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폐암학회 2023]"4세대 폐암 신약 효과 아쉬움…임상 규제의 한계"[현장줌人]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꽉 막힌 규제에 안타까움 토로
싱가포르=정새임 기자공개 2023-09-13 10:48:13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록버스터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뒤를 잇는 4세대 EGFR 표적항암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핑크빛 미래를 그리기엔 현실이 다소 암울하다.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 국내 바이오텍들이 이 영역에 뛰어들었고, 글로벌과 견줘 개발 단계도 톱티어 수준이다. 하지만 전임상에서 확인한 효능이 임상에서 제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임상 규제가 까다로운 탓이다.
◇4세대 EGFR 표적 신약, 임상에서 효과 아쉬움 남겨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국내·외 주요 4세대 EGFR 표적항암제 임상을 모두 진행하는 곳이다. 4세대 개발사인 블루프린트, 브릿지바이오, 테라펙스, 제이인츠바이오 등의 임상을 도맡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임선민 종양내과 교수(사진)는 4세대 신약들의 전임상부터 초기 임상까지 모두 참여해온 인물이다. 임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2023)에서 더벨과 만나 4세대 신약 개발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올해 세계폐암학회에서 임 교수는 두 건의 4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첫 번째 연구는 브릿지바이오의 BBT-176이다. BBT-176은 3세대 약제를 쓴 환자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C797S 내성변이와 함께 T790M, 엑손19결실까지 삼중 변이를 억제한다고 알려져있다.
브릿지바이오의 BBT-176은 최적 용량을 설정하고 CT 외에도 가던트의 액체생검(ctDNA)으로 약물의 효과를 살펴봤다. 연구에서 결정한 최적 용량은 160mg을 1일 2회 복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320~480mg 용량을 1회 1회 복용하는 것보다 내약성이 우수하다고 봤다.
관건은 최적의 용량으로 후속 임상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이번 발표에서 CT상 종양 크기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44명 중 부분반응(PR)을 보인 환자는 2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종양이 일정 이상 커지거나 작아지지 않은(SD) 상태이거나 병이 진행된(PD) 상태를 보였다.
BBT-176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4세대 신약 중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하지만 전임상에서 기대했던 효과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잘 재현되지 않고 있다고 임 교수는 전했다. 이는 비단 BBT-176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모든 4세대 신약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얘기다.
◇글로벌은 1차 임상 추진하는데…국내 규정에 발목잡힌 4세대 신약
신약 물질이 임상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임 교수는 임상 디자인의 한계를 꼽았다. 현재 4세대 약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상 더 이상 표준치료요법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3세대 치료제의 1차 치료 급여가 불가한 우리나라에서는 1·2세대-3세대-항암화학요법까지 3차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4세대 약물 임상에 참여할 수 있다. 여러 약제를 쓰면서 변이가 복잡해지고 환자들의 컨디션도 현저히 떨어진다.
임 교수는 "4세대 약제들이 모든 표준치료에 다 노출된 뒤 들어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 컨디션이 좋지 않고 전이도 상당하다. 이런 임상 하에서는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타날 수 없다"며 "이런 한계로 4세대 약제를 개발하던 블루프린트도 완전히 임상 디자인을 바꿨다. 타그리소와 병용해 첫 치료에서 약의 효능을 보는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글로벌 간 벌어진 치료의 갭도 국내 바이오텍의 4세대 신약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3세대 약제의 급여 한계로 순차치료가 주로 쓰였던 한국 환자들은 3세대를 먼저 쓰는 글로벌 환자보다 더 다양한 변이를 보인다. 1·2세대 약제의 내성 변이인 T790M은 순차치료를 쓰는 한국 환자에서만 발견된다.
제이인츠바이오도 이번 학회를 통해 4세대 신약 물질 JIN-A02의 1상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국내 환자들이 워낙 다양한 변이를 보이면서 1상부터 변이에 따라 그룹을 여러 개로 쪼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 교수는 "현재로써 4세대 약제의 효과가 핑크빛 미래라고 보긴 힘들다. 개발 전략이 계속 후기 치료에 머물러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그런데 규제당국이 표준치료를 실패한 후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워 임상이 유연하지 못한 한계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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