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동남아 공략]정의선 회장이 동남아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①동남아 투자 3조원 육박...미래 시장 선제적 투자
임한솔 기자공개 2023-09-14 07:41:29
[편집자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건 어느 기업에게나 큰 도전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일본 브랜드의 아성이었던 동남아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남아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선두를 노리는 현대차그룹에게 필수적인 신시장이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동남아 공략 현황과 전략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의 중심(Epicentrum of Growth)'.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이 9월 제43차 정상회의에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동남아가 더는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서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나날이 우상향하는 경제 그래프가 그들의 자신감을 뒷받침한다.매력적인 시장으로 성장한 동남아를 향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자체적으로 대규모 공장을 지었을 뿐 아니라 타 그룹과 연대한 투자까지 단행했다. 이미 소기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건립한 공장을 활용해 중국 자동차 텃밭인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1위를 차지했다.
투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에 이어 기아가 태국에서 첫 완성차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적극적으로 동남아 공략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역량이 동남아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시장에 베팅...정의선 회장 직접 챙겨
현대차그룹이 이전에 동남아 사업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현지 업체들과 협력해 꾸준한 투자를 추진해왔다. 2011년 베트남 탄콩그룹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CKD)으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고 2017년 탄콩그룹과 판매 합작법인 설립도 결정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AG그룹과도 상용차 전문 합작법인을 세웠다.
하지만 동남아에 대해 조 단위 투자를 결정한 사례는 2019년 11월 인도네시아 정부와 맺은 투자 협약이 처음이었다. 2017년부터 면밀한 시장 조사를 거친 결과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들여 현지에 아세안 첫 완성차 생산거점을 짓기로 했다. 당시 수석부회장이었던 정의선 회장이 협약을 이끌었다.
2022년 준공된 인도네시아 공장은 아이오닉5를 생산하며 현대차그룹의 입지 확대에 톡톡이 기여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전기차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던 현대차그룹은 2023년 상반기 점유율 56.5%를 기록하며 시장 1위에 올랐다. 현지 생산에 따른 보조금 등 수혜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을 시작으로 동남아 투자 규모를 더욱 넓혔다. 완성차 공장이 아직준공되지 않은 2021년 7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으로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6월 완공된 배터리셀 공장을 찾아 현지 전기차 전략을 점검했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부터 현지화함으로써 동남아 침투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배터리셀 공장은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정 회장은 앞서 동남아 업체에 대한 투자를 직접 살피기도 했다. 2018년 현대차와 기아는 함께 동남아 최대 차량호출서비스(카헤일링)기업 '그랩'에 총 2억7500만달러(약 3600억원)를 넣었다. 그랩의 사업모델에 현대차그룹 전기차를 더해 모빌리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때 정 회장은 앤서니 탄 그랩 CEO를 만나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동남아 본격 진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공개된 것만 합쳐도 모두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건설에만 6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그러나 현재 현대차그룹이 동남아 자동차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향후 기아의 태국 공장 투자까지 결정되면 동남아 투자 규모는 다른 지역 못지않게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아는 태국에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과 비슷한 연간 25만대 규모 완성차 공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투자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아세안 경제 공동체의 가능성
현대차그룹이 동남아를 노리는 배경은 아세안이라는 국제 공동체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아세안의 역사는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5개 국가가 창설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차례대로 합류하며 오늘날의 10개 회원국이 구성됐다.
10개 회원국을 합친 아세안은 객관적인 숫자만 봐도 거대한 집단이다. 2021년 기준 인구는 6억7000만명, 국내총생산(GDP)은 3조4000억달러(약 4500조원)에 이른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2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막대한 시장을 형성한다. 2022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총액은 2075억달러(약 275조원)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해 아세안 자동차시장은 342만여대 규모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의 2배를 뛰어넘었다.
아세안은 단지 외형만 큰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끈끈한 경제 협력체제를 형성했다. 당초 정부 차원의 협력과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적 공생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덕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회원국끼리 역내 관세 철폐, 현지 생산 제품에 대한 혜택 등 여러 경제 정책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같은 외국 기업이 아세안의 한 국가에서 자리를 잡으면 다른 국가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중간지대인 아세안에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최부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22년 '글로벌 각축장으로 진화 중인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패권 경쟁으로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의 확보가 필요하며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과의 해상 교역을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이 중요하다"며 "미국 또한 중국의 저가 상품들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하며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세계 기업들이 아세안 공략에 나선 까닭이다. 실제로 아세안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15년 1200억달러에서 2019년 1740억달러로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1220억달러로 급감했으나 바로 1년 뒤인 2021년 다시 1740억달러로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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