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울산함 수주전]HD현대·한화 명운 가른 '보안 감점', 무슨 일이 있었나2013~2014년 보안사고, 10년 뒤 2023년 수주전에 여파…방사청, 4차례 감점규정 개정
허인혜 기자공개 2023-09-04 08:14:14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전 사고가 현재의 차세대 호위함 수주전의 명운을 가를 사건임을 당시에는 알았을까.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감점과 관련해 관계 기업과 기관들의 입장차이가 분분한 것은 발생과 적발, 처분과 관련 페널티, 방위사업청의 사업 수주전까지 기간이 길고 사건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엮인 시간과 인물, 입장이 많으니 해석도 천차만별이다.보안감점으로 HD현대중공업이 받은 페널티는 1.8점, 기간은 2025년 11월로 일단 정해졌지만 법정공방이 진행되는 중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신청은 물론 앞으로 남은 수주전의 결과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 보안감점의 타임라인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가처분신청의 심문기일은 내달 8일로 예정됐다.
◇무엇이·언제·왜 페널티가 됐나
HD현대중공업이 보안 관련 감점을 받은 구체적인 이유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도 촬영·유출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KDDX 개념설계도(3급 군사기밀)를 2014년 몰래 촬영했고 이후 문건으로 만들어 보관해오던 것이 밝혀지면서다. 2018년 4월 국군방첩사령부의 보안감사를 통해 적발했고 울산지법이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때는 2022년 11월이다.
당시 복수의 매체는 촬영 과정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2014년 1월 경 해군의 한 중령이 HD현대중공업과의 면담 장소에서 촬영 대상이었던 KDDX 기밀 자료를 둔 채 자리를 비웠다는 전언이다. 그 사이 HD현대중공업의 직원들이 자료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편집해 PDF 문건으로 만들어 보관했다는 것이다. 면담 장소는 해군본부 함정 기술처였다.
이 자료에 포함된 내용이 대우조선해양이 방사청에 납품한 한국형 이지스함 개념 설계도였다고 전해진다. KDDX 개념 설계도에는 내외부 구조의 도면과 전투·동력 체계 등이 담겼다. 이밖에도 잠수함 장보고-Ⅲ의 개념 설계와 전략, 다목적 훈련 지원정 등과 관련한 기밀도 있었다. 자료는 특수선 사업부의 비인가 서버에 보관돼 있었다고 알려졌다.
KDDX 설계도 촬영은 2014년이지만 기소 내용 등을 참고하면 해군과의 공모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개념설계도는 2013년 10월 완성됐다. 한화오션은 당시 HD현대중공업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해군과 공조했다고 주장했다.
10년 전 보안사고는 왜 지금 페널티로 돌아왔을까. 우선 적발이 2018년으로 사건 후 4년 3개월이 지난 뒤였다. 1심이 2022년까지 진행됐고, 이중 일부 피의자의 건은 항소심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치러진 KDDX 기본설계 사업에서는 방사청이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하며 보안사고가 입찰자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방위사업청 감점규정 개정은
방위사업청은 2018년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적발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감점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와 민관합동 규제개선 추진단이 감점 기준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 기술 중심의 제안서 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개정을 요구하면서다. 이 추진단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포함돼 있었다. 개정은 2019년 9월과 2021년 3월, 2021년 12월, 지난해 12월 이뤄졌다.
2019년 9월 개정은 보안 감점폭의 변화가 가장 컸다. 최대 3점이었던 감점 범위가 1.5점으로 줄었다. 평가 대상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축소됐다. 적용 범위도 법원의 판결을 받은 뒤로 좁혔다. 이전에는 기무사령부(방첩사령부)의 처분통보가 있어도 감점 대상이었지만 개정 후에는 기소유예나 형사처벌이 확정돼야 적용됐다.
2021년 이뤄진 두 차례 개정은 감점 범위가 더 좁아지기보다는 늘었다. 2차 개정으로 감점 규모가 세분화됐다. 보안사고 관련 인원이 다인일 경우 인원당 감점 규정도 추가됐다. 3차 개정을 통해 법원의 판결 이후였던 적용 범위가 기소까지 넓어졌다. 기간도 1년 내에서 3년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4차 개정 내용은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며 가장 치열한 갑론을박이 전개되고 있다. 2021년 12월 31일 이전에 기소된 경우 최초 형 확정일 기준 3년동안 감점을 적용한다는 단서조항이 추가되면서다. HD현대중공업이 기소된 시점은 2020년 9월, 1심 결과가 확정된 건 지난해 11월이다.
◇수주전에 미친 영향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 수주전에서 보안사고와 수주 결과에 대해 각각 한 번씩 이의제기와 가처분신청을 했다. 두 주장 모두 반향이 컸다. 시작은 2020년으로 당시 대우조선해양이던 한화오션이 먼저 가처분신청에 나섰다.
2020년 8월 KDDX 사업의 첫 단추로 불렸던 기본설계 수주 경쟁이 시작됐는데 승기를 HD현대중공업이 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에 0.056점 차이로 뒤져 후순위로 밀렸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의제기와 가처분신청에 나섰다. 요지는 HD현대중공업 수주의 당위성을 따져달라는 것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이 설계도 유출 등 보안사고뿐 아니라 뇌물공여로 제재 처분을 받았는 데도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 보유 장비 및 시설 관련 대책 항목의 점수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폈다. 대우조선해양의 가처분신청은 두 달 뒤인 2020년 10월 기각됐다.
2023년 7~8월에는 반대의 상황이 전개됐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전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다. HD현대중공업은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입찰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가려달라는게 가처분신청의 핵심이다.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한화오션은 91.8855점을 받아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이 승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주 평가의 주요 요소인 기술 점수에서 HD현대중공업이 앞섰으나 페널티로 계약체결기준의 제정취지가 희석됐다고 봤다.
HD현대중공업은 궁극적으로는 페널티 재논의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수점 차이로 결과가 갈리는 수주전에서 1.8점의 감점이 지속되면 사실상 특수선 사업부의 문을 닫아야하는 처지라는 입장이다. 선례 등을 고려하면 가처분신청의 수용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약 2개월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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