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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윤종규→양종희' 체제 KB인베, 한투파도 따라잡을까①윤, 부행장 출신 대표 선임 관행 '마침표'…양, '비상무이사' 인연 바탕 힘 실어줄듯

이효범 기자공개 2023-10-18 07:50:56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0년도 훨씬 전인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벤처캐피탈로서 KB인베스트먼트가 톱티어(top-tier)로 올라선 것은 윤종규 전 회장 체제인 2010년대 후반이었다.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에는 VC 업계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KB금융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벤처조합 운용자산(AUM) 2조원을 굴리는 대형 VC로 성장했다. 올들어 VC AUM 기준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이어 2위 자리를 꿰찼다.

금융 계열사의 성장은 금융지주 수장의 리더십과 직결된다. 윤종규에 이어 양종희 체제로 들어선 KB금융그룹 산하에서도 KB인베스트먼트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KB인베스트먼트가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VC AUM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를 제치는 것이다. 차기 회장으로 발탁된 양종희 내정자 체제에서 KB인베스트먼트가 계속해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좌), 양종희 KB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우)

◇'황영기·어윤대·임영록 체제' 부행장 출신 대표 발탁...VC AUM 10위권 밖 밀려나

KB금융그룹은 2008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5번째 회장 체제로 접어든다. 초대 회장은 황영기 전 회장이었다. 그는 우리은행 회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져 KB금융 회장 자리에서 1년여만에 사퇴했다.

2010년 7월부터 어윤대 전 회장 체제가 시작됐다. 그는 2013년 7월까지 3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었다. 뒤를 이어 임영록 전 회장 체제가 2014년 9월까지 이어졌다. 황 전 회장부터 임 전 회장까지 총 6년 가량이다.

KB금융그룹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 이후 3명의 회장 체제 아래에서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자리는 주로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도맡았다. 금융지주 체제를 전후해서는 주택은행 출신이었던 양남식 전 대표가 KB인베스트먼트 경영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국민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출신이다.

이어 국민은행 업무지원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던 홍세윤 대표가 발탁됐다. 그는 KB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인 KB창업투자 시절인 2008년 12월부터 2010년말까지 2년간 경영을 이끌었다. 양 전 대표와 홍 전 대표 체제에 이어 배턴을 이어받은 인사는 김한옥 전 대표였다. 그는 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2011년 1월부터 2013년 연말까지 거의 3년간 KB인베스트먼트 경영을 지휘했다.

김 전 대표에 이어 발탁된 남인 전 대표도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업무지원본부장, 여신심사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로 2014년초 선임됐다가 2014년 연말 사임했다. 윤종규 회장 체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남 전 대표 체제는 1년만에 끝났다.


KB인베스트먼트의 VC AUM이 줄었던 시기도 이 때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의 VC AUM은 2013년말 2550억원, 2014년말 195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국내 VC 업계 순위는 8위였다가 19위로 떨어지기도 했다. 2013~2022년까지 10년간 연말 기준으로 AUM이 줄어든 건 이 시기 뿐이었다.

물론 PEF를 포함한 AUM을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10위권 내에 있었다. 다만 대다수 VC들이 당시 VC AUM을 확대한 것과 비교하면 KB인베스트먼트가 벤처조합 결성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요약하면 금융지주 전환 이후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 시절에는 주로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KB인베스트먼트 경영지휘봉을 잡았다. 은행 업무에 특화된 인물들이 주로 대표로 발탁된 가운데 VC AUM 숫자만을 놓고 보면 쉽사리 펀드를 결성하지 못했던 시기로 보인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옛 국민은행이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각 은행 산하에 있던 VC들이 장은창업투자를 중심으로 합병하면서 2002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08년 KB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된 이듬해인 2009년 KB인베스트먼트로 상호를 바꿨다.

KB인베스트먼트의 관리자산(VC+PE)은 2012년 1조4000억원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 더벨 리그테이블 기준으로 보면 KB인베스트먼트의 VC AUM과 PEF AUM은 각각 2550억원, 7191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들의 임기가 짧은 가운데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 벤처조합보다 PEF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윤종규 체제서 전성기 맞이, 전문성 갖춘 대표 선임…KB금융지주 500억 자본 수혈

VC 부문에서 부진했던 KB인베스트먼트는 윤종규 회장 체제 아래에서 도약했다. 2023년 상반기말 기준 KB인베스트먼트의 AUM은 2조3703억원에 달한다. 10여년 전과 달리 VC AUM이 2조662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PEF AUM은 3041억원에 그쳤다. VC 업계에서 한투파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의 AUM을 기록하고 있다.

