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 & Lab]수주급증에 5공장 증설까지…씨아이에스 가보니SFA 인수 7개월, 롤프레스 조립 공장 르포
대구=김혜란 기자공개 2023-11-13 10:26:14
[편집자주]
제조업이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든, 출발점은 Fab(공장)과 Lab(연구소)다. 여기에서 얼마나 고도화된 공정 개발이, 기술 연구가 이뤄지느냐가 최종 제품의 질을 좌우한다. 더벨이 기업의 산실인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현장을 찾았다. 또 Fab과 Lab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연구소장, 엔지니어 등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0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전극장비업체 씨아이에스(CIS)가 최근 5공장까지 증설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8월 3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운영에 들어간 지 약 두 달 만에 임차공장 두 곳을 추가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2차전지 시장 성장 흐름을 타고 CIS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돌고 있다. 지난 3월 종합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SFA)가 인수해 새 출발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도 쇄신했다. CIS의 장비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수주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여섯 번째 공장 문을 열 계획으로 부지도 알아보는 중이다.
◇1공장 가보니
지난달 30일 대구 동구 봉무동의 CIS 1공장(본사)을 찾았다. 2700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롤프레스를 조립하고 있었다.
1공장 안에 들어서니 네모난 프레임이 바닥에 자리 잡고 있었다. 롤프레스를 제작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했다. 여기에서부터 100톤(t)이 넘는 롤프레스가 만들어진다. 공장 안쪽으로 더 걸어 들어가니 완성된 롤프레스가 있었다.
폭 1m 내외의 네모난 모양의 코팅된 검은 원단이 롤프레스 안에서 압착되어 나온다. 1공장을 안내한 최유성 CIS 재무팀 팀장은 "가운데와 끝단이 편차 없이 균일하게 압착돼야 한다"며 "(롤프레스는) 압착만 하는 게 아니라 고주파열을 쏘아 압연 시 주름을 방지하는 정밀 제어 기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다음 슬리터 장비가 자동으로 고객사가 원하는 규격대로 간격을 조정해 자르고 두루마리 형태로 감아준다.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부터 시작해 극판을 캔이나 파우치에 넣어 전지 형태로 만드는 조립공정, 충전과 방전으로 전지를 활성화하고 불량품을 선별하는 화성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1공장에서 조립 중인 롤프레스는 전극 공정 중 믹싱과 코팅 다음 단계에 사용되는 장비다. 전극 공정의 첫 단계는 믹싱인데, 파우더 형태인 양극과 음극 활물질에 용재를 넣어 점성이 있는 슬러리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이후 슬러리를 코팅하고 건조시킨 다음 압착해 잘라야 한다. CIS는 이때 사용되는 롤프레스와 코터, 슬리터 장비를 국산화해 공급하고 있다. CIS는 장비를 설계한 뒤 외주업체로부터 부품을 받아 이곳 공장에서 조립한다.
양극은 집전체로 알루미늄을, 음극은 동박을 사용하는데 집전체에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 등이 섞인 슬러리를 균일하게 코팅한 뒤 열풍으로 건조해 주는 장비가 코터다. 슬러리는 점성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건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터를 거쳐 건조된 극판 원단이 롤프레스로 들어간다. 롤프레스는 수 톤의 압력을 가해 부피를 70% 수준으로 압착해 주는 장비다. 압착하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부피를 줄여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 슬리터는 압착 이후 1m 정도 되는 원단을 일정한 폭으로 잘라주는 장비다.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게 전공정이듯 배터리에서도 전극 공정이 중요하다. 최 팀장은 "코팅과 프레싱이 균일하게 잘 돼야 한다"며 "코팅이 잘 안된 면이 생기면 배터리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방전을 하고 전기적 특성을 넣어줘야 전지로서 역할을 하게 되지만, 전지의 기본적 특성이 만들어지는 전극 공정에서 잘못되면 후공정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될 수 있다.
CIS는 전기차 배터리 강국인 한국 기업은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 팀장은 "중국과 일본도 프레스와 코터 슬리터를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은 기술력을 우리를 따라오기엔 부족하고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며 "(CIS는) 기술력과 가성비 면에서 우위에 있고 LG와 삼성과도 오랜 시간 거래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롤프레스 장비 하나 조립하는 데 2~3개월이 걸린다. 설계부터 시작해 부품을 들여온 다음 공장에서 도면을 보고 조립하고, 검수한 뒤에는 배로 보내기 위해 다시 분해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배로 실어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고객사의 공장으로 보낸 다음에 현지에서 다시 조립한 다음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해 본다.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발주를 받고 최종 검수까지 통상적으로 1년 6개월이 걸린다.
이렇다 보니 수주 이후 매출 인식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단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817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4677억원이었는데 1년 만에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수주가 급증하자 수주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증설을 고민 중이다. 김동진 CIS 대표이사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2분기 정도 되면 6공장이 필요할 것 같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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