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시장에 나온 기업은 한 번에 새 주인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떨어진다. 원매자들이 북적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업도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도가 낮아진다.보령바이오파마 딜이 그런 상황이다. 닻을 올렸던 올해 초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는 원매자들이 북적였다. 예비입찰에는 5~6곳이 참여했고 추가로 예비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원매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매각가도 최대 60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현재 양상은 사뭇 달라졌다. 첫 번째 실사우선권을 부여받은 동원산업이 발을 빼고 두번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화인자산운용까지 끝내 인수에 성공하지 못하면서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북적이던 원매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사라졌다. 여전히 인수를 타진하는 SI와 FI가 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얼어붙은 자금시장이다. 매각 측과 기존 투자자들이 바라는 밸류에이션을 맞춰줄 원매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시장환경이다. MG새마을금고 사태가 터지면서 프로젝트펀드 조성이 더 어려워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 자금을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이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령바이오파마의 저력은 여전하다. 인수를 검토했거나 관심을 보였던 하우스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회사는 참 좋다’고 입을 모은다. 안정적인 실적과 시장에서 쌓아온 탄탄한 입지 덕분이다.
매각과정이 길어지면서 걱정되는 건 몸담고 있는 직원들이다. 기업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 직원들의 마음 또한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령바이오파마의 미래에 베팅했던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IPO 약속을 믿고 투자했지만 매각으로 방향이 틀어진 뒤 그마저도 단번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금 회수 기한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우리 말에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다. ‘세번’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한데 거기에 숫자 3을 의미하는 ‘삼’까지 붙어 세번째임을 강조했다. 국어사전에서 삼세번을 찾으면 ‘더도 덜도 없이 꼭 세번’이라는 뜻풀이가 달려있다.
우리만 유독 3번째에 집착하는 건가 싶어 찾아보니 영어에도 비슷한 관용어가 나온다. ‘Third time's the charm’, 세번째에 오는 행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일을 할 때 3번은 도전해볼 것을 독려하는 문화가 깔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은 이제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에도 ‘세번째에 오는 행운’이 적용될까. 직원들과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보령바이오파마의 청사진을 제시해 줄 새 주인을 하루 빨리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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