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HMM 고차방정식 [thebell note]

박기수 기자공개 2023-10-26 07:36:48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07: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처음으로 HMM 딜의 유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HMM이 보유한 약 14조원의 유동자산이 사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HMM을 '잘 파는 것' 보다 '잘못 팔면 안되는' 산은 입장에서 당연히 내세울 수 있는 입장으로 들렸다.

강 회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산은이 원하는 인수 후보자의 '제1 조건'은 에쿼티(Equity)인 것 같다. 시장은 입찰에 참여한 하림·LX·동원 모두 HMM이 보유한 약 12조원의 현금성자산을 염두에 두고 딜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후보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LBO) 기법 등으로 우선 HMM 경영권을 인수한 후 현금성자산을 이용해 인수금융 등을 상환하는 시나리오를 그렸을 것이다. 이런 행위를 선(善) 혹은 악(惡)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산은은 HMM의 현금이 새 주인의 이해관계에 쓰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 같다.

산은의 눈에 들기 위해서 세 후보들은 부채보다는 자본 중심의 자금조달 방안과 더불어 인수 후 HMM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설명해야 할 듯 하다. 말은 쉽지만 재무제표 상 숫자는 냉혹하다. 세 그룹의 자금 사정을 들여다보면 인수 후 HMM의 현금성자산이 새 주인을 위해 쓰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답답한 점은 세 후보 외 HMM을 품을 국내 '초대형' 그룹이 현 시점에 있냐는 것이다. 현금 13조원 보유의 삼성전자, 12조원의 현대차, 11조원의 기아, 4조원의 포스코홀딩스, 9조원의 포스코 정도가 떠오른다. 삼성은 거론 자체가 안된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이미 여러 차례 HMM 인수 가능성을 일축한 전례가 있다.

혹자는 이런 대그룹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HMM이 영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산은이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상환을 받아주면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원매자의 편의만 봐주는 꼴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해도 덩치 큰 기업집단이 인수에 참여할 지도 미지수다. 영구채 문제는 문제가 될 시점에 발행사인 HMM과 채권자인 산은·해진공이 논의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산은·원매자·HMM 등 누구 하나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바람직한 딜을 이뤄내는 것이 정말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어렵지만 해내야 하는 것이 국책은행의 숙명이다.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돈 많고 해운업계에 원대한 뜻이 있는 적격 후보자'가 현 시점에 없다면 당장의 유찰도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한편으로는 최종 입찰 전에도 의도치 않게 시장의 폄하를 받고 있는 현 세 후보가 의구심을 날려버릴 수 있는 조달 방안을 들고 오는 그림도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