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이정원 ICTK 대표 "원천 기술로 글로벌 리더 등극"2012년 합류해 외부 투자·파트너십 구축 앞장, 내년 흑자 전환 '전망'
판교(경기)=정유현 기자 공개 2023-10-04 08:16:12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투자하는 '선선행' 기술이지 벤처기업이 하기에 적합한 기술이 아니다."최근 차세대 보안기술 기업 ICTK(아이씨티케이)의 이정원 대표이사(사진)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일반인에게 어렵고 생소하지만 글로벌 보안시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떠오른 물리적 복제 방지(PUF) 기술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가 과거를 복기하며 던진 첫 마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PUF 기술을 고도화 시키고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변 어르신들의 조언을 뼈저리게 공감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술을 개발하며 시행착오도 겪었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고 글로벌 차세대 보안칩 시장의 리더로 우뚝 섰다. 벤처기업 성장 드라마의 한 챕터를 완성한 ICTK는 이제 기업공개(IPO)를 통해 뉴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2016년 유럽서 혁신상 수상하며 방향성 확신, 글로벌 업체 경쟁사 등재
ICTK는 반도체 수동 난수를 활용해 VIA(비아) PUF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상용화 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이 대표가 ICTK에 합류한 2012년만해도 VIA PUF 기술의 지식재산권(IP)을 국내외 기업에 매각하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 신기술에 대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벤처기업이 내놓은 기술을 믿고 사줄리 만무했다. 그래서 2016년 ICTK는 직접 PUF 기술을 탑재한 보안칩 상용화에 성공했다. 고객사에 칩을 공급하며 기술을 검증했다.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술에 대한 믿음으로 기술 고도화에 매진했다. 벤처 투자 전문가였던 이 대표는 VIA PUF 기술의 확장성 가치를 크게 봤고 꾸준히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R&D(연구 개발)의 밑천을 마련했다. 국내외 여러 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데 앞장섰다.
외로운 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결국 VIA PUF 기술은 글로벌 보안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벤처기업인 ICTK는 이제 수십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견제를 받는 위치에 올랐다. 진부하지만 글로벌 차세대 보안칩 시장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압도적 피지컬 차이에도 다윗인 ICTK는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 칩을 만들었을 때 기술 대비 제품의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2016년 프랑스 보안 컨퍼런스서 혁신상을 수상했다"며 "이 수상을 계기로 우리 기술 개발의 방향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고 힘들어도 이 기술이 필요로 하는 시장이 올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차세대 보안칩에 대한 관심은 바로 커지지 않았다. 5년 전만 해도 반기에 한 번 정도 클라이언트가 관련 기술을 문의하러 올 정도였다. 고객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2020년 세계반도체협회(GSA) IoT(사물인터넷) 보안 워킹그룹의 산업 기준과 국제기술표준기구(ISO)에 정식 등재되면서다. ICTK는 GSA의 IoT보안 분과의 ‘신뢰시작점’ (RoT, Root of Trust)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한 국내 유일의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PUF 기술이 선택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필수로 자리 잡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글로벌 거대 IT 기업과의 수주 경쟁에서 이기는 쾌거도 거뒀다"며 "글로벌 보안칩 업체의 경쟁 회사로 ICTK가 등재가 될 정도이고 PUF 기술 분야에서는 리더격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Finnegan 소송팀과 특허 작업, 내년 흑자전환 예상
다시 다윗과 골리앗의 구도로 돌아가면 ICTK는 글로벌 시장에서 골리앗과 경쟁하기 위해 '특허'를 공략했다. 현재 127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7개는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특허라는 방패가 필수다.
이 대표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특허 관련 경쟁력이 없으면 다 뺏기고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집중했다"며 "경쟁력 있는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 시작부터 미국의 특허 로펌의 소송팀을 통해 메인 특허를 취득했고 이를 뿌리로 확장해나갔다"고 설명했다.
ICTK가 파트너십을 구축한 곳은 미국 지식재산분야 최대 로펌인 Finnegan 소송팀이다. 이 대표는 "아플 때 아무 의사나 찾아가지 않고 그 분야에 특화된 의사를 찾아가 듯 특허 관련 경쟁력이 있는 곳에서 준비를 했다"며 "특허는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PUF가 IoT 보안의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며 ICTK도 수익을 창출할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PUF 칩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업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보안칩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만약 100원에 만들면 최소 200원은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보안칩 회사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내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ICTK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가슴이 뜨거워진 이 대표는 "한국이 IT 강국인 만큼 토종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보안쪽은 그동안 뚜렷하게 성과를 내는 곳이 없었다"며 "우리끼리만 이 기술이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에서 인정을 받았다.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깃발을 날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ICTK는 지난 5월 기술성 평가를 받았고 연내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기술 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이 대표는 "공모 자금은 R&D를 강화하고 개발팀과 설계팀 인력 확충에 활용할 계획이다"며 "멀티플 하게 여러팀을 구축해 해외 인증도 더 받고 해외 구루(Guru)들과의 컨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점프하는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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