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3 review]신라젠의 아픈 손가락 '펙사벡', 리제네론과 부활할까리브타요 병용 2상 결과 공개…후속 개발 여부 관심
정새임 기자공개 2023-11-02 09:07:01
[편집자주]
블록버스터 항암제라면 거쳐야 할 세계 최대 암학회, ESMO 2023(유럽종양학회)이 10월 20일부터 닷새간의 여정으로 열렸다. 키트루다·엔허투를 이을 블록버스터급 후보작이 누가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때 '주변인'에 머물렀던 국내사들의 존재감도 커졌다. 올해 ESMO에는 약 15곳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각사의 기술력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벨은 주목해야 할 국산 신약의 데이터를 리뷰해보고 향후 개발전략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간암 3상 실패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신라젠의 '펙사벡'이 4년 만에 학회에서 새 데이터를 선보였다.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와 병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향후 6개월간 신라젠은 리제네론과 후속 개발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펙사벡 신장암 2상 데이터 공개…리브타요 병용 시 반응률 약 2배 ↑
신라젠과 파트너사 리제네논은 올해 열린 ESMO 2023에서 펙사벡 병용요법의 신장암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전이성·절제불가능한 89명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리제네논의 PD-1 면역항암제 '리브타요' 효과를 평가한 임상이다.
임상은 총 4개 군(A,B,C,D)으로 구성됐다. 먼저 이전에 PD-(L)1 기전 면역항암제 투여한 이력이 없는 환자들은 펙사벡과 리브타요 투여 방식에 따라 3개 군(A,B,C)으로 나눴다. A군은 펙사벡을 종양에 직접 투여(IT)하고 리브타요를 정맥투여(IV) 했다. B군은 리브타요 단독요법을 썼다. C군은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모두 정맥투여 했다. D군은 이전에 항 PD-(L)1 면역항암제 투여 이력이 있는 환자들로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모두 정맥투여 했다.
1차평가변수로 객관적반응률(ORR)을 측정했으며, 이 외에도 무진행생존(PFS), 질병통제율(DCR) 등을 함께 평가했다.
22.2개월의 추적관찰 결과, 각 군의 객관적반응률은 A군 13.3%, B군 12.5%, C군 23.3%, D군 17.9%로 나타났다. 대체로 펙사벡을 종양에 직접 투여한 군의 반응률은 10% 초반에 그친 반면, 리브타요와 함께 정맥투여한 환자군에서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C군은 1명에서 완전관해(종양의 증거가 사라짐, CR)와 6명의 부분관해(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듦, PR)가 관찰됐다. 이전에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D군에서도 5명이 부분관해를 보였다. 리브타요 단독요법을 썼을 때(B군)보다 펙사벡을 병용할 경우(C군) 반응률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4개 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각각 4.27, 5.65, 4,57, 6,31로 D군에서 가장 길었다. 전체생존기간은 C군이 25.13개월로 가장 길었다.
임상 진행 중 46% 환자들에서 3, 4 등급의 이상반응이 관찰됐다. 발열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5등급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아 허용 가능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는 "종양 내 주사로 인한 환자 모집의 제한으로 펙사벡의 종양 직접 투여 방식의 유효성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려면 추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펙사벡과 리브타요의 정맥주사 병용요법은 수용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고, 이전 면역항암제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고 고무적인 효능을 입증했다"고 결론내렸다.
◇비운의 약 '펙사벡' 부활 전제조건은 리제네론 개발 의지
펙사벡은 과거 신라젠의 대표 파이프라인이었다. 암세포에서 증식해 인체 내 면역 증강을 유도하는 물질을 배출하는 기전을 지닌 항암 바이러스다. 하지만 2019년 간암 3상에서 실패하며 한 발 물러난 비운의 약이 됐다. 한때 신라젠의 몸값을 최고로 높인 동시에 임상 실패로 기업의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게 한 '아픈 손가락'과 같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펙사벡이 신장암에서 새로운 데이터로 부활을 예고했다. 이번 2상에서 발견한 데이터가 펙사벡 기술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신라젠은 기대하고 있다. 리제네론이 단독으로 리브타요를 쓸 때보다 펙사벡을 함께 쓸 경우 효과가 더 높아진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펙사벡이 부활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리제레논의 개발 의지다.
이번 2상은 신라젠이 주도했지만 임상 설계 단계부터 리제네론과 긴밀한 협의를 거쳤다. 향후 상업화를 위한 3상을 진행하기 위해선 리제네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신라젠이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직접 진행할 상황이 못되기 때문이다.
리제네론이 펙사벡과 함께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리제네론이 펙사벡 기술을 사들이는 것이다. 신라젠에게 가장 좋은 상황이다. 두 번째는 리제네론과 신라젠이 지금처럼 개발 협업을 하면서 신장암 글로벌 3상을 리제네론이 주도하는 방향이다. 세 번째로 펙사벡과 다른 여러 암종에서 리브타요와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적응증 확장 방안이 있다.
신라젠에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는 네 번째, 리제네론이 펙사벡과의 병용 연구를 종료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신라젠은 이 데이터를 갖고 다른 면역항암제 개발사들과 새로운 협의를 진행해볼 수 있다. 다만 리제네론이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어 협상기간이 끝나거나 리제네론이 중도에 권리를 포기해야 새로운 파트너사와 협의가 가능하다. 우선협상기간은 임상 최종결과보고서(CSR)를 수령한 시점부터 6개월이다. CSR은 11월 중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관계자는 "리제네론이 사노피로부터 리브타요 글로벌 판매권을 전부 사들이고 공격적으로 적응증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 부분"이라며 "정맥주사로 병용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해 리제네론과 후속 개발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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