외의 신사업 가동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X인터네셔널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두 개의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는 에듀테크 사업이다. 이는 현지 학교 내 연구실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 사업이다. LX인터내셔널은 국내 이러닝 업체 자이닉스가 개발한 학습관리플랫폼 '러닝엑스(LearningX)'를 통해 웹 개발 과정 같은 코딩 교육을 제공한다.

LX인터내셔널이 이 사업을 위해 본사와 현지 통틀어 투입한 인원은 29명이다. 유료 서비스는 작년 8월에 론칭했다. 현재 총 4개 주정부 교육청과 2만여명의 학생이 LX인터내셔널의 온라인 코딩 교육 서비스를 이용했다.

LX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육 콘텐츠 부문에서 비대면 플랫폼 기반의 판매 시장이 성장하는 것에 착안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약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인구가 밀집한 주요 섬만 5개 이상이다. 그러나 교육 인프라는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 집중돼 있다. 이에 온라인 교육의 경우 수요가 충분하다는 게 LX인터내셔널 측 설명이다.

실제로 현지 교육 시장 규모와 성장성은 준수하다. 작년 기준 인도네시아 학령 인구는 약 5000만명으로 한국 인구에 버금간다. 공교육·사교육 시장 규모는 5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시장 규모(약 50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지 교육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9.2%로 성장세도 꽤 가파르다.


LX인터내셔널이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신사업은 헬스케어 사업이다. 눈여겨본 시장은 진단 검사다. 한국의 선진 진단 기술과 운영 노하우 등을 통해 검체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건강검진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일례로 현지 의료기관으로부터 혈액 등 검체를 받아 검사한 이후 결과를 통보해주는 식이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장하면서 현지인들이 건강 관리에 관심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진단검사 시장 규모는 약 4조원, 연평균 성장률은 약 12%로 추산된다. LX인터내셔널은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현지 헬스케어 기업과 합작법인 'SLX 글로벌 헬스케어'를 설립했다. LX인터내셔널 지분이 51%다. 연구실과 검진센터 등에 투입한 인력은 70여명이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미래 신규 수익원 확보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인니 첫 진출 인연...올해 '니켈' 확보 거점으로

LX인터내셔널이 신사업 테스트 베드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한 이유는 그간 자원 사업, 인프라 사업 등을 활발하게 추진해온 전략 국가이기 때문이다. 사원 연수 시 인도네시아 사업장 방문을 프로그램에 넣을 정도다.

2007년 MPP 석탄 광산에 투자한 것이 인도네시아 진출의 시작이었다. 2009년엔 팜 농장, 2012년엔 GAM 석탄 광산에 투자했고 2018년에도 팜 농장 2곳을 추가로 인수했다. 2015년에는 하상 민자 수력 발전소 개발 사업을 시작하며 인프라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팜 농장의 경우 LX인터내셔널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식량 사업의 핵심 축이다. 현재 회사는 현지 팜 농장에서 팜오일 생산량을 늘리고 트레이딩 물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팜오일은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유지다. 식용유와 화장품,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올들어 이차전지 원재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 광산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 1위 국가다. 작년 기준 매장량은 약 2100만톤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22% 수준이다. LX인터내셔널은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현지 니켈 광산 개발 사업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컨소시엄과 별개로 추진 중인 복수의 광산 투자 건도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 니켈 광산을 개발한 후 미국이나 한국에 양극재 공장을 둔 법인으로 니켈을 수출할 계획이다.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양극재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