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VC 톺아보기]'벤처 DNA' 신한금융, 네오플럭스 인수는 화룡점정?①민간 창업 은행 스타트업 경험, 40년 만에 VC M&A 결실…모험자본 투입 확대
김진현 기자공개 2023-10-19 08:24:05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벤처 DNA'가 가장 강하다고 자부한다. 금융지주의 근간은 은행이고, 리스크 관리가 숙명인 은행업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신한금융이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모험(벤처) DNA가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신한금융은 1982년 재일교포 340여명의 출자금으로 설립됐다. 초기 납입자본금은 250억원, 지점 수는 본점 포함 4개였다. 지금 시각에서 보면 '민간 은행 스타트업'이 신한금융의 출발이었다. 신한은행은 '작지만 내실있고 친절한 은행'을 표방하며 리테일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가 "신한금융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태생부터 벤처 DNA를 가진 회사였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신한금융은 2020년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네오플럭스를 인수하면서 벤처 DNA가 가장 꿈틀대는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VC)을 마침내 품에 안았다.
◇신한의 모험정신, '최초' 타이틀 석권
신한금융은 국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보유한 곳으로 손꼽힌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신한금융그룹의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독특한 역사와 민간자본을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적 접근의 결과가 최초라는 타이틀로 발현됐다. 신한(新韓)이라는 사명에서도 이들의 지향점이 엿볼 수 있다. 신한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당시 5대 은행인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가 기업 고객을 모두 꽉 잡고 있었기에 신한은행은 리테일 베이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블루오션을 개척한 셈인데, IMF 외환위기로 이들 5대 은행이 휘청대는 사이 신한은행은 도약의 계기를 맞이했다.
신한금융은 동화은행, 조흥은행, 제주은행 등을 인수하며 지금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특히 은행 스타트업인 신한은행이 대기업 '조흥은행'을 인수한 사건은 신한은행이 단숨에 국내 2위 은행 지위를 갖출 수 있게 만든 계기였다. 은행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국내 주요 톱티어 금융지주로 성장한 경험은 벤처 DNA를 보유한 금융사라고 자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벤처(venture)'라는 단어의 핵심은 '모험적 경영'에 있다. 다양한 도전과 실험이 벤처의 본질이다. 신한은행은 1984년 국내 최초로 CMF수신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1991년 국내 최초로 PC뱅킹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인터넷뱅킹 구축의 선봉 역할을 했다.
1994년에는 최초로 텔레뱅킹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는 1999년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출시로 이어졌다. 고객 편의를 위해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빠르게 접목한 신한은행의 벤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이밖에 신한은행이 '최초'로 내세우는 것들은 다양하다. 국내 최초로 수화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고, 원격 PB 업무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외화자동환전기도 국내 최초로 설치한 게 신한은행의 업적이다.
금융에 기술을 접목하는 것에 대한 신한은행의 열망은 2015년 금융권 최초의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 출범으로 이어졌다. 신한퓨처스랩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과 연계할 수 있는 협업 서비스 공동개발,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투자 및 멘토링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듬해 신한은행은 사내벤처 제도도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시도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창의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사내벤처 TF를 구축하고 사내 공모를 통해 사내벤처 육성에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사내벤처 제도를 이용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지적 재산에 스타트업의 특징인 창의성과 혁신성을 결합하고자 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의 사내벤처 출범이었다.
◇네오플럭스 인수, 전생애주기 투자 밸류체인 확보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도로 혁신을 꾀해온 신한금융그룹은 2020년 17번째 자회사로 네오플럭스를 인수했다. 당시 711억원을 지불하며 두산이 보유한 보통주 2441만3230주(지분율 96.77%) 인수를 완료했다. 두산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네오플럭스를 품으면서 벤처 DNA 전파를 위한 방점을 찍었다.
당시 네오플럭스를 인수한 신한금융그룹은 전문 벤처캐피탈(VC) 인수를 통해 유망 벤처기업의 창업초기부터 확장, 성장기, 프리IPO, 포스트IPO로 이어지는 기업의 전 생애주기 단계별 자금 투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신한금융의 투자금융 사업라인 연계를 통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하는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네오플럭스 인수 당시 "유망 벤처기업의 창업 초기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며 "혁신금융 역량을 업그레이드해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0년 당시 신성장 동력 발굴을 목표로 '신한 N.E.O(New Economic growth suppoting Operations)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디지털 스타트업 투자액을 1100억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네오플럭스 인수는 이러한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맡길 밸류체인 확보 목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네오플럭스는 신한금융그룹 편입 이후 곧바로 1000억원 규모의 '신한-네오 Market-Frontier 투자조합2호'와 199억원 규모의 '신한-네오 소재부품장비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그룹의 벤처DNA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4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출자하며 펀드 결성에 힘을 보탰다.
신한-네오Market-Frontier2호 펀드에는 신한그룹의 GIB사업부문이 300억원, 신한자산운용이 20억원을 보태며 총 320억원을 투입했다. 199억원 규모의 신한-네오소재부품장비 펀드에는 신한그룹의 GIB사업부문이 79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신한벤처투자도 해당 펀드 결성에 고유자금 20억원을 투입했다.
신한벤처투자가 2020년 결성한 2개 펀드는 신한금융그룹이 VC를 인수 목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펀드를 결성한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21년에는 2300억원 규모의 '신한벤처 투모로우 투자조합1호' 결성했는데 여기에도 신한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출자가 힘이 됐다. 당시 신한금융투자의 신탁 펀드를 통해서도 해당 펀드 결성에 자금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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