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업계, 엔데믹에 서다]'확장 전략' SD바이오센서 2조 베팅, 묘수와 악수 사이2년간 타법인출자 11건·출자액 1조…M&A 후 수익성 회복 과제
차지현 기자공개 2023-09-13 10:53:19
[편집자주]
진단 분야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표 업종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몸집을 불렸고 현금 곳간도 넉넉히 채웠다.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다. 엔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진단업계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7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최근 2년간 타법인출자액은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실적 급갑을 돌파할 방법으로 일찌감치 인수합병(M&A) 전략을 택했다.이 같은 전략은 '묘수'와 '악수'라는 평가가 오간다. 경쟁사 대비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 안도하는 시각도 있지만 재무구조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현금곳간이 비어가며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는 등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상반기 적자전환, 매출 전년비 84% ↓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 상반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결 매출이 전년보다 84% 급감한 3450억원을 기록하면서 수익성도 악화했다. 영업손실은 174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9678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급전직하다.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한 게 주요 요인이다. 코로나19 제품 매출이 2조764억원에서 1501억원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전체 매출에서 코로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관련 제품 매출 의존도가 95%에 달했던 작년 상반기와 달리 올 상반기엔 44% 수준에 그쳤다.
더욱 심각한 고민은 재고자산이다. 재고자산이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보유한 자산이다. 6월 말 재고자산은 271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가량 증가했다.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팔리지 않은 제품이 늘었다는 얘기다.
재고자산 회전율 수치도 나빠졌다.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매출로 인식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다. 2019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였던 재고자산 회전율이 올 상반기 1.3회로 줄었다.
여기에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6월 말 기준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으로 1506억원을 반영했다. 재고자산평가손실은 향후 매출원가로 비용 처리하는 만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공격적 M&A로 현금 '뚝', 3000억 유증까지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활로를 M&A에서 찾고 있다. 동종분야의 해외 기업을 인수해 현지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11건의 타법인출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 출자액만 약 1조4841억원이다. 브라질 진단 기업 에코 다이그노스티카, 임상 전문 기업 에스디케어, 독일 체외진단 유통 기업 베스트비온, 이탈리아 체외진단 기업 유통사 리랩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문제는 공격적인 M&A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역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말 1조8729억원까지 불어났던 현금성 자산이 4892억원으로 급감했다.
비어가는 곳간에 지난 6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1월 미국 체외진단 업체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며 발생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특히 메리디언 인수를 두고 바이오 업계에선 인수 시점과 가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소화기 감염 진단플랫폼 분야에서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실적 하락세인 기업을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디언은 올 상반기 7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인수 이후 잭 케니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면서 리더십 공백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지난해 초 8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주가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메리디언 인수 소식이 알려진 뒤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여전히 메리디언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수 당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현지 생산기지 구축,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가속화 등을 내세웠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메리디언 인수는 자사가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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