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사이트솔루션, 무인화로 일구는 '글로벌 톱5' 야망 무인 건설기계 솔루션으로 작업장 안전·효율 개선 가능성 입증
보령(충남)=강용규 기자공개 2023-09-22 08:27:06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연기관 기반의 자동차가 배터리와 수소 등으로 움직이는 전동화 전환을 거치며 산업에서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시한 전장 기술력이 자동차회사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했고 이제는 자율주행차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같은 움직임이 건설기계산업에서도 포착된다. 회사마다 건설기계의 동력원을 전동화하는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가운데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자율작업 기술의 개발에도 선제적으로 힘을 쏟는 중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자율작업 건설기계 기술은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기자의 눈으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자회사 HD현대인프라코어가 올해 선보인 무인 건설기계 솔루션 '콘셉트-X2(Concept-X2)'를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이 기술이 미래 건설기계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감상을 받았다.
◇악천후에도 문제없는 무인 건설기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일 HD현대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시험장이 위치한 충청남도 보령에서 콘셉트-X2를 적용한 무인 건설기계의 시연행사를 열었다. 보령시험장은 실제 건설기계 작업 환경과 유사한 석산지대에 마련된 실증 연구단지로 2019년 준공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뿐만 아니라 형제회사 HD현대건설기계의 신제품도 이곳에서 실증을 거친다.
이날 보령에는 시간당 70mm의 폭우가 쏟아졌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안전을 위해 건설현장의 '올스톱'이 당연한 환경이지만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무인 건설기계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비바람을 뚫고 도저가 능숙하게 평탄화 작업을 수행했다.
굴착기도 문제없이 흙을 퍼날랐다. 굴착기 버킷의 각도를 조정하는 어태치먼트 '틸트 로테이터'가 정교한 움직임을 보일 때는 시연을 관람하는 기자들 가운데에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은 사람이 타서 조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불가능했다. 이날 시연에 동원된 도저와 굴착기에는 캐빈(조종석)이 아예 없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두산인프라코어 시절이었던 2019년 '콘셉트-X'라는 이름의 무인 건설기계 솔루션을 처음 선보였다. 그 해 11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건설기계 박람회 '바우마 2019'에 참가해 뮌헨에서 8500km 떨어진 인천의 굴착기를 원격으로 조종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콘셉트-X의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인지 및 제어성능을 개선해 작업 효율을 13%가량 높이고 광각 레이더를 통해 주변 사물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정지하는 'E-스톱' 등 능동안전(Active Safety) 기술이 더해진 솔루션이 바로 콘셉트-X2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콘셉트X2를 HD현대건설기계가 새로 출시한 도저에도 적용하는 등 두 사업자회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조이스틱을 활용해 도저를 움직여 봤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평탄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정해진 작업반경을 벗어나자 도저가 스스로 멈추기도 했다. 콘셉트-X2가 단순한 원격조종 기술을 넘어선 무인화 솔루션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중장비 운전 경험은커녕 면허조차 없는 기자도 이 정도로 작업할 수 있다면 숙련 작업자는 얼마만큼의 효율을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설기계의 무인화 및 자율화는 위험도 높은 현장에 건설기계만을 투입하는 것으로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건설업은 사고사망 발생빈도가 높은 산업이다. 국내 기준으로는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644명(611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41명(328건)이 건설업 사망자였다. 사업장 안전을 실현한 수 있는 무인 건설기계는 매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무인 건설기계의 다른 장점은 작업자가 퇴근한 뒤에도 건설기계가 스스로 작업하는 방식으로 현장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현재 기술력이 아직 이를 완벽하게 현실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기술력을 더욱 높여 현장의 완전한 무인화를 달성하는 것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목표다.
글로벌 건설기계시장의 강자인 캐터필러나 코마츠, 볼보 등도 무인 건설기계를 연구하고 있다. 앞서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건설 박람회 '콘엑스포(CONEXPO) 2023'에서 캐터필러와 볼보가 원격제어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인화에 자동화까지 더한 종합 관제솔루션을 시연한 기업은 아직까지 HD현대인프라코어 뿐이다. 이날 행사에서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효율성, 안전성, 친환경성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가 가장 앞선 자율 건설기계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2025년 HD현대그룹 건설기계부문의 매출 10조원,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해 글로벌 톱5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2021년 기준으로는 매출 7조8000억원, 시장 점유율 2.7%의 12위였던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 갈 길이 멀다.
세계적으로 무인 건설기계를 향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콘셉트-X2 기술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목표 달성을 견인하기에 충분할까. 김동목 HD현대인프라코어 수석의 말로 해답을 갈음한다.
"콘엑스포 2023에서 콘셉트-X2를 시연했을 때 관람객들의 반응 중 '터미네이터가 왔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기술이 건설기계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는 의미였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