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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몸값 치솟는 디아이티, 'D램' 넘어 '낸드'까지 노린다②레이저 어닐링 내년 최대 10기 추가 입고 예상, 400k 캐파 낸드플래시 양산 기대감

조영갑 기자공개 2023-10-12 08:04:37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6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아이티가 4년 간 개발한 전략장비 '레이저 어닐링(Laser annealing)' 시스템이 SK하이닉스 HBM3E(5세대 HBM) 양산 라인에 공급되면서 시장이 디아이티의 밸류(기업가치)에 대해 재차 주목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선단공정 관련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 데다가 D램을 넘어 시장규모가 더 큰 낸드플래시 양산라인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디아이티는 최근 2대의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을 SK하이닉스 HBM3E 양산라인에 입고하면서 150억원 가량의 신규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에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이오테크닉스와 유사한 수준(약 70억원)의 ASP(평균공급단가)를 예상했으나 약 50억~60억원 수준의 ASP로 공급됐다는 전언이다. 레이저 어닐링 장비와 더불어 부속설비를 포함해 총 15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는 얘기다.

디아이티가 SK하이닉스에 독점 공급하는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은 웨이퍼 이온 주입 후 발생할 수 있는 도펀트의 정렬 오차를 바로 잡는 장비다. 전공정 과정에서 부도체인 웨이퍼에 전기적 특성을 가하기 위해 이온을 주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데미지가 발생, 실리콘 격자가 틀어지는 현상을 레이저 조사로 바로 잡는 솔루션이다.

고열을 통해 이를 바로 잡는 급속어닐링(RTA) 방식 대비 뒤틀림, 단층 발생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단층 반도체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반도체 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비다.

디아이티는 4년 간 2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개발을 완료한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을 올해 5대 가량 SK하이닉스 측에 인도하고, 지속적으로 공정 테스트를 진행했다. 1대는 SK하이닉스 R&D 섹터에 입고하고, 나머지 4대는 HBM 양산 라인에 입고해 공정 테스트를 진행했다. 9월 말 15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 공시는 테스트 장비 5대 외 신규 장비의 입고를 의미한다. SK하이닉스 HBM3E 양산 라인에서 만족할 만한 수율이 나왔다는 의미다.

신규 장비 양산 공급에 물꼬를 튼 디아이티는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레이저 어닐링 시스템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1b(10나노급) HBM 선단 공정에 디아이티의 레이저 어닐링 장비를 중용, 만족할 만한 수율을 얻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HBM3E 양산에 박차를 가하면 자연히 디아이티의 레이저 어닐링 장비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 시장을 타깃으로 출시할 예정인 GPU(그래픽처리장치) 반도체 B100(Blackwell Architecture)가 내년 2분기 출하될 전망인 만큼 B100과 함께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 HBM3E 관련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디아이티가 이번에 양산라인에 입고한 레이저 어닐링 장비의 수요 역시 내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최소 약 100k(10만장) 규모의 HBM3E 캐파를 확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어림잡아 10k(1만장) 캐파에 레이저 어닐링 1대가 입고된다고 가정하면 내년 최소 10대의 레이저 어닐링 장비가 입고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500억~600억원 가량의 신규 매출액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레이저 어닐링 장비의 마진율이 50%에 이르기 때문에 최대 250억~3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

디아이티 입장에서 더 고무적인 것은 아직까지 SK하이닉스 D램라인에만 디바이스가 적용됐으나 내년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양산라인에도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낸드플래시의 시장 규모는 D램에 비해 더 크다. 하이닉스의 D램 총 캐파가 약 300k(30만장)이라고 하면, 낸드플래시는 약 400k(40만장)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D램 양산라인에 최대 30기를 입고할 수 있다면, 낸드 라인에는 40기 가량을 입고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ASP 기준으로 따지면 낸드 관련 라인에만 2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이 기대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아이티의 업사이드 포텐셜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매크로(거시경제)에 억눌려 코스닥 지수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디아이티 홀로 독야청청한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디아이티는 추석 연휴 이후 코스닥 반도체 섹터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약 11%의 상승률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상반기 ALD(원자층증착) 장비를 SK하이닉스 양산 라인에 정식 공급하면서 밸류가 치솟은 것과 유사하게 디아이티 역시 SK하이닉스 HBM 선단 진출을 통해 기업가치가 재조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올 초까지 1만원대에 머무르다가 ALD 관련 공급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해 현재 약 2만700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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