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에 왓슨까지…SK㈜, 투자기업 정리 속도 빨라지나 각종 레버리지 지표 악화…차익 확보해 재투자 나설 듯
이호준 기자공개 2023-09-04 09:28:0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의 포트폴리오 정리 속도가 가히 눈여겨볼 만 하다. '쏘카(SOCAR)' 지분 17.9%를 전량 롯데렌탈에 넘긴 가운데 중국 동박 기업인 왓슨의 지분까지 매각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직접 깔고 있다. 지분 가치가 1조원대로 알려져 2020년 SK바이오팜 구주매출 등을 통해 얻은 단일 투자 성과마저 갈아치울 기세다.공들여 키운 자산을 서둘러 내다 파는 이유는 단연 '재무' 때문이다. 오늘날 SK㈜의 보유 현금은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내지만, 아이러니하게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레버리지 지표들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빚을 더 늘리기 부담스러운 만큼 매각 차익을 확보해 투자 활동의 재원으로 확보하겠단 계획으로 보인다.
◇다시 돌아가는 매각 시계…역대급 투자 차익 확보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론디안왓슨뉴에너지테크(이하 론디안왓슨)의 지분 약 30%를 매각하기 위해 투자설명서를 배포 중이다. 론디안왓슨은 중국의 동박 기업인 왓슨의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지분 투자에 나선 지 약 4년 만의 일이다. SK㈜는 지난 2018년 당시 해외 SPC인 'Golden Pearl EV Solutions Limited(골든펄)'을 통해 2711억원 수준의 왓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약 2년에 걸쳐 1000억원 정도를 더 투자해 지분율을 30%로 끌어올렸다.
왓슨의 지난해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은 19%로 SK넥실리스에 이은 2위다. 기업가치만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SK㈜의 지분 가치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 볼 때, 매입가(약 3800억원) 대비 1조원대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단일 투자 성과로는 2020년 SK바이오팜 상장 후 구주매출과 블록딜로 얻은 1조4000억원도 넘길 수 있다.

올해 2월 미국 차량공유 업체인 '투로(TURO)' 지분 매각 이후 한동안 멈췄던 엑시트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당시 SK㈜는 투로 지분 2.98%를 880억원에 매각했다. 2017년 매입가가 396억원이었으니 500억원에 가까운 투자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론디안왓슨 매각을 추진함과 동시에 국내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SOCAR) 지분 17.9%도 전량 롯데 렌탈에 판 상황이다. 매각 금액은 약 1462억원이다. 쏘카 지분의 경우 지난 2015년 약 1090억원에 사들였다. 8년 만에 약 400억원의 차익을 올린 셈이다.
SK㈜ 관계자는 "(왓슨 매각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순차입금, 2년 전에 비해 14조원↑…재투자 차원으로 풀이
SK㈜는 국내 대표 투자형 지주사다. 계열사 지분만 보유하는 순수 지주회사와 달리 굵직굵직한 투자활동을 통해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게 당연한 회사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SK㈜의 재무다. 예컨대 SK㈜의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55조원이다. 순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을 뺀 금액을 말한다. 2년 전(약 41조원)보다 10조원 늘었고 1년 전(약 50조원)보다는 5조원이 불어난 상황이다.
순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레버리지 지표들은 일제히 나빠졌다. SK㈜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52%에서 올해 6월 말 162%까지 높아졌다. 전체 자산 중 차입금의 비중을 의미하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적정선(30%)을 상회하는 40%다.

투자 활동의 재원을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고,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단 얘기다. 다만 앞으로 갈 길은 더 멀다. 투자형 지주사로서의 행보가 아직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투자를 멈출 상황이 아니다.
이에 따라 SK㈜의 자금 회수 속도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4대 핵심 영역에 재투자하기 위한 실탄 마련의 차원이다. 여기에 더 이상의 재무지표 악화를 막기 위해 당분간 매각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보유 중인 자산은 다양하다. 적기 매각"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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