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IPO 흥행' LB인베, 양호한 회수 성과 불구 아쉬운 주가실적 개선+기대주 포트폴리오 '모멘텀'…"자사주 취득 효과 기대, 배당도 고려"
양용비 기자공개 2023-10-24 09:30:50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올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상장사는 LB인베스트먼트가 아직은 유일합니다. 올해 3월말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L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과정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는데요. 기업공개(IPO) 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청약에서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청약 경쟁률은 1165대1이었습니다. 그동안 벤처캐피탈(VC) 상장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적았던 것을 감안하면 LB인베스트먼트의 청약 흥행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부터 흥행은 어느정도 예상이 됐었습니다. 참여기관 중 94%가 희망공모가 상단인 5100원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수요예측 경쟁률만 1298.4대1이었지요.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LB인베스트먼트는 3월 29일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공모가인 5100원보다 27.45% 높은 6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8450원에 장을 마감했지요.
상장 1주일 뒤인 4월 4일 8780원까지 올랐던 LB인베스트먼트의 현재 주가는 어떨까요. 이달 18일 종가 기준 426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년동안 꾸준히 우하향을 그리면서 고점 대비 51.5%나 줄었습니다.
LB인베스트먼트는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로 꼽히는데 주가는 왜 반대로 가고 있을까요.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벤처조합 펀드레이징과 투자, 회수 등 모든 부문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한 하우스였는데 말이죠.
◇Industry & Event
올해 3월 상장 과정에서 수요예측에 흥행했던 건 그동안의 성과 덕분이었습니다. LB인베스트먼트는 1996년 설립된 국내 1세대 운용사로 국내 벤처캐피탈업계를 대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상장 이전 해엔 성과가 더욱 빛났습니다.
지난해 대형펀드를 비롯해 총 2개 펀드를 연달아 결성했습니다. LB넥스트이노베이션펀드1호(303억원), LB혁신성장펀드Ⅱ(2308억원)를 결성하면서 2611억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벤처조합만으로 3년 연속 운용자산(AUM) '1조 클럽' 입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무엇보다 펀드 운용 성과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해 2월 ‘KoFC-LB Pioneer Champ 2011-4호’를 청산하면서 내부수익률(NET IRR) 24.3%을 기록했습니다. 하이브와 펄어비스, 스타일쉐어, 직방에 투자한 펀드였습니다. 이같은 성과들이 덕분에 공모 과정 및 상장 직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가는 상장 초반과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올해 LB인베스트먼트가 과거 하이브나 펄어비스, 직방 같은 ‘잭팟’ 포트폴리오가 없었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꾸준히 회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워낙 큰 성과를 냈던 포트폴리오와 비교되면서 최근 회수 성과가 상쇄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 벤처캐피탈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화제성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과거 마켓컬리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투자사였던 DSC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반짝 뛰었던 것처럼요.
사실 LB인베스트먼트는 올해에도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오히려 실적이 더 좋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수익(매출)은 1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75억원 대비해 72%나 불어났습니다. 순이익도 30억원으로 1년 전 11억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아쉬운 건 이같은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멘텀으로 작용하진 못한다는 점입니다. 반기보고서가 나온 8월 14일 4145원(종가)이었던 주가는 오히려 8월 25일 장중 3715원까지 하락했습니다.
업계에선 벤처캐피탈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져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이 직접 투자가 아닌 펀드로 투자 하는 만큼 투자 성과가 100% 수익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점점 인지하게 됐다는 겁니다.
벤처캐피탈의 매출에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 외에 평가이익이 잡히는 만큼 허수가 섞여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평가이익은 포트폴리오의 가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의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벤처캐피탈 주가가 실적보단 포트폴리오의 화제성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입니다.
◇Market View
LB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반등 모멘텀이 될만한 사안들이 많습니다. 먼저 준수한 회수 성과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LB인베스트먼트를 평가한 증권사 리포트는 나오지 않았는데요. 더벨이 집계한 상반기 리그테이블을 살펴보면 참고가 될 겁니다.
올해 상반기 LB인베스트먼트는 970억원의 회수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63개 운용사 가운데 4위를 기록한 겁니다. 지난해 한해 동안 LB인베스트먼트가 회수한 금액은 374억원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회수 성과의 약 2.5배를 달성한 겁니다.
툴젠(유전자 가위), 마음AI(웹AI), 스튜디오미르(애니메니션 제작), 센코(전기화학식 가스센서) 등이 LB인베스트먼트 상반기 회수 성과의 일등공신입니다. 7월에는 웹툰 제작 기업 ‘와이랩’ 회수에 나서 3.5배의 멀티플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히는 곳도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기구 제조사 리브스메드입니다. 리브스메드는 최근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8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 눈앞에 있는 기업입니다.
LB인베스트먼트가 기대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는 더 있습니다. △뮤직카우(음원조각투자) △스탠다드에너지(배터리 ESS) △무신사(패션 플랫폼) △에이블리(패션 플랫폼) △앨리스(코딩교육 플랫폼) △스탠다임(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우주발사체) △큐로셀(항암치료제 개발) △아이빔테크놀로지(생체현미경) 등입니다.
무신사는 이미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고요. 에이블리도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큐로셀과 아이빔테크놀로지는 현재 상장을 추진하면서 회수 결실이 임박한 곳입니다.
최근 LB인베스트먼트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9월 미래에셋증권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 매입에 나섰습니다. 주식 가격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입니다. 연말 실적 추이를 지켜보고 내년 배당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정민식 L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취득하려는 자사주 30억원 가운데 2억5000만~3억원 정도의 주식을 매입한 상태"라며 "주가가 부양하기를 기대하면서 자사주 취득을 시작으로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LB인베스트먼트의 키맨은 단연 박기호 대표(사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인 박 대표는 2003년 9월 입사해 20년 넘게 LB인베스트먼트에 몸담았습니다.
2019년 3월부터 지휘봉을 잡아 LB인베스트먼트를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현재 ‘LB글로벌익스팬션투자조합’, ‘LB넥스트유니콘펀드’, 'LB유망벤처산업‘ 펀드 등 3개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아 운용 중인 3개 펀드의 사이즈를 모두 합하면 5000억원이 넘습니다.
1988년부터 35년 이상 심사역으로 활약한 베테랑입니다. 1세대 심사역답게 투자 역량을 수차례 입증했습니다. 하이브와 펄어비스, 스타일쉐어 등에 투자했던 KoFC-LB Pioneer Champ 2011-4호의 대표 펀드매니저였습니다.
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투자의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기업의 초기투자부터 스케일업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을 거치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종합 파트너 벤처캐피탈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LB인베스트먼트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정민식 상무(사진)도 키맨으로 꼽힙니다. 중앙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활약하다 2015년부터 L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습니다. 현재 LB인베스트먼트의 관리총괄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습니다.
정 상무는 LB인베스트먼트의 핵심 강점 가운데 하나로 한 섹터에 치우치지 않는 ‘분산투자’를 꼽았습니다. 산업 사이클에 따라 특정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산업군이 존재하지만 산업 생태주기가 맞지 않을 경우 리스크가 커집니다.
그는 “LB인베스트먼트는 특정 분야에 치중하는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며 “특정 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을 경우 하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운용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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