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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왜 '지금' 중고차사업에 진출할까 친환경차 시대 중고차 감가 기준 전무… 완성차 패러다임 전환기가 진출 ‘타이밍’

양산(경남)=강용규 기자공개 2023-10-19 11:04:1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중고차사업 진출은 중고차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대기업의 사업 진출로 중고차 가격이 더욱 투명해지는 소비자의 이점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에서부터 비교적 규모가 작은 ‘골목상권’의 침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이슈다.

현대차 측에서는 ‘브랜드의 가치’를 주된 이슈로 내세운다. 인증된 중고차의 판매를 통해 중고차의 감가상각을 최대한 저지할 수 있다면 결국 신차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완성차시장이 점차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친환경차의 감가상각은 일반적 내연기관차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애초에 새로운 형태의 차량인 만큼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와 관련한 사업 밸류체인을 촘촘히 구축하고 있다. 중고차사업을 통해 중고 친환경차의 감가상각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면서 친환경차 시대의 브랜드 가치 방어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중고차사업 진출을 바라보는 업계 전반의 해석이다.

◇중고사차업 진출의 역점 ’신뢰도’

현대차는 19일 경삼남도 양산에 위치한 인증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양산센터)에서 '현대차/제네시스 인증중고차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인증중고차사업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양산센터는 기존 현대차 양산 출고센터 부지에 신설된 설비로 전체 면적이 3만1574㎡에 이른다. 현대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고차가 대중으로의 판매에 앞서 인증 과정을 거치는 설비다. 부지 내 주차장에는 인증 과정을 거쳐 판매를 앞둔 중고차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60대의 중고차 상품화가 가능하다.

현대차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는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중고차 사업을 위한 양대 거점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인증중고차 센터로 하루 30대의 상품화 역량을 갖췄다. 두 설비는 인증 중고차의 공급을 위한 과정이 이뤄지는 허브의 기능을 하게 된다.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매입한 중고차들 중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로 입고된 물량은 우선 품질 인증 절차를 거친다. 세차-정밀진단-품질개선-외관 복원-휠 리얼라인먼트 등 과정을 거쳐 품질 인증을 받은 중고차로서 새롭게 판매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시작으로 중고차사업을 준비해 왔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부사장(사진)은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켜 국내 중고차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부사장이 19일 경남 양산에서 열린 현대차/제네시스 인증중고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용규 기자)

작년 기준으로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238만대, 거래금액으로 따지면 연 30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 중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차가 전체의 약 38%(90만대가량)를 차지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이 도매판매 기준 68만9000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판매할 중고차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272개(제네시스 287개) 항목의 정밀진단을 거친 인증 중고차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고차사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은 이 시장을 향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엄격한 인증 기준을 거친 중고차만을 판매하면서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중고차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감가상각이다. 이전까지는 중고차의 감가상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은 차량을 중고차 딜러에게 매각할 때 차량 가격을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없었다. 기존 중고차업체들이 두터운 진입장벽을 세워 뒀음에도 현대차가 시장의 성공적 공략을 자신하는 근거도 이 지점이다.

◇친환경차 시대 대비한 포석 가능성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진출을 통해 ‘미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바로 순수전기차(BEV)나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수소전기차 등 배터리 기반 친환경차의 중고차시장이다. 이 시장은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탓에 가격 기준을 잡기가 어려운 완전한 블루오션이다.

배터리 기반 완성차를 재활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배터리 성능에 대한 보증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배터리 성능이 기준치 이상이라면 곧바로 재판매를, 기준치 이하라면 판매자가 배터리를 교체한 뒤 재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단 이는 판매자가 주장하는 배터리의 성능 기준이 보편적 신뢰성을 갖춰야 성립하는 명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이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전기 기반 친환경차가 대세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중고차시장에서도 머지않아 친환경차가 주요 판매제품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재판매와 관련해 성능 기준 수립의 칼자루를 쥔 판매자가 아직은 없다.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시장에서 경쟁하는 친환경차 판매자다. 배터리의 원료 발굴에서 셀 생산-팩 조립에 이르는 신품의 밸류체인뿐만 아니라 폐배터리의 재활용까지 염두에 둔 토털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인증중고차사업의 진출은 친환경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시장에서도 현대차가 주도권을 잡도록 하는 행보가 될 수 있다.

애초 현대차는 중고차시장에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 2025년 4월까지 4.1%로 시장 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할 계획이며 연식 5년·주행거리 10만km 이내의 무사고 현대차·제네시스 차량으로 판매 대상도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친환경 중고차와 관련해서는 “추후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연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중고차시장은 머지않아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런 거대 시장에서 신뢰도 높은 판매자를 찾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친환경차와 관련해 신차와 중고차를 아우르는 통합 완성차시장을 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면 지금이 중고차사업에 진출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양산 인증중고차센터 주차장에 진열된 인증중고차. (사진=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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