윤 회장 체제는 2014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다. 9년 동안 KB인베스트먼트는 KB금융그룹의 성장과 함께 몸집을 키워나갔다. 윤 회장 체제 아래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전문성을 갖춘 대표를 발탁했다는 점과 KB금융그룹의 지원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윤 회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K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은 인물은 박충선 전 대표다. 그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KB국민은행에 합류했다. 투자금융팀장, 투자금융본부장, CIB본부장 등 기업금융과 IB(투자은행)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던 만큼 벤처캐피탈 업무와도 연관성을 갖춘 인물이었다.

박 전 대표는 2015~2018년 3월까지 KB인베스트먼트를 이끌었다. 그의 임기 막바지인 2017년말 VC AUM은 412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PEF AUM 265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AUM은 6770억원으로 업계 10위에 안착했다. PEF부문보다 VC부문에 힘을 실었던 시기로 풀이된다.


KB인베스트먼트를 톱티어 VC 반열에 올린 인물은 현재의 김종필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인베스트먼트 입사 이전까지 KB금융그룹과는 접점이 전혀 없던 인물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VC업계에서 오랜기간 활약해온 전문가다. 김 대표는 창업투자사에서 근무한 정통 심사역이다. 1970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TB네트워크(현 다올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를 거쳐 2000년 동원창업투자(현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입사한 이후 십수년간 활약을 펼치며 CIO(최고투자책임자)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 대표 영입은 윤 회장 입장에서도 승부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B인베스트먼트 CEO는 그룹 내 핵심 라인으로 볼 수 있는 국민은행 출신들이 선임되는 자리였는데, 이를 외부 출신 인사로 채웠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고 VC업계 전문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는 앞서 2012년 KB인베스트먼트가 국민창투로 불렸던 시절, 조승현 교보증권 고문을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다만 조 전 대표는 심사역 출신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윤 회장의 용인술은 KB인베스트먼트를 키우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 발탁 이후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KB인베스트먼트에 자본수혈을 결정하면서 신임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KB인베스트먼트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2018년말 1368억원에서 2019년말 1865억원으로 증가했다.

VC는 통상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외형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현금을 신규 펀드 결성에 필요한 GP커밋(운용사 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펀드 결성 규모의 10%를 GP커밋으로 납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KB금융지주로부터 수혈 받은 500억원으로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KB인베스트먼트의 VC AUM은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대폭 불어났다. 2018년말 6618억원에서 2019년말 1조44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로 VC AUM을 키워 올해 상반기말 2조원을 넘겼다.

◇KB인베, 2012년 AUM 1조 돌파...양종희 차기 회장, 당시 이사회 멤버로 협력

KB인베스트먼트는 이처럼 역대 KB금융지주와 회장의 스탠스에 적잖은 영향을 받아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윤 회장 시절 지원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펼치면서 톱티어 VC 반열에 올랐다. 향후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양종희 내정자 체제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 내정자는 KB인베스트먼트에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2010년 12월에서 2013년 7월까지 약 2년반의 기간 동안 KB인베스트먼트 이사회 멤버로 활약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기타비상무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당시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장으로서 김한옥 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김 전 대표는 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을 역임해오다 KB인베스트먼트 대표로 발탁됐다.

공교롭게도 2012년 KB인베스트먼트가 처음으로 AUM 1조원을 돌파했던 시기 양 내정자와 김 전 대표가 이사회 멤버였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으로 접어들면서 AUM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양 내정자 체제에서 KB인베스트먼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그가 윤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만큼 큰틀에서 VC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KB인베스트먼트가 명실상부한 업계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다. 업계 2위로 뛰어 올랐지만 1위인 한투파와의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한투파의 VC AUM은 3조2206억원으로 KB인베스트먼트와 비교해 1조1544억원 큰 편이다.

한투파는 KB인베스트먼트에 비해서 자기자본도 큰 편이다. 2022년말 한투파의 자기자본은 2413억원으로 KB인베스트먼트의 2227억원을 넘어선다. 2021년말까지만 해도 한투파의 자기자본은 3000억원을 웃돌았으나 지난해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자산에 대해 평가손실이 대거 반영되면서 자기자본 규모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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