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반박자 빠른 현장영업…조삼모사 평가도 내년 개인영업 강화 위해 ‘아이유 달력’ 조기 배포…"연말 고객 유인 수단 없을수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3-10-19 08:18:01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업활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리은행의 행보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하반기 기업명가 재건을 목표로 기업금융에서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개인금융도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2024년 달력을 조기 제작해 전국 지점에 배포하면서 일찌감치 내년 영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다만 이러한 달력 조기 배포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번 이벤트는 우리금융그룹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비롯된 고육지책이다. 10월부터 배포를 시작해 조기에 달력이 소진되면 막상 12월 대고객 이벤트를 벌일 마케팅 수단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초 2024년 달력을 제작해 전국 영업점에 배포했다. 아직 모든 내방객들에게 달력을 나눠주지는 않고 있다.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달력을 선물하며 핵심고객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우리은행의 2024년 달력 제작 및 전국 지점 배포는 예년보다 한달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리테일영업 강화를 위해 경쟁사 대비 반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해 전략적으로 달력을 활용해 마케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통상 매년 11월 말부터 각 은행들은 새해 달력을 제작해 고객에게 제공해왔다. 은행 달력은 ‘돈들어오는 달력’으로도 여겨져 고령층 고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 달력은 젊은 층에도 인가가 높다.
우리은행 달력은 일명 ‘아이유 달력’으로 불리며 전연령층 고객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유가 홍보 모델이 된 뒤 달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우리은행은 매년 수량을 늘려 제작하고 있다. 실제 2021년 44만개를 제작했고 2022년에는 63만개로 늘렸다.
그런데도 매년 12월 중순이 지나면 재고가 없어 모든 내방객들에게 못 줄 정도다. 이에 따라 매년 달력 배포 시즌이 되면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아이유 달력을 판매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아이유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 연말을 기회로 리테일영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지배구조가 출범한 뒤 영업활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2024년 개인금융 영업력 확대를 위해 올 10월부터 전 영업점에서 대고객 밀착 행보를 펼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부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걸고 기업금융부문에서 영업활동을 강화해왔다. 전국 주요 국가산업단지에 BIZ프라임센터를 개소하며 지점장급(부장급) RM과 WM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 외형 성장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 주요 은행들이 개인금융보다 기업금융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우리은행도 정면 승부에 나섰다. 경쟁사 대비 영업실적이 뒤쳐진 상황에서 직접 경쟁을 택한 것이다. 또 과거 기업금융 명가로 불렸던 만큼 영업채널을 복원하는 의미도 있었다.
기업금융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은 내년 영업 초점을 개인금융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박자 빠르게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아이유 달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시장에서 고객들의 호응도가 높은 마케팅 수단을 활용해 조기에 이슈를 선점하며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달력 조기 배포의 또 다른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취임 뒤 우리금융은 판관비 등 비용 감축에 나섰다. 당장 이익기반을 단기에 확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전 부문에 걸쳐 허리띠를 졸라맸다.
통상 은행들은 11월말을 기준으로 연간 결산을 진행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예산 외 추가 비용 등 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또 연간 실적도 11월말 가결산을 진행한 뒤 12월 실적을 최종 합산한다. 이런 가운데 마케팅비 집행을 11월 이전에 모두 끝내 추가 비용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달력 제작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 마케팅 비용을 선 지출한만큼 10월부터 연말까지 우리은행은 대고객 마케팅 비용 추가 지출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 달력을 이용해 연말이 되기 전 고객접점을 확보하는 선에서 영업활동이 더 나아가지는 못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상 2024년 영업이 시작되는 오는 12월에는 오히려 추가 마케팅 수단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이번 달력 조기 배포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란 평가도 있다. 우리금융 전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용절감을 위해 연말 이벤트를 한달여 이상 앞당겨 실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2024년 영업을 위해 12월 마케팅을 강화하면 오히려 우리은행의 반박자 빠른 행보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달력 배포는 각 은행들의 연말 가장 중요한 대고객 행사”라며 “이 시긴 내방하는 비활성고객을 활성고객으로 유치하는 등 내년 영업을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시기인데 달력이 조기 소진되면 마땅히 고객을 유인할 수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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