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s Partner]네이버의 첫 외화채…IB로 조달저변 확대②6년만에 회사채 발길, 모건스탠리·미래에셋·씨티증권과 거래
원충희 기자공개 2023-09-11 07:37:15
[편집자주]
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시장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회사 간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권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6: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의 조달전략 터닝포인트는 2021년이다. 2016년 이후 회사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던 네이버가 글로벌 투자자를 상대로 달러표시채권 발행에 도전했다. 해외기업 인수합병(M&A)용 자금을 마련키 위해서다. 이는 투자은행(IB)에서 잔뼈가 굵은 김남선 전무가 재무라인에 합류하면서 생긴 변화다.이때 네이버를 도운 국내외 주간사가 모건스탠리와 미래에셋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다. 모건스탠리는 김남선 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가 근무했던 곳이며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미래에셋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투자 등의 자문으로 참여하는 등 네이버와 여러모로 인연이 있다.
당시 민간기업 외화채 업무에 초보였던 미래에셋증권의 합류도 네이버의 혈맹이자 금융사업을 같이 하는 파트너 인연이 작용했다. 외화채 발행은 네이버의 은행권 일변도였던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저변이 됐다.
◇은행권 일변도 외화조달, KP로 다변화 성공
네이버는 2020년 8월 글로벌 M&A를 담당하는 G&T(Growth& True North)실을 신설하고 실장으로 맥쿼리자산운용에서 프라이빗에쿼티(PE) 업무를 하던 김남선 전무를 영입했다. 법무적 지식과 대형 딜을 주도한 경험을 갖춘 그의 합류는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빅딜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재무전략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는데 잇단 글로벌 빅딜로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면서 회사채 시장 문을 다시 두드렸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네이버 CFO로 재직했던 2016년 이후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지만 2021년 3월 아예 한국물(KP) 시장에 도전했다. 5억달러(당시환율 기준 약 56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이었다.
통상 이정도 딜 규모에는 5~6곳의 외국계 증권사가 참여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모건스탠리와 미래에셋증권 단 두 곳만 주간사로 선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네이버 딜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던 자문사다. 미래에셋그룹의 네이버파이낸셜 8000억원 규모 투자거래도 자문했다. 네이버의 일본 계열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 '야후재팬' 합작 딜에서도 인수 측 자문사로 활동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그간 국책은행 등 공기업 KP 발행업무를 해본 적은 있어도 민간기업은 처음이었다. 네이버와는 사업 파트너 인연이 있다. 2017년 6월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 등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하며 혈맹을 맺었다. 이후 네이버가 간편결제와 핀테크 사업부를 떼어내 2019년 11월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시키자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투자를 단행해 지분 30%가량을 확보했다.
네이버는 금융당국 라이선스가 필요한 은행, 증권, 보험 등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 기존 금융회사와 제휴해 간접 진출하는 방안을 금융사업 주요 전략으로 채택했다. 금융업 파트너가 필요했는데 증권, 보험, 캐피탈 등 여러 금융사를 두고 핀테크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혈맹인 미래에셋이 선정됐다. 이 같은 인연이 KP 발행 주간사로 확장된 격이다.
◇조달한 8억달러, 포시마크 등 글로벌 M&A 기반
5억달러 외화채 발행에 성공한 네이버는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곧바로 추가발행에 나섰다. 그 해 5월 리오프닝을 선언하고 당초 2억달러 규모로 조달에 나섰으며 해외 투자자들의 실수요를 바탕으로 3억달러로 증액했다.
리오프닝은 모건스탠리, 미래에셋증권이 아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KP 왕좌에 여러 번 올랐던 전통강호로 네이버 딜을 맡아 발행사 니즈와 투심을 포착해 역량을 한껏 드러냈다. 덕분에 네이버는 한국 민간기업 중 최초 해외사채 리오프닝 성공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리오프닝까지 총 8억달러를 단번에 조달한 네이버의 ESG 채권은 국내 최대 수준이기도 했다.
발행시점도 탁월했다. 시장금리가 평이하게 움직일 때 찍어 발행금리를 1.5%로 굳혔다.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달려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타이밍이 좋았다. 또 한창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언택트 비즈니스가 크게 뜨면서 네이버의 몸값이 한창 높아지던 시점이기도 하다.
KP 발행 성공은 네이버의 외화조달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전만 해도 외화조달의 대표적 수단은 외국계 은행을 통한 대출이었다. 2020년 말 기준 차입금 2조6137억원의 대부분이 JPY(1982억엔), USD(2100만달러), HKD(4억6786만홍콩달러)였다. 이 가운데 엔화는 일본계 미즈호은행이 주선한 신디케이트 대출로 마련됐다.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는 KP를 통한 달러화가 9000억원을 넘었다. 그간 환율이 오르면서 올 6월 말 연결기준 네이버의 총 차입금 4조6984억원 가운데 1조7421억원이 이때 발행한 KP로 조달한 달러화다. 이 자금은 지난해 13억1000만달러(약 1조6700억원)를 들여 인수한 미국 커머스 업체 '포시마크' M&A 때 요긴하게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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