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홈쇼핑이 간과한 가품 검수 가치는 모조상품예방 시스템 등 검수 관리 유·무형자산 미비
문누리 기자공개 2023-10-25 07:41:34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0일 07: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영홈쇼핑의 가품 검수 등 품질 관리 능력이 논란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위조 의심 상품이 대규모로 유통되면서다. 공영홈쇼핑이 전산장비·소프트웨어(SW) 등 검수 관련 유·무형자산 투자에 부진했던 여파가 품질 검수 능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홈쇼핑을 비롯한 유통업계에서 품질 검수는 고객신뢰도 유지의 근간이 되는 투자다. 실제 공영홈쇼핑 재무제표 공시에도 투자 부진의 흔적은 드러난다. 적자지속을 오래 끌어온 공영홈쇼핑은 자본잠식을 해소하기까지 관련 투자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개국 첫해 전산장비 136억원 이후 투자 부진, 소프트웨어도 작년에야 49억원 취득
공영홈쇼핑이 2015년 개국한 이래 유형자산인 전산장비 투자는 첫해 빼곤 사실상 전무하다. 2015년 136억원 규모의 전산장비를 취득한 이후 2021년까지 전산장비 취득액은 대부분 1억~3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17억원가량의 전산장비를 추가 취득한 게 가장 큰 규모다.
그에 비해 관련 전산장비 감가상각은 지속적으로 깎여져나갔다. 공영홈쇼핑 감사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전산장비 내용연수는 6년으로 정액법에 따라 감가상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5년에 대거 들여온 전산장비의 수명은 2021년으로 이미 끝난 셈이다.
실제 2016년부터 공영홈쇼핑 전산장비에는 매년 23억~24억원의 감가상각이 들어갔다. 이에 개국 첫해 들여온 136억원어치 전산장비의 내용연수는 2021년 마지막 19억원 상각을 끝으로 전액 소진됐다. 2022년에는 그간 조금씩 유지보수하며 새로 들여온 전산장비의 감가상각만 3억원어치 반영됐다.
무형자산인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공영홈쇼핑이 소프트웨어 취득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때는 2017년으로 22억원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2억~10억원 안팎의 규모로만 소액 투자해왔다.
그나마 지난해 보안시스템과 ERP 시스템 등을 새로 도입하면서 소프트웨어 취득 금액은 49억원으로 급증했다. 그사이 감가상각비는 연 10억원 안팎으로 빠져나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공영홈쇼핑에서 제출받은 '공영쇼핑 위조 상품 유통정보 수집 용역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8월 적발된 위조 의심 상품은 202건에 달했다.
위조 의심 상품이 대거 적발되면서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위조 의심 상품 모니터링을 확대 시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위조 상품으로 총 419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TV 방송에서 판매된 보석이 위조 의심 상품으로 적발된 건도 2건 포함됐다.
이에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인공지능(AI) 탐지솔루션을 활용한 모조상품예방 시스템을 도입하고 온라인 상품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늦게나마 관련 시스템에 투자함으로써 온라인몰에 등록된 30만여개 전체상품에 대해 매일 일일 점검을 실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AI솔루션 시범운영기간 3개월간 공영홈쇼핑은 187건의 모조의심상품을 차단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182건을 조기 차단했다. 공영홈쇼핑에 따르면 가품 원천차단을 위해 온라인 판매노출 전에 필터링 가능여부를 전수 검토하고 있다.
◇'검수업체 페이머스스튜디오 인수' 네이버 크림, 1년만에 매출 14배 성장
공영홈쇼핑의 뒤늦은 가품 검수 시스템 도입으로 잃은 재무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기회비용을 구체적인 숫자로 계산하긴 쉽지 않지만 타업체 사례를 통해 가늠할 수는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네이버 크림이다. 코로나 기간 시장에 론칭되면서 초반부터 가품 검수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투자에 집중하면서 국내 대표 리셀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크림은 사업 초기부터 엑스레이 기기 등을 도입해 가품 검수에 집중하고 있다. 크림의 주요 가품 검수업체는 페이머스스튜디오다. 그동안 페이머스스튜디오가 벌어들인 매출 대부분은 크림에서 받은 금액이나 다름 없다.
검수 강화로 인한 신뢰성이 쌓이면서 크림은 리셀 플랫폼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실적으로 보면 크림 매출액은 서비스를 시작한 이듬해인 2021년 33억원에서 지난해 460억원으로 14배가 됐다.
덕분에 검수업체인 페이머스스튜디오도 같이 성장했다. 2020년 69억원이던 페이머스스튜디오 매출액은 2021년 286억원, 2022년 55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크림은 지난달 페이머스스튜디오를 9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이에 질세랴 무신사 솔드아웃도 지난달 검수 능력 전문화를 위해 독립시켰던 자회사 아이씨디티와 합병계약을 맺으며 검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있다. 이어 무신사 솔드아웃은 올해 초 종료한 중고 제품 거래 서비스 '세컨드핸드'를 최근 재개했다.
세컨드핸드는 미사용 신상품을 거래하는 리셀 서비스와 달리 사용 이력이 있는 중고 제품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다. 올해 초 종료한 중고 거래 서비스와 달리 이번에는 검수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 말까지는 론칭을 기념해 수수료와 검수비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고객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슷하게 명품 플랫폼 발란도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판매 상품의 사전 검수 기준을 대폭 높인 '발란 케어 플러스'를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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