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공기업 재무점검]가스공사, 무시할 수 없는 이자비용②상반기 별도 순이자비용 7533억,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으로 떨어져
김형락 기자공개 2023-10-17 07:27:11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2일 15:0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이자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올 상반기 유입된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차입금을 일부 상환했지만, 이자비용 증가세를 억제하지는 못했다. 원가 이하로 도시가스 공급을 지속하면,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동절기(12월~3월) 자금 소요를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가스공사는 올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 1048억원이 발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5517억원)을 초과하는 금융손익(-7395억원)이 발목을 잡았다. 순이자비용(7533억원)이 영업이익보다 컸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727억원)을 거뒀다. 해외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관계회사 실적이 더해진 덕분이다.
지난해 늘어난 차입금이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이하 동일) 총차입금이 전년 대비 16조6082억원 증가한 43조1030억원을 기록했다.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발생원가)이 급등했지만, 가스 요금(판매수입)은 소폭 인상돼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공급하면서 추후 회수해야 하는 원료비 미수금이 쌓였다. 운전자본에 속하는 원료비 미수금이 늘면서 그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15조3714억원을 기록했다.
급격한 요금 인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외부 조달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지난해 늘어난 단기차입금만 15조7508억원이다. 그해 12월에는 한국가스공사법을 개정해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적립금 포함)의 4배에서 5배로 확대했다. 그해 말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각각 8%포인트(p), 190%p 증가한 73%, 643%을 기록했다.
차입 만기는 단기화됐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이 55%(23조5824억원)였다. 사채는 44%(19조1052억원), 장기차입금은 1%(4155억원)를 차지했다. 2021년 말 차입금 구성은 △사채 69% △단기차입금 30% △장기차입금 2% 순이었다.
이자 부담도 가중됐다. 2018~2021년 5000억~6000억대였던 가스공사 순이자비용 지난해 829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는 양호한 수익성(영업이익 2조158억원)을 기록해 이자보상배율은 2.4배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올 상반기 현금 사정이 나아지자 곧바로 차입금을 줄였다. 미수금 증가액은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매출채권 회수액이 늘며 영업현금 유입액이 커졌다. 올 상반기 유입된 영업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조2473억원 증가한 4조5594억원이다.
가스공사가 올 상반기에 상환한 차입금은 총 3조5615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는 동시에 단기차입금을 장기 회사채로 차환하는 재무 전략을 폈다. 상반기 말 단기차입금 잔액은 전년 말 대비 6조275억원 줄어든 17조5549억원, 사채 잔액은 전년 말 대비 2조 4808억원 증가한 21조5860억원으로 나타났다.
차입 구성은 다시 사채 위주로 바뀌었다. 올 상반기 말 총차입금 비중은 △사채 55%(21조5860억원) △단기차입금 44%(17조5549억원) △장기차입금 1%(400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74%로 전년 말 대비 1%p 증가했지만, 부채비율은 580%로 전년 말 대비 63%p 하락했다.
이자비용 감소 폭은 제한적이었다. 올 상반기 순이자비용은 7533억원으로 지난해 온기 순이자비용(8297억원)에 가까웠다. 이자보상배율은 1배 미만인 0.7배를 기록했다.
동절기에도 원가 이하로 가스 공급을 지속하면 원료비 미수금과 매출채권이 쌓이며 영업현금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채 발행 한도를 상향해 조달 여력(올 상반기 말 사채 발행 가능액 약 14조원)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스공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 검토 보고 당시 이상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사채발행액 한도를 상향하는 것은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가스 요금에 원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원료비연동제를 시행해 요금을 현실화하고, 누적된 미수금을 회수하는 방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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